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독

고담준론이나학식높은글이나생각을하지못하는나
그래서나의블로그나카페는온통내생활주변이널부러저있다
내행보나,손녀이름까지…
내가까운이들은블로그나카페에서익혀다알고있다.

이게자랑거리도아니고
깨끗하고명쾌한마련자리도물론아니다.
그냥내가깔고앉은맷방석처럼두툴두툴하고
거스럭많아서틀림도있고,오해살부분도많다

오늘은거기에한수더붙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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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쌀자루조—ㅁ’
쌀독에쌀이비였으니곳간에서쌀자루날라다부어달라는아내
기운도없고손목힘도모자라서나르고붓는일은내몫이다.
곳간이래야베란다오목한데를문짝처리하여만든작은창고
거기서마지막쌀자루20킬로한자루를들어다가
세탁실입구구석에놓은오지항아리에붓는다.
어쩌면이리도딱맞춰서그릇을빚었을까
정확히20킬로담는그릇…
그래서자루에서거의다쌀이쏟아질때는
천천히흐름을조절하고마대자루를좁혀서밖으로떨어지는
쌀한톨도아낀다..

시골서자라서그런가
논농사만지어서그런가
쌀독이나쌀자루나,밥한알갱이도내게는남과달리보인다
수처에개숫물버리는누이의행동뒤엔항상아버지눈초리가있었다
한알갱이밥알이라도수처에버려지는날은…..

이렇게자란나와우리가족은아끼는게무어라고설명을들은적은없지만
아버지의눈표정으로배운절약..그것이다
독으로떨어지는쌀알갱이소리가사르륵…..
혼자걷기도힘든논갈개둑을곡예하듯비철비철걸어가는내모습도보이고
이른봄찬논물가둬둔데에거름을멀리펴라하셨을때
추워서한쪽발로다른다리정갱이를문지르던생각도난다

요즘은쌀밥도아니먹고,외국산쌀도들여와서쌀이남는단다
오직논하나만을갖고살아왔고,지금도그렇게사는나와내가족과우리동네
나아가평택논벌판에사는모든이가가슴아프다..
어릴적엔논만있으면많건적건부자라는소릴들었는데
요즘은논가진게고통이다..다른물가는다올랐는데
내림길가는쌀가격은….

쌀독에올해마지막자루쌀을넣으면서
아버지얼굴도떠올리고
무슨신앙심같은것도떠오른다.
죄송함이며,소중함이며,가장보배를다루는마음이며…

커다란대접그릇을놓고마지막남아있을듯한몇톨쌀을챙기려
조심스레추스른다..서너톨알갱이가떨어지는금속성소리…
거기엔아버지가있고논이있고,고향이있고
더나아가..
나는벌줄은모르지만쓰느걸아꼈던아버지의가르침이떠오른다
가만히쌀독..덮기전손도장을꾹눌러본다
아주소중하게…근엄할지경까지마음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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