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와 휴스턴의 닮음꼴 우승, 시리즈의 품격

한국시리즈에서 기아가 우승을 했다. 미국시리즈(월드 시리즈)에서는 휴스턴이 창단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했다. 과거 야구장을 찿아다니며 야구를 좋아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가끔씩 메이저리그에 우리 선수들이 나오는 중계만 챙겨보는 정도여서 자세한 경기상황은 알지 못한다. 기사들을 읽으며 유추할 뿐이다.

기아와 휴스턴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3-4년전 최약체 팀에서 단기간에 우승까지 일구어낸 저력이다. 체계적인 계획과 우직한 노력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단기간에 반전을 이루어내기는 쉽지않다. 무언가 도전할 때에 참고할만한 사례이다. 조급함으로 되는 일은 별로 없다.

해태가 전신인 기아는 과거 강팀이었지만 2014년 꼴찌에서 2등을 했다. 그리고 그 다음해 현 김기태 감독을 영입하면서 3년 계획을 세우며 욕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서 마침내 올해 우승까지 달성했다. 2014년 기아의 뒤에는 한화가 있었으나 한화는 기아와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과거 우승 청부사로 명성을 얻었던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고 거금을 들여 이름있는 선수들을 영입하여 당장의 성과내기 전략에 올인하였다. 2015년 반짝 성과를 내는듯했던 이 전략은 결국 처참하게 실패하고 김성근 감독은 불명예스럽게 퇴장하고 3년 허송세월을 보낸 한화는 이제서야 기아가 걸었던 그 길을 가려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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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또한 2014년 지구 순위는 꼴찌에서 2등이었다. 그보다 더한건 그 전 3년동안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승패에서 꼴찌를 했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구제불능의 팀으로 보였다. 그 내막에는, 좋은 신인을 뽑기위한 우선권 확보를 위한 고의성이 있었고 고의로 꼴찌를 한게 아닌가 하는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휴스턴은 비난과 치욕을 감수하면서까지 유망주를 뽑고 팀을 재건하는데 6년의 세월을 보내고 마침내 올해 창단 55년만에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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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게임에서는 항상 상대방이 있기 마련이다. 기아의 상대는 두산, 휴스턴의 상대는 LA 다저스였다. 그 두팀의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한국 시리즈가 끝나고 시리즈의 품격 이란 칼럼을 인상깊게 읽었다. 프로경기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스포츠임과 동시에 돈을 받고 멋진 경기를 펼쳐야 하는 의무도 동반한다. 이런 의미에서 두산은 다소 아쉬운 장면들을 연출했다. 한국시리즈 게임도중, 불규칙 바운드로 인해서 안타를 내준 한 선수가 글러브를 바닥에 내팽겨치고 씩씩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과도한 행동이라는 말도 있었고 승부욕의 표출이란 말도 있었다. 이는 해당 선수가 평소 승부욕이 넘쳐나는 선수였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승부욕의 표출도 보는 사람을 불쾌하게 해서는 안되며 분명히 그 경계가 있다. 그 장면은 주변 사람과 관중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성질을 드러낸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콘서트 장에서 바이올린을 켜던 연주자가 바이올린 줄이 끊어졌다고 바닥에 바이올린을 내팽겨치는것과 다를바 없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시리즈의 품격에 대하여

잘 몰랐는데 2년전 두산이 그 전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삼성을 꺾고 우승했을때 류중일 감독 이하 삼성 선수들이 운동장에 도열해서 두산 선수들을 축하해줬다고 한다.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다른 팀이라면 몰라도 그런 대접을 처음 받았던 두산이라면 2년 연속 우승을 하다 이번에 그 자리를 기아에 내어줬다면, 한번쯤 그때의 감동적인 장면을 다시 볼수 있으리라 야구팬들은 기대했던것 같다. 하지만 그 기대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두산은 삼성이 아니었다.

