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들른 스이타 역전 식당 루나

마음의 빚이라는 게 있다. 실제로 돈을 꾸거나 하지는 않았으므로 반드시 갚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꼭 해야 할 고마움의 표시 같은 것을 말한다. 오사카에 있는 아사히 맥주 공장 견학을 위해 스이타 역(吹田?, すいたえき)에서 내렸을 때가 그랬다. 가뜩이나 예약 시간보다 늦은 데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지 몰라 혼란스러웠었는데 역 앞에 있는 식당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무사히 견학을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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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식당에 들어가서 메뉴를 주문하지 않고 길만 묻는다는 것은 대단한 실례가 아닐 수 없다. 영업에 방해가 되기도 하거니와 공장 견학으로 유명한 아사히 맥주 공장 근처였으니 방향에 대한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에서다. 짜증이 날 법도 한데 말도 통하지 않는 초행길의 외국인을 위해 웃음을 잃지 않고 성의껏 방향을 가리켜준 친절이 고맙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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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이름은 루나(ルナ). 아사히 맥주 공장 견학을 마치고 다시 스이타 역으로 돌아와서 교토로 이동해야 했으므로 스이타 역 앞에 있는 루나를 반드시 지나쳐야 했다. 오전 10시 25분 비행기를 타고 낮 12시 5분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서 이곳까지 허벌떡 뛰어온 탓에 끼니를 놓친 상태였으니 어차피 식사를 해야 한다면 마음의 빚도 갚을 겸 루나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식당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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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서 보기에도 아담했었는데 실내는 더 아담했다. 몇 개 되지 않는 테이블에는 비교적 연로하신 어르신들만 몇 분 앉아계실 정도였다. 시간이 오후 5시 정도였고 토요일 오후였고 고령화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인 일본인 데다 시내가 아닌 외곽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곳에서는 낯선 풍경이라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아마도 평일 출퇴근 시간대면 다른 풍경이 펼쳐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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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가다 들릴 수 있는 역 앞에 있는 식당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거하지 않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는 역전 식당이라고 하면 왠지 비싸기만 하고 맛은 없을 것만 같아서 잘 안 가게 되는 게 사실이지만 스이타 역 앞에 있는 식당 루나는 저렴한 가격으로 가볍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나름 마음에 든다. 그러면서도 일본까지 와서도 간단하게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일종의 이율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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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어려운 가타카나로만 되어있다. 비교적 쉽다고 할 수 있는 히라가나거나 영어로라도 적혀있으면 좋으련만 아쉬운 부분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식당 앞에 음식 모형과 가격이 붙어있다는 점이다. 메뉴 선택에 어려움을 느꼈다면 메뉴를 내려놓고 식당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 고르는 게 좋겠다. 우리도 그렇게 해서 면과 밥과 빵을 하나씩 주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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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반찬이라고 끼니를 놓친 후라 그런지 몰라도 맛은 괜찮았다. 달달하니 먹기에 좋았다. 가격도 1,330엔으로 오늘 자 환율인 947.61원으로 계산하면 12,603원 정도에 불과하다. 맛으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훌륭한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스이타 역에 도착해서 아사히 맥주 공장을 찾아 헤맸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의 빚도 갚고 요기도 할 수 있었으니 이래저래 괜찮은 식사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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