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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주어진 이름에 만족하십니까?

이름

 

흔한 성(姓)은 흔한 이름을 낳을 수밖에 없다. 운명이고 숙명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이름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의 성을 탓하는 것이 먼저다. 거기에 돌림자까지 들어가면 마지막 한 자로만 이름을 결정해야 하는데 도저히 그럴듯한 이름이 나오려야 나올 수 없게 된다.

나는 김(金) 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김이라는 성이 낙인처럼 찍힌 것이다. 이름은 선택의 여지가 있으나 성은 그럴 수 없다. 물론 자신의 이름에 대한 선택권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최소한 여러 가지 중에서 하나를 고르기 마련이니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어찌할 수 없는 성보다는 형편이 낫다고 하겠다.

김 씨 집안에서 태어나서 ‘도(度)’라는 돌림자를 가졌다. 이쯤 되면 ‘성’만이 문제라고 할 수도 없다. 성은 ‘김’이지만 ‘김도’가 성이라 해도 틀리지 않아 보인다. 선택할 수 있는 이름이 단 한 자뿐이기 때문이다. 그 한 자를 평생 달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좋고 나쁘고, 예쁘고 그렇지 않고를 따지기에는 제약이 커도 너무 크다. 물론 김훈과 같은 외자 이름도 있기는 하지만 차라리 외자가 더 날지도 모르겠다.

순서로 보면 나는 5명의 아들 중에서 4번째에 속한다. 이는 위의 3명이 가져간 이름을 쓸 수 없다는 말이 된다. 그나마 마지막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면 다행일 수 있으려나. 아무튼 큰집 첫째가 성이라는 이름을 차지했고 그 후로 작은 집 첫째와 둘째에게 수와 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나에게 광이라는 이름이 지어졌고 작은 집 막내에게는 신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김도성, 김도수, 김도형, 김도광, 김도신.

우리 집안 남자들에게 붙은 이름들이다. 그나마 둘째 큰집 아이들은 항렬을 따르지 않아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늘어놓고 보면 빛 광(光) 자가 들어가서 그런지는 몰라도 개중에는 제일 빛나 보이기도 한다. 만일 돌림자인 도가 없다면 더 그럴듯한 이름이 됐을 수도 있겠다. 김광은 이상해도 김도신보다는 김신이 더 낫지 않은가.

어릴 적 요강이나 강도로 불리면서 내 이름을 혐오하던 시절도 있었다. 누구나 그런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장성해서 예술가로 활동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김현(金賢)’이라는 예명을 짓기도 했었다. 하지만 예술의 나래를 펼치지 못한 상황에서 김현이라는 이름은 단 한 번도 내 이름으로 불릴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름을 바꾸고 싶지도 않다. 만족해서라기보다는 귀찮다는 이유가 더 크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다들 좋은 이름을 지어주고자 한다. 작명소에서 돈 주고 이름을 받아 오는 것도 좋은 이름에 대한 기대 심리에서다. 좋은 이름이 아이의 미래를 밝게 해준다고 믿는 탓이다. 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이름이 좋지 않아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름의 주인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그 역시 결과론이니 궤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 이름에 붙은 빛 광자는 법 도자와 붙어 빛나는 법률가가 되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큰집이나 작은 집 형제들도 비슷하다. 별이 되라거나 머리가 되라는 등의 뜻일 테니. 그중에서 법률 쪽에서 일하는 이는 작은 집 둘째가 유일하다. 그나마도 법무사 출신인 작은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았으니 이름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거시기하다.

내 아이에게만은 김이라는 흔한 성에서도 비교적 예쁜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예라는 글자로 정했다. 김이라는 성 뒤에 있어도 촌스럽지 않고 별스러운 맛도 느껴졌다. 큰 아이에게는 준이라는 이름을, 둘째에게는 훈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만족스러웠고 아이에게 예쁜 이름을 지어준 내 스스로가 대견했다. 아버지가 살아계시다면 손주의 이름이 어떠시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2 Comments

  1. 김 수남

    2017년 3월 17일 at 12:43 오후

    어머,이제 확실히 Journeyman님에 대해 알게 되어서 감사합니다.이번에 머그 컵 행사로 인해 그러신 줄을 알았는데 오늘 나눠 주신 글을 통해 김도광선생님이심을 알 수 있어 너무 반갑고 감사합니다.
    빛 광자를 쓰시는 성함이시니 더욱 빛이나고 좋습니다.좋은 이름이 분명합니다.
    두 자녀 분의 이름 준과 훈도 정말 부르기 좋고 기억하기도 좋은 이름이네요.
    먼 곳에 가 계신 선생님 아버님께서도 흐뭇해 하시면서 아주 잘 지었다고 칭찬하실 것 같습니다.

  2. 김 수남

    2017년 3월 17일 at 12:44 오후

    우리 위블로그를 위해 늘 수고해 주시고
    즐겁고 반가운 좋은 행사들도 만들어 주시고 애써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새 봄과 함께 우리 위블로그와 운영자님의 모든 일들이 선생님 성함의 빛 광자로 인해
    더욱 환하게 빛이 나게 되길 축복합니다.
    제대로 알게 된 것을 또한 기뻐하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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