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짱 귀먹는 소리를
쌀겨를여물바가지그득퍼서쇠죽을커다란솥에끓이고나면 사랑방아랫목은아주따끈했다.. 아랫목위에다락문을열고냄새가나는이부자리내려덮고누우면 내가누릴수있는천국이거기에있었다. 눈녹아초가지붕에서덩어리로떨어지는소리며 잠간사랑방툇마루에폴짝폴짝뛰다가는참새소리가그겨울에들려왔었다.. 논벌판을휩쓸고몰아가는겨울회색벌판바람이문풍지를울리고 커다란나뭇가지들이비벼서내는소리도들려왔다 그바람마저잠들면딱딱한퇴침머리로들려오는소리 얼음짱귀먹는소리 저멀리천둥번개치는듯한소리 아련하다. 물고인웅덩이나저수지에얼음이얼면부피차이로금이가면서소리가난다 어른들은얼음짱이귀먹는소리라고했다. 초겨울처음얼음이얼면투명하다…어린나는아주조심스레들어가서빨리빨리걸음을떼놓느라면발밑에선아지직아지직소리와함께얼음에금이갔었다. 별로할일도놀거리도없는시골동네,나에겐그소리와갈라져가는얼음판하얀금이재미스러웠다..이노릇도아차잘못디디거나,좀느리다싶으면얼음판이꺼져면화솜으로실만들어뜬양말젖기십상이다… 어른들에게야단맞을걸알면서도얼음판걷기하고, 뚝에불놓고쪼이기..어떤땐솜바지엉덩이나가랑이타는줄도몰랐다.. 다시추운한강은투명한얼음짱에하얀금이아주높은상공에서어딘가를내려다봄직한기하학적금이생겼다…사위가조용하면가끔은얼음짱귀먹는소리가들릴터인데 여긴서울한복판…아쉽다.. 그래도어쩌다들을수있을거야..하면서가만가만강가를걷는다.. 사랑방퇴침머리에서앞웅덩이얼음귀먹는소리를기다린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