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 소녀시대

제목이 범상하진 않다. 게다가 드라마 제목이란다.

휴일의 따사로운 오후, 재방영되는 드라마 한편에 너무도 쉽게 빠져버렸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말도 안되는 스토리가 점령해 버린 최근의 티비 드라마 풍토속에서 모처럼 현실 속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배경은 대구, 1963년생 고등학교 여자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작가가 스스로 보낸 시절의 이야기이다. 소녀들은 꿈꾸고 사랑하고 시기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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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시대, 남아선호, 교복, 통금, 교련, 방송반, 지금은 말도 안되는 일들이 지도와 규제라는 이름으로 난무하던 시대. 바로 나의 윗세대, 내 누님들의 이야기인지라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새록새록 추억을 소환한다.

좋은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는 원작의 결말은 8부작으로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의 내용과는 반대로 어둡고 더 현실적이라고 한다. 아직까지는 그 어둠을 걷어내려 애쓰는듯한 드라마의 결말이 원작과 어떻게 차별화할지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드라마가 꼭 원작이나 현실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너무 슬프지 않은가.

40년전,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하는 책 속의, 드라마 속의 소녀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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