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해적 강정호의 빅리그 신고식

류현진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는 두 번째이자 야수 출신으로는 처음 빅리그에 진출한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드디어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2015년 4월 9일(한국 시각) 신시내티 레즈전을 통해서다. 4월 7일 열렸던 개막 첫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던 강정호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2015시즌 MLB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대타로 나서 빅리그를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8회 초 4:4 동점 상황에서 피츠버그의 4번째 투수 카미네로 대신 9번 타자 타석에 들어선 강정호는 신시내티의 4번째 투수 점보 디아즈가 던진 95마일(153km)짜리 몸쪽 패스트볼을 잡아당겼다. 3루 라인을 타고 흐르는 강습 타구였다. 하지만 신시내티 3루수 프레이저가 안전하게 처리했고 1루 송구까지 마무리 지었다. 강정호의 데뷔 첫 타석 공식 기록은 3루 땅볼.

깊숙한 타구였으므로 차라리 파울이었으면 한 번 더 기회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또한, 데뷔 타석에 들어선 후 원 볼 상황에서 두 번째 공을 받아쳤으므로 볼을 더 많이 봤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스탠딩 삼진처럼 소극적이지 않고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는 점이다. 강정호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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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가 역사적인 데뷔전을 치른 이날 경기는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로 풍성했던 날이었다. 먼저 폭우로 인해 2시간 30분을 기다린 끝에 경기가 시작되는 경험을 해봤다. 오후 7시에 시작될 예정이던 경기는 9시 반에서야 겨우 시작될 수 있었다. 한국 프로야구였다면 우천을 이유로 경기 시작 전에 취소되었거나 30분 후에 바로 취소가 결정될만한 일이었다.

7회까지 1점씩을 주고받은 두 팀은 정규 이닝을 4:4로 마치고 연장으로 들어서야 했다. 워낙 늦은 시간에 시작했으므로 자정을 훌쩍 넘겨 새벽까지 이어져야 했다. 일명 1박 2일 연장 승부였던 셈이다. 또한, 연장 11회 말에 등장한 피츠버그 8번째 투수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 프로야구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레다메스 리즈이기도 했다. 리즈가 조이 보토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은 시간은 거의 새벽 2시가 되어가는 시각이었다.

강정호의 혹독한 신고식은 그걸로 그치지 않는다. 다음 날은 이동일이므로 오후 1시에 경기가 열린다. 경기가 끝난 지 11시간 만에 다시 경기를 치르게 되는 것이다. 1박 2일(또는 무박 2일) 경기는 강정호에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2008년 6월 12일 강정호는 기아와의 경기에서 이미 치른 적이 있었다. 이 경기에서 강정호는 6시간 17분의 승부를 마무리 짓는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었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단번에 만족하기는 어려우니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강정호의 빅리그 데뷔는 류현진에 비하면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지만 천리 길을 내닫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해적선에 올라탔으니 이제는 승리를 훔치는 고약한 해적이 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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