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만해도그저그런유원지였던남이섬을강우현사장은내외국인모두가보고싶어하는곳으로바꿔놓았다.그는2년전남이섬직원들을대상으로종신고용제를도입한것으로도화제가됐다."종업원이주인의식을가져야회사가발전한다"는그를중앙SUNDAY가만났다.다음은중앙SUNDAY기사전문.
남이섬은신화다.10년전만해도서울근교의그렇고그런유원지였다.성인카바레가영업을하고온갖술병이널브러져있었다.오늘남이섬은한류관광1번지이자전국최고의휴양지로손꼽힌다.혹자는한류드라마‘겨울연가’덕분이라고깎아내리지만,드라마촬영지로떴다가슬그머니잊힌허다한명소를생각하면남이섬은분명남다른구석이있다.‘겨울연가’가방영된지8년이지났지만,지금도하루에100명이넘는일본인이남이섬에들어온다.지난해남이섬입장객수는약200만명.이중에서외국인은25만명이넘는다.
남이섬은신화이전에기업이다.2000년회사등록을마쳤다.회사이니최고경영자(CEO)도있다.강우현(57).2001년9월부터㈜남이섬대표이사로기재된이름이자허술한유원지였던남이섬을한류관광의진원지로개조한주인공이다.
올해로취임10년을맞는강우현사장을만났다.그는서울인사동에있는남이섬서울사무실에서기자를맞았다.햇볕에그을려검게탄얼굴,구두위에쌓인흙먼지에서유난히부지런떠는CEO의면모가엿보였다.예의속사포같은말투그대로였고,대화도중짓궂은표정짓는버릇도여전했다.
-여전히바쁘시지요.
“더바빠.아주죽겠어요.요몇달은공무원때문에더바빠.”
-공무원요?
“강연을해달라고해서.와달라는데가하도많아서최근엔작전을바꿨지.남이섬에오면강연해주겠다고.그랬더니정말오더라고.그양반들강연끝나고돌아가면나중에가족하고다시올거아니야.이것도다장사수완인게지.”
강사장이갑자기비서를불렀다.그러더니지난두달스케줄을출력해오라고시켰다.4월과5월모두강연일정이16개씩잡혀있었다.절반이기업CEO가대상이었고,나머지절반이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공무원이대상이었다.
종신직원80세이후엔죽을때까지80만원
-공무원싫어하잖아요.
“내가언제사람이싫다고했나.공무원이일하는방식을싫었던거지.고정관념에갇혀서상상력없이일하는꼴을못봐주겠다는거였지.”
남이섬안에‘정관루’란이름의호텔이있다.옛여관을고쳐호텔로개장했는데,무궁화3개는받을수있겠다싶어허가절차를밟았다.그러나춘천시청은22개월이나끌며허가를내주지않았다.기다리다지친강사장,무궁화를포기하고호텔정문에별6개를그려넣었다.한국에선호텔등급을무궁화로매기지만외국에선별을그려넣는걸떠올린것이다.외국인관광객은6성호텔의호사를누려서좋고,국내법상별은디자인으로취급돼문제가되지않았다.
-요즘엔공무원도예전처럼허투루못대하지요.
“태도가싹바뀌었지.요즘엔김문수경기지사가더찾는형편이니까.말도마.옛날엔시청계장도안만나줬어요.내가왜나미나라공화국을선포하고독립을했는데.이것저것규제가좀많았어야지.남이섬엔대만국기가다른나라국기와나란히게양돼있어요.우리나라는중국하고만수교를맺고있어서다른데에선대만국기를걸수없어요.하지만,남이섬에선아니지.명색이독립국이니까전세계국기가휘날리는건당연한풍경이지.대만관광객이남이섬에서자기네국기보고얼마나좋아하는줄알아요?남이섬이특별한건남이섬을찾는개개인에게특별한기억을안겨주기때문이에요.”
남이섬은2006년3월1일‘나미나라공화국’을선포했다.국가(國歌)도지었고,자체문자도만들었다.‘무법천지법’이라불리는헌법도있다.여권·비자·화폐도유통된다(정확히말하면기념품으로판매된다).관광객유치를위한기발한마케팅수단쯤으로알려져있지만,실은관할부처의간섭과규제를비꼬는모종의반항이었다.
-지난해한국도자재단이사장을맡은것도김지사의청이있었다지요.
“지난해7월23일이사장이돼서사무실에갔는데,650평건물에달랑60명이일하고있는거야.2000년인가도자비엔날레연다음엔마땅히일도없는데말이야.당장이천시장에게노는건물있으면빌려달라고했지.140평짜리가하나있더라고.그래서그리로사무실을옮겼어요.650평짜리는미술관으로뜯어고치고.”
-도자재단사람들,신임이사장업무스타일에적응하려면애좀먹겠네요.그래서도자재단일은어떻게할생각이세요.
“내임기에100억원정도쓸수가있겠더라고.그돈으로몽땅도자기를살생각이야.도자기를사면도자공예하는사람은일단좋아하겠지.그럼도자기는어떻게할거냐.이천에설봉산이라고있거든.거기아래에잔뜩늘어놓을거야.어떤건일렬로세우고,어떤건반쯤파묻고,어떤건하늘에매달고,어떤건깨서조각조각붙이고.그러면거대한도자기공원이되는거야.이름도지어놨어요.세라피아(Serapia).세라믹테마파크가탄생하는거지.”
