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노래만 나온다는 인사동 메밀꽃 필 무렵

김광석

 

인사동의 많고 많은 술집 중에서 특별히 그 집을 가고자 했던 이유가 있기는 했다. 음식 맛이 어떤지도 모르고 가격대가 어떤지도 모르며 분위기가 어떤지도 모르지만 한 번쯤은 가봐야 할 것만 같은 일종의 호기심과 의무감이 반반씩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는 김광석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김광석의 노래만 흘러나오는 곳.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가?

‘인사동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이름 자체는 고상하지 않은 편이다. 분위기도 여느 주점과 다르지 않고 메뉴도 마찬가지다. 다른 집과 차이라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김광석이라는 존재와 그의 노래다. ‘인사동에 그런 곳이 있다더라’, ‘인사동에 김광석의 노래만 나오는 주점이 있다더라’라는 말만 듣고도 무작정 찾아올만한 집인 셈이다.

이 집을 찾기는 쉽지 않다. 스포츠신문의 숨은 그림 찾기나 미로탈출과 같은 미션처럼 지도를 보고 또 보고 나서야 한다. 힘들게 찾은 만큼 찾고 나면 안도의 숨을 몰아쉴 수 있게 된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집이라면 좀 싱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자고로 사람이란 쉽게 얻은 것보다 어렵게 얻은 것에 더 만족하고 애착을 갖게 되는 법이니.

이 집에는 술을 먹으러 온 게 아니었다. 분위기에 취하러 온 길이었다. 그래도 일단 들어왔으니 소주와 맥주를 섞은 일명 소맥을 돌렸다. 안주로는 두부김치를 주문했다. 분위기는 여느 주점과 다를 바 없었다. 벽은 낙서로 가득했고 탁자에는 방문자들이 넣어둔 명함들이 그득했다. 그리고 그 사이로 김광석의 노래가 흘렀다.

그런데… 내가 원했던 분위기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김광석의 노래만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옆자리 소음에 김광석의 목소리가 묻히다 보니 여느 술집과 차이가 없었다. 딱 두 테이블만 찼을 뿐인데도 그랬다. 그렇다고 옆자리에 침묵을 강요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이 집은 음악감상실이 아니고 주점이니 말이다. 주인이 알아서 조절을 해줘야 하는데 그럴 의지는 없어 보였다.

맛도 특별하다고 할 수 없었다. 두부김치가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냐마는 굳이 이 집을 찾아온 길이라면 뭐라도 기억에 남아야 할 터이나 분위기도 맛도 그렇지 못했다. ‘인사동에 그런 집이 있다더라’로 끝내야지 일부러 찾아올 필요까지는 없어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집 분위기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순전히 내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점을 밝히기는 해야겠다.

안주가 애매하게 남아 소주를 추가할까 고민하던 차에 과감히 일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김광석의 노래만 나오는 집이라는 호기심은 해결했으니 더 머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자리를 마치고 일어날 즈음 들어갈 때 흐르던 노래가 다시 나오고 있었다. 김광석의 노래도 돌려 막기에 불과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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