휴스턴에 패해서 우승을 놓친 LA 다저스는 명문 구단이자 박찬호 선수가 뛰었었고 지금은 류현진 선수가 뛰고 있어 우리에게도 친근하다. 월드시리즈가 휴스턴의 우승으로 끝나고 휴스턴이 우승당했다는 말도 있다. 휴스턴도 훌륭했지만 전력상으로 그 이상인 LA 다저스가 악수에 악수를 거듭해서 휴스턴이 우승했다는 의미이다. 이 역시 스포츠의 속성이기에 그저 지나가는 말일 뿐이다. LA 다저스는 최근 수년간 지구 우승을 독식했고 특히 올해는 더욱 월등한 실력으로 승수를 쌓아나갔다. 그리고 구단의 수뇌부에서는 올해 반드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텍사스에서 일본 출신 선수인 다르빗슈 유를 막판에 스카웃해왔다. 그 이후 다저스는 연패의 늪에 빠지고 만다.

그래도 메이저리그 전체 1등으로 지구 우승도 하고 월드시리즈도 수월하게 진출했지만 어쩌면 이미 우승 전력을 갖춘 선수들로 최고의 조합을 갖춘 선수단에 이 카드는 독이 된듯 하다. 정점에 이른 선수단을 믿지 못하고 새로 영입한 선수에게 마지막 역할을 맡긴 구단 수뇌부와 감독의 선택은 정작 다르빗슈가 가장 중요한 월드시리즈에서 부진하면서 악수로 판명되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불신과 과욕이 빚어낸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휴스턴도 시즌 막판에 새 선수를 영입하였다. 하지만 다저스와 다른 점은 휴스턴 선수들이 우승을 위해 구단에 선수 보강을 먼저 요청했던 것이라고 한다. 다저스의 낙하산식 영입과는 처음부터 달랐던 것이다. 그 선수가 유명 모델 케이트 업튼의 연인이기도 한 벌렌더이고 이적후 시즌중에도, 월드시리즈에서도 그 역할을 다했다.

휴스턴은 어떻게 WS 우승팀이 됐을까

두산의 패배나, LA 다저스의 패배가 특정 선수 때문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가장 운이 따르지 않은 선수가 가장 많은 책임을 지는 것일터, 감독과 구단 운영에 관여한 수뇌부의 책임도 크다. 휴스턴 한 선수의 어처구니없는 인종비하 행동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LA가 아닌 휴스턴의 우승을 바라게 된 장면은 시리즈 중반, 8:8 의 타격전이 펼쳐지던 게임에서 무사 2루 상황에서 LA 감독이 팀의 4번 타자에게 번트를 대게 했던 장면이다. 감독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런 장면을 보려고 메이저 리그 경기를 챙겨본게 아니었다.

휴스턴의 우승은 대단하지만 LA 다저스는 여전히 메이저 리그 최강의 전력이다. 우주 최강이라는 괴물 투수 커쇼의 첫 월드시리즈는 비극으로 끝났지만 그는 아직 젊다.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진단하고 극복해 나간다면 LA 다저스도 커쇼도 조만간 정상에 설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때가 그 팀이 가장 강한 때이리라. 아직은 아닌듯 하다. 이번에 첫 우승을 한 휴스턴의 벌렌더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시절 우승 문턱에서 여러번의  좌절을 겪었었다. 강자에게도 약자에게도 기다림은 필수이다.

1 Comment

  1. 벤자민

    2017년 11월 5일 at 11:50 오전

    저는 야구를 참 좋아합니다
    현 정권 들어서고부터는 실시간으로 같이 볼 수있는 한국 방송이지만
    오로지 프로 야구만 봅니다 ㅎㅎ
    단기전에 절대 유리한 한국시리즈라 기아가 우승했지만
    전 전체적인 전력면에서는 두산이 조금은 낫다고 봅니다
    한국시리즈가 마치 현 정권의 승리 같기도 하고요 ㅋ
    이제는 김성근 김동엽야구 박종환축구 같은건 시대적 착오지요^^
    미국 월드시리즈에는 LA 다저스가 우리랑 인연이 많지만
    솔직히 지기를 바랬습니다
    다라빗슈나 마에다 등 이기고 나면은 일본에서 일본놈들
    또 얼마나 기고만장 할까 싶기도 하고요 ㅎㅎ
    7차전은 다라빗슈를 선발로 세우지 말았어야 했는데요
    차라리 마지막이니 중간 계투로 썼으면 좋았지않을까도..
    전문성있는 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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