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만원 대리비와 수십억을 맞바꾼 통큰 사나이 강정호

강정호

 

미국 프로야구(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내야수 강정호는 한국 야구팬들의 자랑이었다. 한국 프로야구(KBO 리그) 출신으로는 류현진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야수로는 첫 번째 빅리그 진출이기 때문이다. 성공이 쉽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깨고 강정호는 피츠버그의 주전으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강정호의 성공은 강정호 개인의 성공에 그치지 않았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이듬해 넥센 박병호와 두산 김현수가 좋은 조건으로 꿈의 무대를 밟을 수 있었고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동하던 오승환과 이대호가 뒤를 이었다. 새벽과 낮에는 미국 프로야구를 보고 저녁에는 한국 프로야구를 볼 수 있게 된 야구팬들은 하루가 즐거울 정도였다.

물론 웃을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개막전에서 야유를 들어야 했던 김현수는 벤치를 지켜야 했고, 홈런을 펑펑 터트리던 박병호는 타격 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한국과 일본 야구를 평정했던 이대호 역시 애덤 린드와의 플래툰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그나마 부상에서 돌아온 강정호가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았고 오승환이 로젠탈을 대신해서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에 위안 삼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 경악할만한 소식이 들려온 것은 그즈음이었다. 강정호가 강간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미국 시카고의 한 매체에 의하면 강정호는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을 자신의 호텔로 불러 같이 술을 먹은 후 여성이 잠들자 겁탈했다는 것이다. 여성의 의식이 분명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여성에게 약을 먹였을 수도 있다는 추측도 흘러나왔다.

믿고 싶지 않지만 믿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원정 경기 중에 여성을 호텔로 불러들였고 성관계를 가졌으며 그로 인해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게 합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강제로 이루어진 것인지만 가려야 했다. 여자가 선수에게 접근해서 돈을 뜯어내는 일명 꽃뱀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그 역시 경찰이 판단할 일이었다.

사건은 유야무야로 흘러갔다. 강정호는 경기에 계속 출전했고 기록도 나쁘지 않았다. 약물을 먹이고 강간까지 한 파렴치범으로 보이지 않았다. 시카고 경찰에서도 여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수사에 진전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강정호는 강간 가해자의 오명(?)을 벗을 수 있었고 젊은 혈기를 추체 하지 못한 잠깐의 일탈로 치부되기에 이르렀다.

그런 강정호가 지난해 12월 또다시 뉴스에 등장했다.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강정호가 음주 상태에서 운전 하다 사고를 낸 것이다.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2일 새벽 강남구 신사동에서 자신의 BMW를 몰고 숙소인 호텔로 향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났었다. 자신이 아니라 지인이 운전했다며 음주운전을 부인했으나 강정호가 음주 상태에서 운전했음이 드러나고 말았다.

문제는 강정호의 음주운전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두 번이나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에 처해진 바 있었다. 강정호는 야구로 참회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재판부는 죄질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설마 하며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강정호로서는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결국, 강정호는 미국으로 건너갈 수 없었다.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비자 발급이 거부됐기 때문이다. 항소해 보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야구 합의 판정도 1심 판정을 존중한다며, 양형 조건 등을 종합해 1심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 한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1심 판결에 문제가 없으므로 형량을 조절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이 국위선양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 프로선수로 어쨌든 자신의 이익이 우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의 활약을 지켜보는 현지 동포들과 한국 야구팬들에게 기쁨이 될 수도 있지만 음주운전과 같은 범죄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선수에게 무조건적인 관용을 베풀 수도 없는 이유에서다. 선수이기 전에 사람이 먼저 되라고 충고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로써 강정호는 올해 연봉 275만 달러(약 30억 9천292만 원)를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계약기간 마지막 해인 내년에도 메이저리그 출전이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한국 프로야구로 복귀하는 것도 어렵다. 돈 몇 만원 아끼자고 음주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아서 날린 돈이 무려 수십억에 달하는 것이다. 강정호가 빠진 피츠버그는 40경기를 치른 현재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로 쳐져 있다.

몇 만원 대리비와 수십억을 맞바꾼 통큰 사나이 강정호”에 대한 7개의 생각

    • 돈이 없어서는 아니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을 텐데 한두 번도 아니고 상습적이라는 게 문제네요.

  1. 참, 답답하고 쪼잔한 놈들이많습니다.
    대리비 몇 만원 아끼겠다는 찌질이들 말입니다.

    산골에서도 시내 나가 술 한 잔 하면
    꼭 대리를 부르는데…. 술 사 처먹을 돈은 안 아깝고
    대리 부르는 게 왜 그리 아까운지?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저도 젊은 시절 음주운전 하다가
    대형 사고(교통사고가 아니라 객기부리다가)내고
    거액의 벌금 먹고 난 후부턴 절대 음주운전은 않습니다.
    하긴 그땐 대리기사 제도 같은 게 없었으니….

    그나저나 절마에게 너무 지나친 법의 잣대를 들이댄 건 아닌지?
    그래도 국위 선양에 한 몫 할 늠인데…
    안타깝습니다.

    • 강정호에게만 지나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아닙니다.
      삼진아웃 제도에 의하면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미국에서 선수생활할 수 있도록 검사가 벌금형으로 선처(?)해준 걸 판사가 정식 재판에 회부한 겁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인명사고 없었던 게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큰 사고였는데 도주에다 거짓말까지 하면서 문제가 커졌지요.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2. 돈 문제가 아니겠지요. 음주운전은 병입니다. 그것도 타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아주 몹쓸병. 치료받아야 합니다.

    • 맞습니다. 음주운전으로 걸린 사람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여러 번 상습적으로 음주운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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