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햅쌀밥

“여보,아침밥햅쌀로지은거여요”

아내의말에한술넣고몇번씹던입안의밥이멈췄다.

아까식사전성호기도를했었지만..잠시가만하다.

아버지어머니생각이퍼뜩떠올려진것이다.


어느해이른봄…

물이잠긴논,거기에여기저기나눠버린퇴비..

그퇴비를헤쳐놓으시라는아버지..

일꾼을따라무릎까지걷고들어가다.

금세나오고싶다.워낙물이차서일하려고하는생각은저만큼가버리고

어서나오고싶고,오줌만마려웠다..

논뚝에나와서한쪽발로다른쪽발죽죽문지르며추위를달랬었다..


여름방학..서울유학중에

“야,오늘늬도논좀훔쳐라”

김매기하라는말씀…

처음엔벼포기사이를두손으로수초뽑고,땅헤쳐주며앞으로앞으로…

그나그도잠깐..억세어진벼포기에얼굴이긁혔고,정강이앞부분이빨갛게

핏물이보인다..

그정도는그래도약한것.

엎디어논바닥을헤치고다니니금방지쳐서애껴야할벼포기를밟는지..어쩌는지

뒤에한참이나떨어졌기에뜸부기처럼밟고헤치며앞으로반은서서따라갔었다..


가을…

논바닥에모아진벼를두묶음을하나로합쳐서내한손한줌되게벼를추려서

절반을뒤로꺽어서그걸로볏단묶기…온통손가락끄트머리가일어나서피가맺힌다..

허술하게묶였다고반은야단,반은가르침으로다시보여주던아버지의볏단묶기…

내키만한볏단을허리춤에부여잡고날라서줄가리쳐서말리기..

그뒤론논의벼이삭줍기..학교오가면서,틈나는대로이삭주은걸사랑채기둥커다란못박고

굵은새끼줄늘여주시면거기에주워온이삭을매달았다..

가을걷이가거의끝날즈음엔멍석두루마리보다도더큰이삭모음이매달려있었다..

어느집이삭보다늘우리집이삭모음이실했다…


가을걷이가끝나면가마니치기

어머니와아버지몫만은아니다..

한때짚을곱게빠서그걸로가마니를짰다..가마니촉감은보드랍고따스했으나

짓이겨진벼짚단은가마니짜기에영힘들었다..

그래도어머니와아버진새벽에낮에그리고밤에짰다.콧구멍이날리는벼짚먼지로늘답답했다..

가마니틀에서다짠가마니가사랑마루에나오면갓정리는내차례…

아버지의놀라운손맵시는늘부러운대상이었다.

두손으로빠르게그리고반지르르하게갓을엮고부러진낫으로만든낫칼로한웅큼씩잡고

싹싹잘라내면참보기도좋았다.

그작업과정이또내게로넘어왔다.아버지시범보이기,내가손놀림순서,손의위치,,

그리고낫칼로마지막잘라낼때앞,뒤가가즈런히맞도록손놀림과낫칼쥐는방법…

모든게아버지의손에서내게로옮아온다..


바가지한번퍼낸20킬로쌀자루..얼른식사하다말고사진찍는다.

그리고얼른독에붇고서접어아버지어머니영정앞에놓고사진또찍는다.

속으로고향과아버지어머니..논을생각한다…

쌀은조금더남는다…아들들이결혼하기전엔승용차가힘들지경인여섯가마를조심스레몰고올라와

두가마는이웃에게팔았다…우리가가저온금액으로…

그런데,그노릇도이젠하지못한다..식구가늘어서도그랬고,,,

쌀포대하나하나사는사람집안까지날라다주어야했고,,

금이아니나오거나돈받고주기가엄청거북했다..

금이무어냐고물을사람있을것…쌀값이정해지지않았다는말이다..

쌀장수(발음으론싸장수)가사고파는금액을제시해야시가가정해지는것인데,

한창쌀이쏟아지는추수녁엔싸장수가갖고가질않는다.그래서금이나오질않는다..

서울아는사람에게이런이야기를시시콜콜해대기가어렵고얼른이해해주지도않는다..

서울사람들의제일큰관심은어디쌀이냐,값이얼마냐,,집에까지갖다주는거지?하는것이다…

요즘,택배가있잖냐고또누가말할것이다..

우체국택배가그중제일싼것같은데,,날짜맞추기가힘들다..

시골정미소가마냥돌아가는것도아니고..

우리쌀도형네아우네그리고고향조카네가몰아서한꺼번정미소에의뢰해야하는데..

이날을맞추기가어려운것이다..

이문하나더아니받고남는쌀팔려해도이런저런거추장스러운게많아서

올해도몇군데부탁이왔지만그만두었다.

비슷한예로이번여름철처제네포도팔아주기..

값이얼마냐,가저다주는거냐..가질문거리였지만제일큰관심은억지로사라는거아니냐..

하는물음이얼굴에써있다..

친구한사람은무조건가져다주기만하면오케이다..

그는몇년째사강포도를먹어서알기에..

그리고처제네가친환경농사를짓고친구(내가)알아서실어다주니…..


실은오늘아침밥도작년쌀남은것과올햅쌀을섞어지은거란다..그런들대수일까..

내가농사를지어보아라…그런쌀이어떻게지어진쌀인데….

조상님,,고맙습니다..어머님,아버님,고맙습니다.잘먹겠습니다.건강하고잘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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