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과 인륜 사이에서 남자를 답답하게 만드는 영화 ‘B급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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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를 글로 쓰면 소설책 몇 권은 나올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마다 소설 못지않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왔다는 말일 것이다. 영화 ‘B급 며느리’를 만든 감독 역시 같은 말을 했다. “자신을 갈아 넣으면 한 편의 다큐가 나올 것이다.”라고.

이 영화는 전형적인 고부갈등에 대한 영화다. 선호빈 감독은 자신이 만든 영화에 대해 독립영화판 ‘사랑과 전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만큼 자극적이고 비현실적이고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하게 만든다. 출구 없는 골목에 들어선 것과 같은 답답한 느낌이다.

대개의 고부갈등이 그렇듯 주변인들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들로 가득하다. 누가 먼저인지도 알 수 없고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저 감정적인 대립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해결 역시 쉽지 않다. 원인을 알아야 처방이라도 할 텐데 이유를 모르니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된다. 가운데서 남자들만 곤란하게 만든다.

이 영화 역시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평행선을 달린다. 누구 하나 양보하질 않는다. 그렇다고 이유나 원인이 분명한 것도 아니다. 영화에서 밝혀진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결혼 전부터 고양이를 키우는 게 시어머니로서 못마땅했다는 거고 결혼 후 아이를 낳은 후에는 아이의 옷차림을 시어머니가 싫어한다는 거였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유가 감정 대립으로 이어진 것이다.

당사자들로서는 심각한 이유일지 몰라도 보는 이들은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저 눈 한 번 질끈 감으면 그만인 일들이 아니던가. 대화로 충분히 풀 수 있는 이유를 왜 그리 곪도록 만든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시어머니를 어른으로 모시고 며느리를 가족으로 맞는다면 대화로든 뭐로든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서로가 그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아닌가.

혹자는 가운데서 아들 혹은 남편의 처신이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영화를 보면 충분히 그런 말이 나오고도 남는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자 어머니의 아들이고 아내의 남편인 그는 중재자로서 거의 하는 일이 없다. 엄마의 노여움을 풀어주지도 못하고 아내의 하소연을 참고 들어주지도 못한다. 그저 가운데서 눈치만 볼 뿐이다. 이쪽에서는 이쪽대로 욕먹고 저쪽에서는 저쪽대로 욕먹다 보니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보다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앞서게 만든다.

이 영화는 독립영화이고 다큐형식이다 보니 상당히 거칠다. 영화라고 하기에는 세련되지 못하고 다큐하고 하기에는 자연스럽지 못하다. 어정쩡하다는 말이다. 영화로 만들려거든 앞뒤가 분명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고, 다큐로 만들려거든 현장감이 분명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혹시 대본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고부갈등을 담아보겠다던 감독의 포부는 허언에 가까워 보이기도 하다.

오래전 어느 선배는 말했다. 엄마하고 아내가 물에 빠지면 누구부터 구하겠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엄마부터 구하겠노라고. 엄마는 천륜이지만 아내는 인륜이기 때문에 천륜은 거스를 수 없지만, 인륜은 그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상당히 그럴듯하게 들렸다. 나도 나중에 그와 같은 질문을 받게 되면 그렇게 대답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남자는 엄마와 아내 사이에서 어정쩡한 신세가 되고 만다.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믿어보지만 헛된 기대일 뿐이다. 그렇다고 중재자가 되겠다고 나서면 상황만 악화시킬 수도 있다. 같이 영화를 보던 아내는 고작 저깟 일로 고부갈등이라 하느냐며 혀를 끌끌 찬다. 그 말 한마디가 나로하여금 다시 긴장하게 만든다. 행여 예전 일로 불호령이라도 떨어질까 싶어서다.

B급 며느리(Myeoneuri: My Son’s Crazy Wife , 2017)
다큐멘터리 | 한국 80분 | 2018 .01.17 개봉
감독 : 선호빈 | 출연: 김진영(본인), 조경숙(본인), 선호빈(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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