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왜 블로그를 포기했나? (신문 3사가 블로그를 버린 이유 3)

2015년 6월 조선일보가 블로그 서비스 폐지를 발표했다. 시한은 6개월 후인 12월 30일까지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었다.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처럼 재정적인 압박이 심한 중소 언론사라면 몰라도 한국 언론사를 대표하는 조선일보였기에 블로거들의 충격은 더 크게 다가왔다. 다른 곳은 다 문 닫아도 조선일보만큼은 그러지 않으리라 굳게 믿어왔던 탓이다. 조선일보 블로그 폐지 소식은 이용자들로 하여금 배신감을 느끼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조선일보 블로그가 문 닫은 지 3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지난 연말 동아일보가 동아블로그인 저널로그 서비스를 중지했고, 중앙일보도 2월 말로 블로그 서비스를 접었다. 동아일보도 중앙일보도 조선일보가 먼저 총대를 멨기에 과감히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과거에도 블로그 폐지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야후코리아나 파란닷컴처럼 아예 모든 서비스를 정리했을 때나 가능했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유지됐던 멀쩡한 블로그를 없앤 것은 조선일보가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야후코리아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파란닷컴은 포털서비스 자체를 접었다).

조선일보 블로그의 폐지는 2015년 6월에 발표되었지만, 그에 대한 논의는 무려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뉴미디어실 소속이었던 L모 기자의 보고서가 빌미를 제공했다. L 기자가 제출한 보고서의 요지는 이미 네이버가 블로그의 거대 포식자로 자리 잡은 상태에서 조선일보에서 더 이상 블로그 서비스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한쪽으로 승부가 기울었으니 기권하고 경기를 포기하자는 말이었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데이터를 부풀리거나 축소하기까지 했다. 그의 보고서에 의하면 조선일보가 블로그 서비스를 계속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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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기자의 보고서는 블로그 폐지를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선일보 블로그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네이버는 물론이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도 뒤지는 것처럼 자료를 만들었다. 조선닷컴 서비스 중에서 5위 안에 드는 실적은 외면한 채 이용자 감소만을 내세웠다. SNS가 활성화되면서 전체적으로 블로그 이용자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L 기자의 주장처럼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또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 비해 양질의 컨텐츠가 생산되고 있었고 블로거들의 활동도 활발한 상태였으나 이런 내용은 쏙 빠져있었다.

당시 조선일보 블로그는 서버 교체 이슈까지 불거진 상태였다. 2003년 도입 후 서버가 노후된 탓에 장애를 겪는 일이 잦아졌던 것이다. 게다가 단종된 기종이라 부품 구하기도 어려워 고장 날 경우 복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서버를 교체해야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하드웨어도 그렇고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오라클이라고 하는 DBMS가 골치였다. 하드웨어는 어찌어찌 다운사이징 한다 해도 오라클은 그럴 수도 없었다. 시스템 교체를 결정해야 하는 조선일보 뉴미디어실로서는 긴축을 선언한 회사에 손을 벌리기보다 이용자들을 외면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시스템 외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다. 조선닷컴을 운영하는 디지틀조선일보는 조선일보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은 을의 처지였다. 즉, 조선일보가 일을 주어야만 조선닷컴이 유지되는 상황이었다. 블로그 서비스를 중단할 경우 새로운 서버를 도입해야 하는 부담이 없어지는 것과 동시에 용역비도 줄일 수 있게 되니 어찌 보면 1타 쌍피가 될 수 있었다. 당시 디지틀조선일보에서 블로그 서비스에 투입된 인원은 팀장 1명을 포함해서 모두 4명이었다. 그 인원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의도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로부터 2년 동안 지리한 눈치싸움이 계속됐다. 조선일보 뉴미디어실 측에서는 블로그 폐지를 기정사실로 한 채 디지틀조선일보 측이 알아서 정리해주기를 바랐고, 그와 달리 디지틀조선일보 블로그팀에서는 적당히 시간을 끌며 상황의 변화가 생기기를 기대했다. 조선일보 조직에 변화가 생기면 블로그 폐지라는 최악의 사태가 재검토될 수도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도 없지 않았다. 어쩌면 블로그를 구해줄 메시아가 나타나기를 기대했었을 수도 있겠다.

2014년 연말, 조선일보가 드디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뉴미디어실이 해체되고 디지털뉴스부와 뉴미디어실이 합쳐진 디지털뉴스본부가 탄생한 것이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만큼 블로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전에 보고됐던 L 기자의 보고서는 여전히 유효하게 받아들여졌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디지틀조선일보 실무진의 의견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블로그 폐지를 주장했던 뉴미디어실장이 디지털뉴스본부 팀장으로 내려앉으면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또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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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디지틀조선일보가 조직을 개편했다. 이전 편집본부장이 일선에서 손을 떼고 뉴스미디어부장이 편집본부장 자리에 새로이 올라섰다. 그리고 한 달 후 갑작스럽게 블로그 폐지 요구가 전해졌다. 지난 2년 동안 품어왔던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신임 편집본부장은 뉴스미디어부장 시절부터 블로그를 탐탁지 않아 했기에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외부 압력에는 맞설 수 있었으나 내부 압력은 막아내기 힘겨웠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블로그 폐지 안내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블로그 운영팀 역시 해체되는 운명을 맞아야 했다. 조선일보가 아니더래도 기존 블로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모 포털사와 협의를 진행해 합의점을 찾기도 했으나 디지틀조선일보 편집본부장의 반대로 끝내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그렇게 블로그 폐지에 대한 공지를 내보낸 후 하루하루 피눈물을 흘리며 버텨야 했다.

몇몇 블로거들이 중심이 되어 책임자 면담을 요청했다. 작은 성의를 모아 조선일보에서 진행하는 통일기금으로 써달라고 전달하기도 했다. 그 성의가 조선일보로 하여금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주기를 바랐으나 거기까지였다. 기존 뉴미디어실에서 진행한 사안을 디지털뉴스본부에서 떠안으려 하지 않다 보니 책임 있는 결론이 나올 수 없었다. 블로그 폐지에 앞장섰던 뉴미디어실장 출신 디지털뉴스본부 팀장은 이용자 감소로 인한 블로그 폐지의 정당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할 뿐이었다. 일말의 희망을 기대했던 블로거들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리고 석달여가 지난 2015년 12월 30일 오후 6시를 기해 조선블로그 서비스는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3 Comments

  1. 김 수남

    2018년 3월 28일 at 6:47 오전

    네,선생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선생님께서 그 현장에 계셨으니 더욱 그 마음 어떠하셨을지 헤아려짐작됩니다.그래도 지금 이렇게라도 뵐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선생님의 삶이 지금 이후가 더욱 또 새롭고 좋아지시길 기도합니다.감사합니다.

  2. 최 수니

    2018년 3월 28일 at 7:27 오전

    그러셨군요……
    속도 많이 쎡으셨고 애도 많이 쓰셨는데……
    블로그의 역사도 파란만장 합니다.

    그래도 본인글 무조건 알아서 옮겨가라 하지않고
    압축파일로 해 주셔서 그때 글들이 남아 있네요.

  3. 無頂

    2018년 3월 28일 at 11:16 오전

    자세한 설명 고맙습니다.
    지는 해가 안타깝습니다. ㅠ ㅠ
    언제 위블은 서비스가 중단될까요 ?
    늘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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