강우현의이른바재활용경영은환경단체에서도본보기로삼는다.대표적인예가낙엽이다.늦가을남이섬숲을걸으면켜켜이쌓인낙엽에발목까지빠지기일쑤다.하나늦가을남이섬낙엽의대부분은남이섬이원산지가아니다.서울송파구의가로수낙엽이해마다남이섬으로공수된다.쓰레기가되어버려지는낙엽을송파구민강사장이인수한것이다.이낙엽은봄이오기전새역할을맡는다.섬곳곳에서낙엽을모아놓고불을놓는다.그러면섬은낙엽타는냄새로그윽하고,모락모락연기로신비한분위기를연출한다.관광비수기라는눈내리기전과꽃피기전,남이섬은낙엽으로손님을끌어모은다.
최근엔서울인사동의보도블록과조각품을남이섬으로옮기기로종로구청과얘기를끝냈다.인사동거리정비사업소식을전해들은강사장이쓰레기수거를먼저제안한것이다.강사장이한마디얹었다.“왜정비사업만하면죄다버리는지모르겠어.나만고맙지,뭐.”
-도대체그런발상은어디서나오는겁니까. “사람들은내가책을많이읽은줄알아요.하지만,아니거든.나상고출신인거알지?공부도지지리못했어요.그래서자꾸생각하고상상을하게된거야.배운게없으니생각이라도해야일을할수있잖아.배운게많으면생각이틀에박혀요.배운걸넘어서지못하거든.책에서교양을쌓은것중요하지.그렇지만세상은‘교양스럽게’돌아가지않아요.” 고교생강우현의졸업성적은전교생162명중에서157등이었다.대학에서도교양종합시험에탈락해재시험을보고야겨우졸업자격을얻었다. -책안읽고공부못한게성공요인이라고할수는없지요. “그럼이렇게얘기할수있겠네.나는현장을떠나지않아요.사무실에앉아서회의를하면현장을비우게되잖아.그래서난현장에서일하며회의를해.아이디어는늘현장에서나오는거야.” 그는정말현장을떠나지않는다.여태그를여섯번만났지만오붓이인터뷰를진행했던적은한번도없었다.그를인터뷰하기위해선그와함께섬을몇바퀴돌거나그의서명을기다리는서류수십장과경쟁을벌여야했다.남이섬에서그는손수못질을하고쓰레기를치우고손님을맞는다. -남이섬에오신지벌써10년이네요.아직도바꿀게남아있습니까. “앞으로10년은,지난10년을버리기위한시간이될겁니다.이렇게얘기하니까그럴듯하지?맞는말이야.내가언젠가얘기했지?사람들은성공만기억한다고.그러나난실패만해왔다고.한번에된건하나도없었다고.잘안되면이렇게해보고또안되면저렇게해보고,그렇게하다나온결과를보고사람들이성공이라고부르더라고.직원들에게실패를계속각인시켜야해.직원들은남이섬이실패할수있다고생각을못하거든.그러나난늘실패를생각해야해.왜냐.책임을져야하거든.” 규제싫어’나미나라공화국’선포 -직원들반발은없나요?노조결성은여전히반대이지요. “노조만들면직원들이더손해지.법대로만하면되잖아.내가왜사람을평생쓰는데.자기것이란생각,주인의식이없으면발전이없거든.직원들자기계발하라고공부시키는회사많잖아.다바보짓하는거야.회사에서쫓겨나면먹고살것공부하는게자기계발아니야?” 남이섬은2년전종신고용제도를도입했다.종신직원이되면80세까지일할수있고,80세가넘어도죽을때까지건강보험혜택과매달80만원씩받을수있다.현재남이섬직원130여명중6명이종신직원이다.남이섬여객선선장,직원식당주방아줌마등이다. -시설을확장할계획은없습니까.숙박시설이부족해보이는데. “아니,늘릴생각없어요.모든사람이남이섬에서잘필요는없잖아.어렵게방을구해서하룻밤묵으면만족도가높아지잖아.사람들이왜히말라야에간다고생각해요.편안하고안락해서인가.아니잖아.사람들은불편해지고싶어서가는거야.특별한경험을쌓고싶어서그멀고험한데를가는거라고.” 올가을남이섬에새시설이들어선다.이름하여‘짚와이어(ZipWire).’남이섬선착장과가평선착장을잇는거대한밧줄로,2003년처음만났을때그가꿈이라며털어놨던그시설이다. “배만타고들어오면심심하겠지.그래서생각한게있어.밧줄을타고허공을날아서들어오는거야.어때?” 만약에다른CEO였다면다리놓을생각을먼저했을것이다.그러면더많은사람이입장할수있겠다며신이나서계산기를두드렸을것이다.그러나이엉뚱한CEO는애초부터하늘을날상상을하고있었다.그리고그상상은이내현실이될참이다. ***강우현 1953년충북단양출생.홍익대미대를졸업한그래픽디자이너다.칸영화제포스터를만들었고,디자인부문에서여러상을받았다.그시절글자의좌우를바꿔쓴필체로유명해졌다.좋은아버지모임을이끌기도했고,동화작가로도이름을날렸다.2001년남이섬에입사한첫해월급이100원이었다.지난해펴낸 손민호기자ploves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