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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와 길고양이들의 러브스캔들, 고양이춤

고양이춤

주인 없이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를 ‘길고양이’라고 부른다. 줄여서 ‘길냥이’라고도 한다. 이들의 예전 이름은 ‘도둑고양이’였다. 밤에만 주로 돌아다닌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었다. ‘도둑’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이 인간들에게 그리 호의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오히려 쓰레기통을 뒤지고 어지럽힐 뿐만 아니라 보호받지 못하고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퇴치의 대상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들이 어디에서 온 것일까라는 부분으로 돌아가면 다소 복잡해진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높고 한바탕 논쟁을 벌이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보호를 거부하고 자유를 찾아 길거리로 나온 것이냐 아니면 애정이 부족한 인간의 이기적인 생각이 그들을 길바닥으로 내몬 것이냐 하는 문제와 만나게 되는 까닭에서다. 여기에는 주인이 직접 내다 버린 경우도 포함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불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애정까지는 아니더래도 관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들을 불결하게 보는 이들은 주인 없는 고양이들을 인정할 수 없기에 퇴치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그들 스스로가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입장이다. 이는 가치관의 차이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고양이에 대한 수용 정도에 따라 갈리는 부분이라 하겠다.

“두 남자의 길고양이들의 러브스캔들?!”이라는 홍보문구가 붙어있는 영화 ‘고양이 춤(dancing cat)’은 두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길고양이들의 모습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보니 시작부터 특이한데 주연배우의 이름이 걸려야 할 부분에 깜냥이, 희봉이, 잠보, 예삐, 코봉이, 호순이와 같은 이름들이 보인다. 고양이 영화답게 길고양이들의 이름을 주연배우로 올려놓았다.

영화는 두 남자의 나레이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내용도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서 진행된다. 하나는 시인이자 여행가인 이용한 작가의 목소리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CF감독으로 일하고 있는 윤기형 감독의 목소리이다. 이들은 어느 날 문득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모르고(또는 외면하고) 살았던 고양이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비로소 길 위에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들도 살고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영화 첫 부분 주연배우 이름 부분에 등장하는 이름들이 그들이 만난 길고양이들의 이름이다. 어느 날 문득 길고양이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용한 작가는 스틸컷으로 말하고 그처럼 문득 길고양이들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아두었던 윤기형 감독은 동영상으로 말한다. 정지 화상과 동영상의 만남인 셈이다.

이용한 작가는 자신의 사진과 길고양이들과의 인연을 엮어 ‘안녕, 길고양이는 고마웠어요'(2009), ‘명랑하라 고양이'(2011), ‘나쁜 고양이는 없다'(2011)와 같은 3권의 책을 펴낸 바 있다. 윤기형 감독이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시립도서관에서 우연히 이용한 작가의 책(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을 접하고부터였다. 두 남자가 길고양이와 만나게 된 것도 운명이겠지만 두 남자끼리의 만남도 운명인 셈이다.

사진으로 말하는 이용한 작가의 부분은 다분히 에세이스럽다. dall-lee라는 닉네임의 유명 블로거(gurum.tistory.com)이다 보니 내용도 다양하다. 보은의 표시로 길고양이가 새를 잡아다 놓는 에피소드는 포털사이트 다음 메인에 뜨면서 수십만의 방문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윤기형 감독의 부분은 짝짓기나 출산과 같이 희귀자료(?)로서 가치 있는 내용도 있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의 커플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는 길고양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해를 구하지도 않고 애정을 구걸하지도 않는다. 그저 길 위에 또 다른 삶도 있다는 작은 속삭임일 뿐이다. “길 위에 사람이 산다. 그리고 고양이가 산다”고 하는 마지막 멘트가 깊게 울리는 것도 그 때문일 게다. 하지만 문제의식이 없이 낭만에 치우친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별다른 천적 없이 번식해 가는 길고양이를 그냥 내버려 둘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니 말이다.

고양이 춤(Dancing Cat, 2011)
다큐멘터리 | 한국 | 76분 | 개봉 2011.11.17 | 감독 : 윤기형
출연 : 이용한(나레이션), 윤기형(나레이션), 길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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