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는 없고 지킬박사만 남은 한석규 주연의 영화 프리즌

프리즌

 

돌담병원 김사부는 괴팍하기는 해도 실력 하나는 알아주는 외과 과장이다. 때로는 불량할 정도로 터프하지만 때로는 한없이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이중인격자로 보이기도 했다. 그 두 가지 성격은 강자에게는 강하고 약자에게는 약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불의를 외면하지 못하고 정의를 지키려는 모습은 진정한 사부의 모습이기도 했다.

한석규라는 배우에게 김사부라는 인물은 비교적 잘 맞는 역할이었다. 아니 한석규가 아닌 그 누구도 해낼 수 없는 역할로 보이기도 했다. 한석규가 있었기에 김사부도 있을 수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낭만닥터라는 수식어까지 한석규를 위해 만들어낸 말 같았다. 지난해 연말 드라마가 끝나기도 전에 SBS에서 한석규에게 연기대상을 안겨준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런 한석규가 이번에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중에서 지킬 박사의 얼굴은 감추고 하이드의 얼굴로만 나타난 것이다. 2017년 3월 23일 개봉한 영화 ‘프리즌'(The Prison, 2016)을 통해서다. 이 영화에서 교도소 내부를 장악하고 있는 정익호로 출연한 한석규는 한없이 극악무도하고 잔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익호가 장악한 교도소는 정익호에게 있어 회사나 마찬가지였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고 누구든 손봐줄 수 있었다. 필요하면 외부로 출장 나갈 수도 있었다. 교도소의 절대권력인 교도소장도, 죄수들을 감시하는 간수들도 모두 정익호의 손안에 있었다. 교도소에서 정익호는 왕이자 절대자였다. 누구도 그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참혹한 댓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무조건 화부터 내고 보는 사람이 아니라 웃으면서 화내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람이 갑자기 돌변하면 그럴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보다 더 무서워진다는 말이다. 배우 한석규가 악역을 맡는다면 양아치 같은 비이성적인 모습보다는 치밀하면서도 계산적인 즉, 이성적인 악역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한석규는 그리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한석규의 모습은 사실 식상하기 그지없다. 낭만닥터로 불리는 김사부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던 것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모습이 적절히 조화되었기 때문인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조화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이전에 그가 출연했던 영화 중에서 악역만 모아놓은 듯 보는 이로 하여금 피로감만 쌓이게 했다.

그렇다고 영화의 내용이나 소재가 신선한 것도 아니다. 범죄 조직 내부로 잠입해서 진실을 깨려고 한다는 설정은 ‘신세계'(New World, 2012)와 같고 교도소 소장과의 거래는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을 비롯한 다른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과 비슷하다. 뭔가 거대한 음모를 파헤친다는 기대감보다는 여기저기서 조금씩 가져와 짜깁기한 느낌이 강하다.

영화는 올 3월에 개봉했지만 만들어진 것은 지난해 봄이었다. 2016년 2월 14일 크랭크인 해서 5월 22일 크랭크업 한 것으로 되어있다. ‘낭만닥터 김사부’가 11월부터 전파를 탔으니 한석규는 영화 먼저 찍고 드라마에 출연한 게 된다. 김사부의 후광을 등에 업은 영화는 전국에서 290만의 관객을 불러 모아 나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프리즌(The Prison, 2016)
범죄, 액션 | 한국 | 125분 | 2017 .03.23 개봉 | 감독 : 나현
출연 : 한석규(정익호), 김래원(송유건), 정웅인(강소장), 김성균(김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