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이 몰아치던 속초 동명항

동명항

속초에 들른다면 갯배를 타고 아바이 순대와 생선구이를 맛 보아야 한다. ‘가을동화’와 ‘1박2일’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곳들이기 때문이다. 일명 성지순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파리에 가면 에펠탑에 가보아야 하고 런던에서는 빅벤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찍어야 하듯이 속초에 간다면 갯배와 아바이 순대, 생선구이는 필히 들러야 할 곳들이다.

하지만 항구라면 달라진다. 저마다 특성이 다르기에 딱히 여기가 좋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탓이다. 속초항도 있고 대포항과 장사항, 가진항 그리고 아야진항과 봉포항, 공현진항 등 여러 항구가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서 가까운 곳으로 향하거나 저마다 추천하는 이유가 다르므로 각기 의견을 참고하는 것도 좋겠다. 그중에서 내가 동명항을 선택했던 것은 등대 전망대를 통해서 바다를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갯배를 타고 생선구이를 맛본 다음 동명항으로 찾아가는 길은 그다지 순탄치 못 했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제법 빗줄기가 굵어졌기 때문이었다. 더불어서 바람도 세졌고 기온도 많이 내려간 상태였다. 겨울바다도 그 나름대로 낭만적이기는 하지만 아직 겨울을 대비하지 못한 이방인의 입장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날씨에 바다를 보러 간다는 게 잘 하는 일일까 싶은 생각까지도 들었다.

결론적으로 동명항은 언제 가보아도 좋을 곳이었다. 속초시 동복쪽에 위치하고 있는 동명항은 주변 항구 가운데 비교적 큰 항구인데다 1978년부터 15년 동안 약 500m 길이의 방파제가 축조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비바람이 몰고 온 거센 파도가 방파제에 부서지는 모습이 오히려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파도는 쉴 새 없이 몰아쳤고 방파제에서 그 모습을 구경하던 이방인을 수시로 위협하기도 했으나 비바람이 불어줘서 오히려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방파제 끝으로는 빨간 등대가 하나 서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동명항 입구에서부터 통제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다 보니 보행 중 발생할지도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였다. 그렇지만 방파제 왼쪽의 얕은 야산 위에는 영금정(靈琴亭)이라는 정자가 있어서 아쉬움을 달래주었고 그 왼쪽으로는 바다 쪽으로 다리가 나있고 그 끝에 또 하나의 정자가 있기에 파도를 보다 가까이서 만나볼 수도 있었다.

동명항이라는 이름은 동해에서 해가 밝아오는 항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1월 1일 새해의 첫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으며 특히 영금정은 항구 주위로 일출을 잘 볼 수 있는 명소라고 한다. 동명항에는 배모양의 현대식의 회센터가 들어서 있는데 1층에서 회를 사서 2층에서 먹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직접 다녀온 경험자에 따르면 회도 싱싱하고 가격도 다른 곳보다는 저렴하다고 한다.

동명항에서 회를 맛보지 못 했던 것은 이미 생선구이를 먹고 온 후였기 때문이었다. 동명항에서 회를 먹을 생각이거든 생선구이를 먹지 말거나 아니면 저녁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날이라도 좋다면 모르겠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는 곳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어쩌면 이런 아쉬움이 있기에 다음에도 또 동명항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동명항 그곳은 거센 비바람마저도 낭만적이던 곳이었으니까.

2 Comments

  1. 초아

    2016년 11월 19일 at 6:58 오전

    여러차례 속초를 들렸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더 많습니다.
    물론 이곳 동명항에도…
    다리로 이어진 정자에 눈이 확 끌렸습니다.
    언젠가 꼭 들려봐야겠다 마음에 도장 찍어두었습니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journeyman

      2016년 11월 21일 at 10:53 오전

      자그마한 언덕 위에 있는 영금정이 동명항을 대표하기는 하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바다로 향해 있는 정자입니다.
      기회되실 때 다녀오시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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