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정말 달라졌을까

병약한 병아리는 오랫동안 주변의 놀림감 신세였다. 무시무시한 동물의 왕 사자는 물론이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젖비린내 나는 아기 공룡에게까지 무시당하는 상황이었다. 턱돌이나 쌍둥이, 비룡, 곰, 거인은 오다가다 이유 없이 툭툭 치고 가기도 했다. 서럽지만 어찌해 볼 수도 없었다. 뛰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날개짓하다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허약했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꾸벅꾸벅 조는 것은 일상다반사 수준이기도 했다. 병아리는 다시 날 수 있을까?

무릇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어미 새는 둥지를 떠나기 싫어하는 새끼를 밀어 스스로 날개짓하게 만든다. 품 안에 끼고 있어 봐야 새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까닭에서다. 어미가 필요할 때는 기꺼이 희생하며 먹이를 물어다 주었지만, 어미 새를 떠나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익혀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될 때는 더이상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혹독한 훈련만 있을 뿐이다. 험한 세상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감에서다. 다른 녀석들에게 천대받지 않고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다.

28일 대망의 여정을 시작한 한국프로야구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본 경기는 지난해 준우승팀 넥센 히어로즈와 상대하게 될 한화 이글스였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꼴찌이자, 2013년 제9 구단 NC 다이노스의 창단과 함께 역사적인 첫 9위라는 화려한(?) 족적을 남긴 팀이어서가 아니다. 중하위권을 맴돌던 SK 와이번즈를 단숨에 최강 대열에 올려놓은 김성근 감독의 조련을 받은 병아리가 과연 독수리로 변신할 수 있을까 하는 관심에서였다. 첫 경기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으나 최소한 가능성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었다.

넥센을 상대해야 하는 한화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는 했다. 상대 선발이 지난해 7년 만의 20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던 밴헤켄이었고 4년 연속 홈런왕에 도전하는 박병호가 여전히 건재한 탓이다. 비록 강정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타순의 중량감이 떨어져다고는 하나 그동안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왔던 넥센이었기에 또 누가 포텐을 터트리며 깜짝 스타로 떠오르게 될는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자신감을 회복해야 할 한화로서는 상대하기 힘겨운 상대임이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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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흐름은 한화가 쥐고 있었다. 김성근 감독의 세밀한 야구가 빛을 발하는 듯 득점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차근차근 점수를 올려나갔다. 한화와 달리 넥센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공격의 맥이 끊어지면서 어딘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박병호는 5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숙여야 했고, 강정호 대신 5번 타석에 들어선 김민성은 6회와 8회에 2루타를 치기는 했으나 1:2로 추격 중이던 3회말 2사 3루의 기회를 외야 플라이로 날려버리면서 동점 기회를 날려버리기도 했다.

한화는 3회초 2사 2-3루에서 김경언의 좌전 2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렸고 4회에는 메이저리그 출신 모건의 2루타와 정범모의 희생번트, 강경학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벌려놓았다. 6회에도 모건의 2루타와 정범모의 희생번트에 이어 강경학의 중전 적시타로 한 점을 달아났다. 102개의 공을 던진 넥센 선발 밴헤켄은 6이닝을 버티지 못한 채 5와 3/2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고 7회까지 4:2로 한화가 앞서고 있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한화 팬들은 ‘우리 한화가 달라졌어요’라며 개막전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운명의 7회말. 삼성에서 한화로 유니폼을 바꿔입은 권혁이 넥센의 3번 타자 유한준에게 투런포를 허용하면서 4:3으로 쫓기게 되었고, 8회말에는 선두 타자 김민성을 2루타로 내보낸 후 이성열의 내야 땅볼 때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특히 스나이더 대신 타석에 들어선 김지수의 번트 타구를 안전하게 처리하면서 진루를 허용하지 않았으나 윤규진의 폭투로 김민성을 3루까지 보내준 데다, 이성열이 친 땅볼을 유격수 권용관이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게 되었다.

경기는 연장을 거쳐 12회말 넥센 서건창의 끝내기 홈런으로 마무리되었다. 비록 패하기는 했어도 한화로서는 선발 탈보트의 호투와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었던 중간 계투진의 안정, 그리고 6번 타자로 4안타를 작렬시킨 모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가능성은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해도 되겠다. 어느 네티즌은 “한화가 달라졌다. 지기는 지는데 어렵게 진다”면서 이전과는 달라진 한화의 경기력을 인정하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과연 허약한 병아리에서 다시 하늘을 나는 독수리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인가. 관심을 갖고 올 시즌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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