갓틸리케는 왜 개털리케가 되었나

게임의 세계에서는 사기가 한없이 치솟았다 언제 그랬냐는듯이 급전직하하여 패퇴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실력의 상대가 있는 게임이니 조그마한 원인이나 순간의 방심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다. 혹은 잘못된 방법이 계속 이어질때는 되돌리기 힘든 지경까지 내몰리기도 한다.

지난 새벽 카타르에게 패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 통과가 불투명해진 국가대표 축구팀의 슈틸리케 감독은 짧은 기간동안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죽했으면 축구팬들이 그를 부르는 호칭이 ‘갓틸리케’ 에서 ‘개털리케’가 되었을까. 그야말로 극적인, 최고의 찬사가 최악의 비난으로 이어지는 데 걸린 기간은 2년에 불과하다. 축구팬이 아님에도 슈틸리케 감독과 국가대표팀의 이러한 등락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다른 분야에서도 이러한 게임의 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 슈틸리케 감독, 출처: 스포츠 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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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준결승에서 브라질이 독일에 7:1 로 참패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예선 3게임에서 부진하며 조기에 탈락하고 말았고 당시 홍명보 감독도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 역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여 찬사를 받았던 시점에서 2년이 겨우 지났을 때였다. 런던올림픽에서 박주영을 중용하여 동메달을 땄으나 월드컵에서는 박주영을 편애하여 실패하였다. 이후 새 감독을 물색하던 축구협회는 다소 생소했던 독일 출신의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했고 그 첫 시험대는 아시안 컵이었다. 호주에서 열린 아시안 컵에서 우리 대표팀은 모처럼 승승장구했고 결승에서 호주에 아깝게 패하면서 준우승을 차지하였다. 월드컵에서의 부진에 비하면 큰 성과를 거둔 셈이지만 당시 비전문가임에도 약간은 의아했던 부분은 슈틸리케 감독의 과도한 자부심이었다. 무대가 아시아이니만큼 결승까지 올라갔으면 일단은 우승이 목표여야 했고 그 게임에서 진 것에 대하여 아쉬움이 먼저 표현되었어야 했는데 웬지 준우승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어쨋든 작은 성과에 묻혀 그렇게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 생활은 무난하게 시작되었다.

부임 초기에 슈틸리케 감독은 국내 리그 선수들을 발굴하여 중용하여 큰 성과를 내었다. 슈틸리케의 황태자라 불리는 이정협 선수가 대표적이다. 청소년 시절 유망주였으나 부상등의 이유로 한동안 무명선수로 전전하던 이정협 선수의 스토리는 감동을 주기도 했었다. 그리고 몇번의 대회를 거치고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이 시작되었다. 여기서 두번째 의문이 생겼다. 당시 아시아 지역 1차 예선과 여러번의 평가전을 치르면서 언론에 자주 실린 기사는 국가대표팀의 연속된 무패 기록이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월드컵에 한번도 출전하지 못한 피파 랭킹에서도 한참 뒤처지는 상대 혹은 비교적 약체팀이었던지라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했었다. 약팀을 상대로 한 무패 기록보다 패할지라도 강팀을 상대로 한 선전이 더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됨은 누구나 생각할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02 월드컵 전에 벌어졌던 히딩크호의 0:5 참사가 아닐까. 비록 유럽의 강팀에 연속으로 대패했으나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계획된 상태에서 일어난 참사였던지라 국내 언론의 비난에도 의연했던 히딩크 감독의 모습이 떠오른다.

약팀과의 대결에서 무패 기록에 만족하며 강팀과의 대결 기회를 갖지 못했던 데에는 감독과 더불어 축구협회의 책임도 크다 하겠다. 희안하게도 그 무패 기록이 깨진 이후 우리 대표팀의 부진이 시작되었다. 1차 예선을 통과하고 상대적으로 강팀끼리 이루어지는 2차 예선전에서 대표팀은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고 있으며 지난 새벽 33년만에 카타르에 패하고 말았다. 그것도 아주 극적으로(0:2 -> 2:2 -> 2:3). 극적인(?) 패배가 가져다 주는 실망감은 극적인 승리의 반대 의미로 절망적이다. 대표팀의 경기 일정조차 몰랐는데 우연찮게 새벽에 잠이 깨어 그 극적인 과정 30여분을 본의 아니게 생중계로 보고 말았다. 새벽잠을 설치며 전 경기를 시청한 축구팬들의 실망은 이루 말할수 없을것 같다.

슈틸리케 감독은 왜 초반의 호평을 이어가는데 실패했을까. 제일 먼저 감독으로서 본인 스스로의 능력이 당연히 지적되어야 할것 같다.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에서 유소년팀의 육성을 담담했던 경력 말고는 유명 팀이나 국가대표팀을 맡았던 경력이 거의 없다. 강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지도하고 큰 게임에서 승부를 해 본 경력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이며 이는 승부욕에서나 지도력에서나 어쩔수 없이 장기간의 레이스에서 밑천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초반의 작은 성공에 안주하였으며 상처를 감내하면서까지 더 가혹한 도전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실력대로 선수를 선발하고 감독의 독자적인 권한을 지키는데 아마도 실패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축구협회의 무능과 간섭에 책임이 돌아갈수밖에 없다. 현장의 사령관인 감독이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하고 윗선이나 선수들의 눈치를 볼때 그 팀의 장래는 뻔하다. 부임 초기에 약속했던 권한과 지원이 지켜지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이제 한국 축구대표팀은 아르헨티나를 꺾고, U20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잉글랜드와는 주전을 빼고 경기에 임하며, 피파랭킹 88위인 카타르에게는 완벽하게 패하는 종잡을수 없는 팀이 되어버렸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정글에서의 약육강식의 법칙과 다름없다. 초심을 지키지 못하면, 실력을 계속 갈고 닦지 않으면, 리더가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하지 못하고 주변에 휘둘리면 그 팀의 미래는 암울하다. 매일매일 그 승부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면,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매일매일 이를 가슴속에 되새겨야 할 것이다. 나는 과연 내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2 Comments

  1. journeyman

    2017년 6월 14일 at 5:36 오후

    회원님 안녕하세요, 위블로그 관리자입니다.
    위블로그에서는 새봄을 맞아 나만의 위블로그 머그컵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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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 jhk0908

      2017년 6월 15일 at 9:27 오전

      감사합니다.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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