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를 누르고 아카데미 작품상에 오른 문라이트

문라이트4

 

세상에서 선택할 수 없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피부색이고 다른 하나는 성별이다. 부모도 바꿀 수 없기는 하지만 입양이라는 형식이 그를 보완해준다. 같은 의미에서 국적도 다르지 않다. 태어난 곳은 선택할 수 없어도 이민이라는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결국 남은 건 피부색과 성별이다. 세월이 흘러도, 하늘이 두 쪽으로 갈라져도 바꿀 수 없다.

미국의 44대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흑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대통령에 올랐다. 야구 선수 재키 로빈슨의 등번호 42번은 메이저리그 전 구단 최초의 영구 결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흑인들은 아직도 불우하게 태어나 불우하게 자란 후 불우하게 살다 불우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받아야만 하는 멸시와 천대 역시 여전하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샤이론(알렉스 R. 히버트)의 피부는 검은색이다. 태어나고 자란 곳 역시 흑인 빈민가이고 엄마(나오미 해리스)는 몸을 팔아 돈을 버는 매춘부다. 아버지가 모른 채 불우하게 태어난 샤이론은 빈민가에서 아이들에게 이유 없이 괴롭힘을 당하며 불우하게 자라고 있다. 세상 어디에도 탈출구는 없어 보였다.

그런 샤이론 앞에 구세주처럼 후안(메어샬라 알리)이 나타난다. 주눅 들고 연약해 보이는 샤이론이 안쓰러웠던 후안과 그의 여자친구 테레사(자넬 모네)는 샤이론에게 든든한 기둥이 되어 준다. 그들은 샤이론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이유 없이 괴롭히는 아이들로부터, 날로 괴팍해지는 엄마로부터 피난처가 되어주기도 했다.

샤이론에게 후안은 친구 이상이었다. 자신에게 아빠가 있다면 후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그런 샤이론에게 후안은 “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해.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마”라는 충고를 들려준다. 후안이 더 오래 살았더라면 샤이론의 앞날도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마약상이었던 후안은 젊은 나이에 요절하면서 갑작스럽게 샤이론의 곁을 떠나고 만다.

샤이론에게 친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또래 중에서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케빈이 있었다. 소심한 샤이론이 학교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케빈의 영향이 컸다. 샤이론에게 후안이 기댈 수 있는 나무 같은 존재였다면 케빈은 잠시 쉴 수 있는 의자 같은 존재였다. 그랬기에 잠깐일지라도 케빈의 일탈은 샤이론에게 충격으로 전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2월 열렸던 제89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라라랜드'(La La Land, 2016)를 누르고 작품상에 올랐던 영화 ‘문라이트'(Moonlight, 2016)는 흑인으로 태어나 흑인으로 자라 흑인으로 살아야 하는 흑인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에 더해서 영화는 선택할 수 없었던 그래서 더욱 원망스러웠던 피부와 성 정체성에 대해서도 말한다.

영화는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다. 그저 담담히 자라는 흑인 소년(애쉬튼 샌더스)과 그 소년이 자라 청년(트레반트 로즈)이 되는 과정을 그려 나간다. 피부색이 검지 않아도 충분히 우울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란 소년 그리고 그 소년이 청년이 되는 과정. 매춘부 엄마, 마약상 후견인 그리고 그의 죽음, 절친했던 친구와 그의 일탈, 그 속에서 소심했던 소년은 건장한 청년으로 탈바꿈해간다.

성년이 된 샤이론은 예전의 소심한 리틀이 아니었다.”언젠가는 뭐가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해.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마”라던 후안의 충고에 따라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키워갔다. 그럼에도 샤이론(블랙)은 겉모습은 건장해졌지만 속은 여전히 여린 리틀이었다. 오랜만에 케빈(안드레 홀랜드)과 해후한 샤이론을 바라보는 눈빛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드는 것도 그 때문일 게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으로 호명된 작품은 ‘라라랜드’였다. 하지만 잘못 발표된 것이 확인되었고 이내 ‘문라이트’로 변경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라라랜드를 상업영화라고 한다면 문라이트는 예술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두 영화 모두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라라랜드’의 결말도 훌륭했지만 ‘문라이트’의 결말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문라이트(Moonlight, 2016)
드라마 | 미국 | 111분 | 2017 .02.22 개봉 | 감독 : 배리 젠킨스
출연 : 마허샬라 알리(후안), 나오미 해리스(폴라), 트래반트 로즈(블랙), 자넬 모네(테레사)

2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5월 18일 at 4:57 오후

    나는 두 영화 다 보고 싶은데 하나도 못 봤어요.
    극장에서 두어시간을 가만히 앉아 있을 자신이 없어서요.

    • journeyman

      2017년 5월 18일 at 5:52 오후

      라라랜드는 극장에서 봤지만 문라이트는 집에서 봤습니다.
      통신사에서 토요일 저녁마다 최신작을 무료로 풀거든요.
      이 영화는 국내 상영기간이 짧아서 극장에서 보기 쉽지 않았었는데 편하게 잘 볼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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