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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축복과 악마의 저주를 동시에 받은 예루살렘

축복과 저주가 공존하는 땅. 잔인한 테러와 무자비한 공습에 떨어야 하는 곳. 종교와 민족이 다른 두 나라의 갈등 속에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야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예루살렘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도 수를 자랑하는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의 거룩한 성지임에도 지금 그곳은 축복보다는 저주  받은 도시로 보인다. 도대체 거룩한 성지 예루살렘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예루살렘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면 누구라도 객관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한쪽은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무자비한 횡포를 일삼는 정복자요, 다른 한쪽은 21세기 마지막 식민지로 표현될 정도로 불쌍한 피지배층으로 묘사되는 이유에서다. 특히 가련한 아이들의 희생에 대한 소식이라도 듣게 되면 누구라도 분개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공습이 시작되면 한쪽은 무기를 옥상에 올리고 아이와 여자를 지하에 숨기는 데 비해서 다른 한쪽은 무기는 지하에 숨기고 여자와 아이를 옥상에 올려서 총알받이로 사용한다는 말도 있는 것을 보면 감정적인 판단은 잠시 유보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 대신에 객관적으로 예루살렘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종교와 민족을 떠나 현재의 모습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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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집어 든 책이 만화 ‘굿모닝 예루살렘’이다. 이 책은 기 들릴이라는 만화가가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근무하는 아내를 따라 예루살렘에서 살게 된 1년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런 사심이나 개인적인 감정도 내세우지 않고 1년 동안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일, 보았던 내용을 비교적 담담하게 그렸다. 그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맡기고 있었다.

작가가 살게 된 곳은 예루살렘 중에서도 팔레스타인 지역인 동예루살렘의 베이트 하니나에 있는 국경없는 의사회 사택인데, 대형마트가 있고 잘 닦인 도로가 있는 서예루살렘에 비해 상당히 불편한 이 지역에 자리 잡은 것은 국경없는 의사회가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정착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소신이란 상당히 거추장스러운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예루살렘에는 두 종류의 버스가 다니는 데 하나는 이스라엘 버스로 아립인 동네를 제외한 예루살렘의 모든 마을을 경유하고, 다른 하나는 아랍의 미니버스로 오직 아랍인들이 사는 지역만 다닌다. 또한 길거리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초라한 주택이 있는가 하면, 깨끗한 거리와 거대한 주택이 있기도 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상반된 모습이지만 모두 예루살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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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내용 중의 하나는 분리장벽과 관련된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테러로부터 유대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예루살렘과 서안지구를 분리하기 위하여 2002년부터 건설하기 시작한 장벽이라는데 그 길이가 총 700km를 넘는다고 한다. 마치 거대한 수용소 같아 보이는 분리장벽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용도로 쓰이며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가자지구에도 세워져 있다.

작가는 충분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테마별로 그려나가지 않고 자신이 예루살렘에 도착한 8월부터부터 시작해서 떠나는 다음 해 7월까지를 월별로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라 해도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곳이 이스라엘이 점령한 불법 정착촌이든 아니면 늘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 팔레스타인 지역이든 말이다.

흔히 이스라엘에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들만 산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곳에는 그들뿐만 아니라 개신교를 비롯해서 로마가톨릭교, 에디오피아 정교회,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그리스 정교회, 콥트 교회, 시리아 정교회 등 여러 종파로 나뉘어 있으며 심지어 성경에 선한 사마리아인 우화로 유명한 사마리아인도 있다. 유대인이면서 개신교이거나 팔레스타인이면서 유대교를 믿는 경우도 있다. 그러고 보면 팔레스타인 사태는 종교 분쟁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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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것은 이스라엘 정착촌에 사는 주민들은 일하지 않음에도 미국의 유대인들과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지원이 상당하다고 한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그 모든 약속의 땅을 다시 차지해야 그리스도가 재림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란다. 그 후에는 최후의 심판이 있게 되고 그제서야 천년 왕국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 얘기가 광신도의 광기를 보는 듯해서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예루살렘을 떠나기 두 달 전, 그러니까 5월에 작가는 정착촌에서 군 생활을 했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의 비참한 상황을 널리 알리기 위해 조직한 ‘BTS(Breaking The Silence)’라는 NGO 단체가 주관하는 투어에 참여한다. 그리고 6월에는 이스라엘 정착민 가이드가 주관하는 깃발관광에도 참가한다. 이 투어를 통해 저자는 같은 땅에 대해 보는 시각이 얼마나 다른지를 전해 주는데 개인적 감정을 최대한 배제했기에 거부감도 덜하다.

이 책은 예루살렘에서의 생활을 그렸지만, 단기 체류자의 시각일 뿐 실제 거주민들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팔레스타인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살아가는 지, 이스라엘 사람들이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체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팔레스타인도 아니고 이스라엘 사람도 아닌 제삼자가 볼 수 있는 시각으로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물론 전반적으로 보면 팔레스타인에 치우친 면도 없지 않지만, 저자가 주로 생활한 곳이 그 지역이었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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