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신태용(감독)

또 신태용(감독)이다. 

지난 글에서 아쉬움을 표현했듯이 신태용 감독에게서 받은 상처가 크지는 않지만 분명 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살포시 다가온 월드컵에서 우리 선수들을 이끄는 이 역시 신태용이다. 

‘난놈’ 신태용 감독의 반복되는 실패

지금까지 청소년, 올릭픽 팀을 이끌면서 지나친 자신감, 무리한 전략, 자기 성찰의 부족 등이 신 감독의, 우리 팀의 가장 큰 약점이 아닐까 생각했었고 소리소문없이 시작된 이번 월드컵도 역시 미덥지 않았었다.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감독이 미덥지 않다는 것은 게임의 결과를 떠나서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오죽했으면 국가대표 경기를 게다가 월드컵 경기 시청을 할까 말까 고민했었을까. 

그럼에도 첫게임이었던 스웨던전은 안 볼래야 안 볼수 없는 시간대에 하는 바람에 마음의 준비를 다하고 볼수밖에 없었다. 내심 4:0 까지는 각오(?)했었던지라 1:0 이란 결과는 아쉽기는 하지만 만족스러웠다. 물론 이 결과가 온전히 우리 골기퍼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세계가 다 알고 있다. 3진이었던 골기퍼의 능력을 알아보고 과감하게 큰 경기에 기용한 신 감독의 공이 크다. 선수들은 열심히 뛰었고, 그래서 실수가 있었다고 누구도 비난받을 필요가 없다. 

지난 밤에 한 시사토크쇼에 전 국가대표 3인이 패널로 나와 이번 스웨덴전 결과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모처럼 포복절도하고 말았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에게는 참으로 가슴아픈 이야기들이었다. 그 주인공들은 하석주, 김병지, 최용수이다.

하석주 선수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전에서 선취골을 넣고 3분만에 무리한 반칙으로 퇴장당하면서 큰 비난을 받았었다. 그 역시 열심히 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며 이번 월드컵에서도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 그보다 더 심한 반칙을 저지르고도 아무 제재도 받지 않는 것에서 보듯이 운이 나빴을 뿐이지 자신의 결정적인 잘못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당시 엄청난 마음고생을 한 것은 물론이고 지금도 당시 감독이었던 차범근 감독을 피한다는 말에서 그 고뇌의 무게를 아직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음에 안타까울 뿐이다.

김병지 선수는 히딩크 감독을 만나기 전까지 우리나라 대표팀의 부동의 주전 골키퍼였다. 뛰어난 기량에다 화려한 쇼맨십까지 갖추어 그야말로 스타플레이어였다. 2001년 히딩크 감독이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치른 평가전에서 중앙 센터서클까지 공을 몰고 나오다 심지어 상대 선수와 뺏고 뺏기는 혈투를 치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를 알지 못하는 갓 부임한 히딩크 감독이 다시는 그를 기용하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김병지 선수에게는 참으로  뼈아픈 실수이자 자신의 경력에 큰 상처를 낸 이야기이다. 

최용수 선수는 위 두 선수처럼 큰 실수담은 없다. 다만 한 경기에서 골이나 다름없는, 툭 갖다대기만 하면 되는 어시스트를 받아 하늘높이 차버린 것 때문에 이후 두고두고 비난과 조롱을 받고 마음고생을 하였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그 툭 갖다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직 그 아픔을 다 떨쳐버리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서로 웃으며 이야기할수 있을만큼 세월은 흐른듯 하다. 지금 우리 대표팀 선수들이 이들처럼 오랜 세월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축구협회나 감독의 무능력은 비난할수 있으나 대표팀에 뽑혀 열심히 뛰고있는 선수들에 대한 비난과 조롱은 하지말아야겠다. 그 자리가 결코 쉬운 자리가 아니기에. 그 싸움터에 나선것 만으로도 박수받을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경기에서는 신태용 감독 특유의 과장된 자신감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골을 먹지 않겠다는 신중함과 전술적 미스 때문에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은듯 하다. 그간의 신감독의 실패에 비해 보자면 긍정적인 부분이다. 게임은 어쨋든 실력과 운과 확률의 함수다. 항상 틀리기도 어려운 일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 팀이다. 신태용 감독의 행운과 우리 선수들의 건투를 빈다. 그리고 결과에 상관없이 언제나 당당하고 고개숙이지 않기를…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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