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깍다

<연필깍기>


오랜만에연필을깍는다.

일년에몇차례쯤일까.

필통엔유성,수성펜과볼펜이그득하다

그런것들대개경조사봉투쓰기나,

컴퓨터할적에몇글자직직메모만하는정도에그친다


예전학교시절엔하루에몇번씩연필을깍았다.

연필재질도좋지않아나무에옹이가들어있고

연필골도잘부스러져나가서금방한자루연필이몽당이되는때도있었다.

잘들지도않는칼도문제였다..

더구나깡통을두들겨만든필통..

책보를허리춤에잡아매고,연필통속에서달그락거리는소리를좀더높혀내느라

일부라팔짝팔짝뛰면서꼬부랑들길을거닐며학교를오고갔다.


‘엄마가분명히연필깍아쓰랬어요’

참,손녀의말에그‘분명히’란말을쓰는게더야무저보이기도하지만

어쨓던녀석의고집으로연필을깍아준다.

내필통속의심이다되었거나,부러져버린연필두개를보이며

이걸로대신하자고해도

‘엄마가분명히깍아쓰랬어요’요밀리는할아범이다.

결국내연필도모두꺼내고손주녀석것은달래어하나만깍아준다.


오랜만에따르래기칼이비스듬히미끄러지면서곱다랗게깍아진다.

아직도내연필깍는솜씨가죽지는않았구나..

맨질맨질한연필을손바닥에얹고서가만가만굴려본다.


어,그참,옛날이……

손주가다니는미술학원에어느녀석이플루증상이있어서

어젯밤늦게안산에서할아범에게달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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