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도 없이 아내와 단둘이 떠난 일본 기차여행

온갖 호사를 다 누릴 수 있었던 료칸에서 서둘러 나와야 했던 것은 하카타역에서 기차를 타야 하기 때문이었다. 젊은이들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유후인으로 떠나는 기차의 출발 시각은 12시 18분으로 약 2시간의 이동거리를 고려한다면 9시 25분발 고속버스를 타야만 했다. 우레시노에 대한 아쉬움은 떠나기 전 마을을 잠깐 둘러보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다. 올 때처럼 왕복승차권을 사기 위해서 고속버스 기사에게 보여줄 말을 한국인 직원에게 적어 달라고 부탁하고 송영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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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그마한 전원마을 우레시노와 하카타역으로 향하는 고속버스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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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타역은 후쿠오카 공항에서 두 정거장을 더 가는데 요금은 동일했다. 전날 후쿠오카 공항에서 왕복 2인용으로 구매했어도 될 뻔했다. 하카타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전에 구매한 기차표를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JR패스로 교환하는 일이었다. 그리고나서 유후인 기차표를 다시 예매해야 하는데 자유석은 JR패스로 그냥 탈 수 있고 지정석은 별도의 기차표를 끊어준다. 만석이면 탈 수조차 없기 때문에 돌아올 차편도 미리 예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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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동안 쓸 수 있는 JR패스와 오이타행 특급열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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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을 마다하고 유후인으로 떠나야만 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예쁘기로 소문난 유후인노모리 기차를 타보기 위해서였는데 아쉽게도 출발시각을 맞출 수가 없었다. 하카타역에서 출발하는 유후인노모리는 하루에 3번(9:20, 10:18, 15:36)만 있을 뿐인데 10시는 너무 이르고 2시는 너무 늦기 때문이었다. 하는 수없이 오이타행 특급열차를 타고 돌아 오는 차편만 유후인노모리를 이용하기로 했다. 다행히 오는 차편은 자리가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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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시대로 돌아간듯한 분위기의 오이타행 특급열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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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노모리가 아니더래도 일본의 기차는 예쁘기 그지없다. KTX나 새마을, 무궁화처럼 획일화되어 있지 않고 각자 개성이 있어서 골라 타는 재미도 있고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유후인으로 떠날 때도 유후인노모리가 아니어서 아쉽다고 생각했었지만, 딱히 그렇지만도 않은 게 나무로 장식된 클래식한 객실 분위기가 여행의 기분을 돋워주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바닥도 나무 바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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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인들의 성지 유후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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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 반 정도였고 하카타에서 올 때 예매했던 유후인노모리의 출발 시각은 5시 7분으로 약 2시간 정도의 여유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 긴린코도 둘러봐야 하고 유후인 거리도 돌아다녀야 했다. 다소 무리한 일정이었고 들어간 비용을 생각하면 상당히 무모한 일정이었지만 기차여행을 해봤다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시간 절약을 위해 1시간에 200엔짜리 자전거를 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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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후인의 명물 긴린코와 미니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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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린코는 워낙 물이 맑아 물고기의 비늘이 다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고 하는데 그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고 분위기는 포천에 있는 산정호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언뜻 들려오는 한국인 가이드의 말로는 긴린코 노천탕이 남녀혼탕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유명한가 싶기도 하다. 또한, 근처에 전통가옥이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역까지 이어진 길에는 아기자기한 미니샵들이 즐비하므로 돌아보는 재미가 상당하기에 2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은 상당한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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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기로 소문난 유후인노모리와 기관사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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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다시 또 돌아가야 할 시간. 유후인에도 온천이 유명하므로 만일 유후인노모리를 타고 싶다면 우리 부부처럼 우레시노가 아니라 차라리 유후인 료칸에 투숙하는 게 여러모로 여유 있어 보인다. 유후인노모리 기차는 듣던 데로 대단한 명물이었다. 한 번쯤은 타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특히 맨 앞좌석에 앉으면 기관사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볼 수 있다. 전석 지성석이므로 평일이 아니라면 미리 예매해야만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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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객들의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여승무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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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과 하카타는 약 2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특급열차에는 식당칸이 없었지만 유후인노모리에는 매점도 있고 여승무원도 있기에 특급열차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고 열차 내부도 마치 대륙횡단 열차처럼 호사스럽다. 가는 도중에는 여승무원이 유후인노모리 기념패널과 함께 승무원 모자를 빌려주고 기념사진까지 찍어주는 서비스도 있다. 한 번쯤 타볼 만한 열차여행이 아닐 수 없다(‘유후인노 모리’는 ‘유후인의 숲’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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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에서 판매하는 예쁜 도시락과 매점의 여승무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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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타역에 도착하면 내리고 싶지 않다는 유혹을 느낄 것이다. 이대로 밤새도록 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차피 3일짜리 레일패스가 있으니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하카타역이 종착역이므로 내릴 수밖에 없다. 북큐슈 레일패스는 기본 3일권으로 3일동안 북큐슈의 모든 기차를 무료로 타고 다닐 수 있다. 일정이 넉넉하다면 기차만 타고 다녀도 재미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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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카타역에 도착한 유후인노모리와 하카타역 근방 시내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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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타역에 도착한 시간은 7시 15분이었다. 이제 후쿠오카에서 두 번째 밤을 보낼 코트호텔을 찾아가야 한다. 우레시노와 유후인처럼 동화 속에서만 지내다가 갑자기 현실 세계로 내던져진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일본에서 겁도 없이 아내와 단둘이 떠났던 자유여행은 그렇게 작지만 큰 추억을 남겨주었다. 설레임과 두려움을 안고 시작된 첫 자유여행이었지만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이 가장 큰 선물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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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딱지만한 코트호텔과 후쿠오카 공항철도에 걸려있는 겨울연가 광고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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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호텔은 하카타역에서 약 7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었는데 여행박사에서 알려준 대로 따라가니 비교적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코딱지만한 크기의 객실이 당황스럽기도 했으나 어쨌든 잠만 자는 용도이므로 더 클 필요도 없겠다 싶다. 이렇게 후쿠오카에서의 3일이 지났다. 오후 비행기(14:50)를 타고 와서 낮 비행기(12:25)를 타고 돌아가야 하는 통에 가뜩이나 짧은 여정이 후딱 지나가 버렸지만 첫경험으로는 비교적 괜찮은 여행이라는 생각이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1월 12일 at 12:10 오후

    저도 유후인에서 기차를 타고 후쿠오카까지 거꾸로 갔었지요.
    눈내리는날이었는데 유후인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족욕하는 재미가
    꽤 좋더라구요.

    로빈님.
    여기서는 다른 닉을 사용하시는군요.
    좀 많이 헤맸지만 이제는 글 제대로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2. soonamsky

    2016년 1월 12일 at 10:34 오후

    28년 전 남편이랑 다녀 온 일본 여행인데 저희가 못 본 곳까지 잘 안내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함께 여행을 한 듯 하네요.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감사합니다.

데레사 에 응답 남기기 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