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도 없이 아내와 단둘이 떠난 일본 온천여행

믿고 의지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그것도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외국이라면 더 할 수밖에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만 졸졸 따라다니는 패키지가 아니라 모든 일정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자유여행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저렴하다는 이유(따지고 보면 그렇게 싼 것만도 아니지만)에서였다. 걱정이 앞서기는 했어도 어쨌든 첫 경험이 주는 묘한 흥분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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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가항공 티웨이(Tway)에서 제공하는 기내식은 쥬스와 믹스넛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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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출국 일자가 가까워 오면서 흥분은 점점 두려움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일정이 촉박하다 보니 여행사에서 보내주기로 한 자료들을 출국 날 공항에서 받기로 했다는 점도 패착이었다. 사전에 받았더라면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어쨌든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저 몸으로 부딪히는 수밖에는 없었다. 겁도 없이 아내와 단둘이 떠난 2박 3일간의 일본 자유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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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오카 공항과 우레시노IC행 버스표 자판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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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50분에 인천을 출발한 비행기는 1시간 10분을 날아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사람 사는 곳이니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도착하는 순간부터 힘겨운 고난의 연속이었다. 먼저 후쿠오카에서 우리와 같이 우레시노로 온천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했었데 예상과 달리 아무도 없이 달랑 우리 부부뿐이었다. 믿고 의지할 그 누구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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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오카 공항에서 끊은 버스표와 황량하기만한 우레시노IC 승강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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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짓 발짓하며 공항에서 우레시노로 향하는 고속버스표를 끊어야 했고 그것도 1인용 왕복티켓인데 2인이 편도로 쓸 수 있는 표였다는 점도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하면 어느 정도의 할인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1시간 반을 달려 우레시노IC에 내렸을 때는 공항에서보다 더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맞아주는 그 누구도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안내표시도 없었다. 료칸으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일본인이 받을 뿐이었다. 손짓 발짓도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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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레시노 카스이엔 료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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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잠시 후 차 한 대가 와서 김상을 외쳤다(다음 날 아침에 만난 부부는 우리보다 하루 먼저 도착해서 료칸까지 30분 이상을 걸어왔다고 한다). 어쨌든 해외에서 미아가 될 뻔했던 신세는 면하게 되었다. 카스이엔 료칸에 도착하니 한국인 직원이 있어서 그나마 편하게 안내를 받을 수 있었고 비로소 가슴도 진정시킬 수가 있었다. 객실을 안내한 한국인 직원은 우선 차부터 마시라며 차를 내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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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스이엔 료칸 다다미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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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객실은 침대가 있는 양실이었지만 출발하기 전 다다미방으로 바꾸었다. 물론 1인당 1,000엔씩의 추가 비용이 든다. 방은 비교적 큰 편이었고 사이즈도 넉넉하니 좋았다. 달랑 하룻밤만 지내기에 아까울 지경이었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사정도 모르고 떠나온 것을… 옷장에 준비된 유카타로 갈아입으니 그제야 일본에 온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저녁식사를 위해 1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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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식사로 나온 카스이엔 료칸 코스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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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시간을 7시로 얘기해 놓았으므로 식당에는 이미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회 몇 점과 튀김, 생선과 나물에 전골로 구성된 코스요리였다. 예쁜 그릇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기는 했지만, 코스요리라는 이름에 너무 기대했던 탓인지 감동적인 내용은 아니라서 다소 실망스럽기는 했다. 게다가 특출난 맛도 아니었고 내 입맛에는 조금 짠듯싶기도 했다. 그래도 정갈한 모양새는 보기에 좋았다. 맛 보다는 멋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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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하 1층에 있는 카스이엔 료칸 온천 대욕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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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후 온천탕으로 향했다. 우레시노는 일본 3대 미인 온천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온천 성분상 미끄러지기 쉬우므로 조심하라는 당부도 있었으나 어딜 가나 그 정도의 과대(?) 선전은 있기 마련이므로 그저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탕에 들어가니 앉자마자 기름을 바른 것처럼 몸이 미끌미끌해지는 신비의 체험(?)을 하게 되었다. 미끄러질 수도 있다는 말은 결코 허튼소리가 아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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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층에 있는 카스이엔 료칸 온천 노천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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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지하 1층에 대욕탕이 있고 9층에 야외 노천탕이 있는데 비수기 평일이기 때문인지 사람이 거의 없어 혼자서 전세 내다시피 하며 온천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노천탕에서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여유로이 즐기는 온천이 호사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지겨워지면 나와서 주변의 경치를 즐겼고 다시 탕에 들어가 몸을 녹이기를 반복하니 대기업 회장이 부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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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락형 조식과 하카타역으로 향하는 고속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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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조식은 7시 반으로 예약했다. 다음 일정을 생각하면 9시 25분 버스를 타야 하기에 서두를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조식은 도시락 형식 메뉴에 이 지역 명물이라고 하는 온천 두부가 곁들여 나왔다. 9만원이 추가되더래도 이곳에서 2박을 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지만 이미 다른 일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료칸도 온천도 하루로는 너무 아쉽기만 했다…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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