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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자살바위 대신 전망대가 만들어진 부산 태종대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자살바위 대신 전망대가 만들어진 부산 태종대

자살바위

시골 촌놈이 서울에 올라와서 63빌딩 보고 정신을 못 차리자 지나가던 행인이 63빌딩을 보려면 한 층에 1,000원씩 요금을 내야 한다며 골렸다는 우스개소리가 있다. 반대로 서울 촌놈에게 부산 사람은 이런 말을 한다. 태종대에 있는 자살바위에서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서로 먼저 뛰어내리겠다고 뒤엉켜 싸우는 통에 아예 크게 만들어 놓았다고 말이다.

태어나서 처음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게 바로 그 자살바위였다.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그런 기구한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정말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찾는 곳인지도 궁금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간 태종대는 말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만이 한없이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서 찾아오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20여 년 만에 다시 찾아간 태종대에는 더 이상 자살바위는 없었다. 자살바위라는 기구한 이름의 흔적을 지우고 싶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살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곳에는 현대식 전망대가 대신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좋은 자리에 자살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으니 창피한 생각도 없지 않을 것이나 옛것에 대한 청취마저 함께 지워진 듯해서 씁쓸하기만 했다.

자살바위라는 이름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흔적은 남아있었다. 전망대 앞에 세워진 모자상이 바로 그것이다. 어린 아들과 딸은 양쪽 무릎에 앉힌 엄마의 모습 아래로 ‘모자상은 세상을 비관하며 전망대에서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진한 사랑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여 삶의 안식과 희망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1976년에 설치하였음’이라는 안내가 붙어있다.

예전에는 태종대를 일주하는 택시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다른 교통수단은 이용할 수 없고 걷거나 유람선을 타거나 다누비 열차를 이용해야 한다. 다누비 열차는 놀이동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명 코끼리 열차라고 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다르게 말하면 정원 96명짜리 순환버스라고 할 수 있다. 걸어가는 것보다 상당히 수월하게 그리고 빨리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 지치지 않고 편안하게 태종대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다.

요금은 성인 1,500원에 청소년 1,000원으로 4인 가족이 이용하려면 5,000원이지만 가족요금제로 4,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렸다가 타고 싶은 곳에서 다시 탈 수도 있다. 별도의 탑승 시간이 지정되어 있지는 않으므로 빈자리가 보일 때 타면 된다. 다만, 인파가 밀리게 되면 승강장에서 하염없이 탑승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유람선은 두 가지 코스가 있는데 태종대 입구에서 출발해서 영도 등대에 내렸다가 돌아오는 코스가 하나이고 영도 등대에서 출발해서 태종대 입구로 돌아오는 코스가 다른 하나다. 태종대 입구에서 탈 경우에는 태종대 앞바다를 한 바퀴 돈 후 영도 등대에서 내려주는데 거기에서 태종대 전망대에 들렀다가 내려오면 다시 태종대 입구로 데려다 준다. 영도 등대에서 탑승할 경우에는 반대로 태종대 앞바다를 한 바퀴 돈 후 태종대 입구로 향한다.

이런 곳에 굳이 전망대가 필요할까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는데 막상 전망대로 들어서니 태종대 앞바다를 찬찬히 돌아보며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괜찮은 느낌이었다. 특히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거나 비바람이 몰아칠 때면 이보다 더 좋은 시설도 없으리라. 또한, ‘겨울연가’의 히로인 최지우 사진전이 열리고 있기도 했는데 비록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전시는 아닐지라도 나름 볼만한 전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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