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 춘천을 가다

드물게 케이블이 안 나오는 집에 사는지라 화제가 된 프로그램에 뒷북을 자주 치곤 한다. 도깨비 때도 21세기 대명천지에 웬 도깨비 그랬었고, 공중파를 압도하는 J 모 종편은 인터넷 실시간 방송 시청을 제한한 후로는 아예 인연을 끊었다. 이상한 이름의 이 프로그램도 그랬다. 알? 쓸? 신? 잡? 수수께끼 같은 이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고나서야 거의 끝나갈 무렵에 한편씩 접해보았다. 아직도 제목의 정확한 의미는 헛갈려하고 있다. 누가 여행다니면서 저런 대화를 하나 싶을 정도로 말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여행을 빙자한 지적 대리 만족 프로그램이다. 여행이라는 형식을 빌려 끊임없이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끌어내는 PD의 일관된 도전의 끝이 어딜지도 궁금하다.

여행은 여행이다. 다니면서 씹고 맛보고 즐기면 그 뿐. 여러번 다녀왔던 춘천이지만 해당 프로그램의 춘천 편에서 영감을 얻어서 춘천 여행을 급조했다. 8월 15일, 먼저 레일 바이크를 예약했다. 전철 개통으로 폐선이 된 옛 경춘선 구간을 레일바이크로 재탄생시켰다. 한시간 간격으로 춘천 김유정 역에서 강촌역까지 기차선로를 따라 페달달린 이인승 혹은 사인승 차를 타고 간다. 2/3 지점에서 기차로 갈아타서 1/3 구간을 마저 가고 강촌역에서 김유정역까지는 다시 관광버스로 돌아오는 구간이다.

[ Railpar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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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 아침부터 비가 쏟아졌다. 비가 와도 레일바이크는 한다고 한다. 그래야 업체의 수지가 맞을듯 하다. 비온다고 공치고 눈온다고 공치면 언제 돈버나. 상대적으로 안전한 기차레일이기에 가능한 배포이지 싶다. 4인승 바이크를 타자마자 비옷위로 비가 들이친다. 그래도 열심히 페달을 저어나가니 경춘가도의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모든 날이 좋았다. 비가 와서, 날이 맑아서. 그렇게 나름의 운치를 즐기며 바이크 구간을 즐기며 휴게소에 다다랐다. 중간중간 경춘가도의 절경과 동굴마다 색다른 조명과 이벤트로 즐거운 바이크 여행이었다. 문제는 휴게소에서 강촌 종점까지 낭만 열차 구간이었다. 맑은 날은 낭만열차일지 모르겠지만 비오는 날은 피난열차, 영화 ‘부산행’ 열차였다.^^ 그래도 언제 피난열차 부산행 열차를 타 보겠냐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강촌에 도착했고 관광버스를 타고 출발지인 김유정 역으로 돌아왔다. 굳이 비오는 날 탈 이유는 없고 맑은날 한번 타볼만한 놀이기구이다.

오롯이 알쓸신잡의 여정을 따라가기로 했는지라 김유정역 근처의 책과인쇄 박물관이 다음 여행지였다. 전시된 옛날 잡지와 특히 갖가지 타자기들이 인상적이다. 타자기… 한대쯤 소장해줄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어느듯 점심때다. 굳이 춘천의 닭갈비 일번지인 시내 명동을 가지 않고 김유정역에서 멀지 않은 방송에 나왔던 학곡사거리 막국수 닭갈비 집을 갔다. 그기서 그기. 그랬다. 맛있었다는 의미이다.

카페 이디오피아,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시간 관계상 생략하고 모텔 산토리니를 둘러보려했으나 만원짜리 차를 마셔야 산토리니 광장을 둘러볼수 있다기에 이 역시 패스, 얼마전 삼척 솔비치 산토리니 광장을 둘러보았었다.

아무리 아침 일찍 출발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7-8군데를 둘러보는 것은 역시 무리이다. 아이를 위해 허겁지겁 토이 박물관에 마감 직전에 입장했으나 유일한 실패였다. 그 가격에 굳이 들를곳은 아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대원당 빵집에서 빵을 사 먹는게 훨~~씬 나을듯. 저녁을 먹어야 하였기에 대원당 빵집을 포기하고 역시 방송에서 소개된 숯불 닭갈비 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집으로 향했다. 어디던 그렇지만 방송을 탄 집은 줄을 서서 먹어야 하지만 그 옆집들은 텅텅 비어 있다. 그기가 그기지만 참 그래도 그 집에서 꼭 먹고 싶은 심리는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불안감 때문이 아닐까. 시간 쓰고, 돈쓰고, 맛없고, 배부른 건 정말 최악이기에.

[ 원조 숯불 닭불고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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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프로그램 때문에 광복절 비오는 날 급히 다년온 춘천 여행은 나름 즐거웠다. 여정. () 안은 계획했으나 시간이 부족해서 가 보지 못한 곳. 김유정역 – 레일바이크 – 책과 인쇄박물관 – 학곡사거리 막국수 닭갈비 – (카페 이디오피아) – (소양강 스카이워크) – 토이 박물관 – 모텔 산토리니 – (대원당 빵집) – 원조 숯불 닭불고기. 이 외에도 찿아보면 의외의 구경거리 먹거리들이 많은 곳이 춘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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