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산길]―선자령풍차길
강원도선자령초원에가볍게가을이내려앉았다.구절초끝고추잠자리의투명한날개저뒤편에는찬란한햇살을머금어눈부시게흰뭉게구름과짙푸른하늘,그리고어릴적팔랑개비같은풍력발전기들이늘어선초원둔덕이펼쳐졌다.
선자령의’령(嶺)’은영마루-고개라는뜻이지만,선자령은봉우리다.선자(仙子)란신선이나용모가아름다운여자를뜻하니,이곳능선의굴곡이아름답다고하여그런이름을주었던것일까.옛적동서를넘나들던길이이밋밋한봉우리위를지나게되며고개라이름붙였을것이다.해발1157m로사뭇높은이선자령을정점삼아서,해발800m의대관령까지완만하고도길게뻗은능선과그바로옆짙은계곡숲길을이은것이선자령풍차길이다.편도거리가5㎞쯤되는한편고도차가250m에불과하다.유유자적산보하는듯걸음이편하다.
▲ 저멀리풍차가돌아가고억새풀은바람에흔들리는선자령초원능선길.
선자령풍차길은강릉바우길열가닥중하나다.’강원도감자바우’에서따온이름바우길이다.강릉출신의이름난소설가로아직도강릉산골에부모님이살고계신이순원씨와,주변길을손금보듯하는토박이산꾼이기호씨의앙상블이바우길로나타났다.이기호씨가강릉주변등산로수백가닥과옛길을재료로제시했고,이순원씨는그와더불어소설한편씩엮는듯한열정으로바우길을이었다.이순원씨는이렇게말한다.
"바우(Bau)는바빌로니아신화에손으로한번어루만지는것만으로도죽을병을낫게하는친절하고도위대한’건강의여신’의이름이기도하죠.이길을걷는사람모두바우여신의축복을받은것처럼몸과마음이건강해졌으면,하는바람으로길이름을그렇게정했습니다."
그바우길열가닥중에도가을풍치가가장뛰어난길을꼽아달라고하자두사람은서슴없이"선자령풍차길!"하고엄지를치켜든다.
두사람은새로운길을내지않았다.오래전산림청이옛산길을가다듬고팻말을세워두었다.그후사람들이거의가지않아수풀이무성했던길을두사람이찾아내고다듬은다음백두대간종주길의일부이자수많은등산꾼들의사랑을받아온대관령~선자령길과연결해서선자령풍차길을탄생시켰다.
선자령풍차길의시작은지금은456번지방도가된옛대관령고속도로상행선휴게소다.이휴게소는주말이면등산객들로과거고속도로시절보다훨씬더붐빈다.건너편하행선휴게소뜰까지도차량으로그득하다.휴게소매점은연중하루도쉬지않고문을연다고한다.
대관령국사성황사가는길로걷다가왼쪽’선자령우회로’팻말이가리키는샛길로접어든다.휴게소의번잡한소음이멀어지며곧온몸을휘감는싱그런숲향―.잣나무숲이무성하고참나무류도굵은것들이공간을채웠다.그사이로선들바람이스민다.설렁설렁맑은물에헹궈지듯심신이맑아지는느낌이다.길은뚜렷하며,드문드문바우길표지리본이걸려있다.
그많던사람들은그림자도없고,숲속엔우리일행을비롯해몇몇팀뿐이다.거의모든등산객들이대관령~국사성황사~선자령으로이어지는기존의백두대간길로만갔기때문이다.그길의바로아래계곡속으로이런멋진숲길이있다는것을저사람들은아직잘모르는것이다.
주변이온통밋밋한구릉지일색인산세여서,그가운데계곡이라해보았자무슨멋이있을까싶었던선입견때문에계곡에서의감탄과놀라움은더하다.둥근바윗돌들과맑은계류로이루어진계곡풍치는저기설악산천불동계곡의지류하나를옮겨다놓은듯깊고아름답다.
숲을벗어나선자령정상부를향해오르노라면여기저기거대한풍력발전기가선대관령목장초원이활짝펼쳐진다.하얗고미끈하게각선미를드러낸풍차들이뭉글뭉글완경사의순한굴곡면을이룬이곳선자령일대의산릉과어울려,저기유럽알프스의산록과흡사한목가적풍경으로떠오른다.누가이아름다운풍경속을도회형의빠른걸음으로걸어갈수있겠는가.
능선서쪽은높낮이차이가별로없는구릉지의연속인반면동쪽은깎아지른급경사다.수천만년전지표면이침식작용을받아평탄해진뒤어느때인가급속히융기했기때문이라고한다.이대관령과선자령일대는개마고원과함께한국의대표적인고위평탄면지형이다.아무튼지형이이러하기에,대관령으로가는하산길에서는종종툭소리가날만큼시원스럽게동해쪽조망이트인다.
이곳에풍력발전기가많은것은바람이그만큼세고잦기때문이다.반드시강풍에대비해옷가지를챙겨야한다.10월말이면첫눈을맞을수도있다!계곡길이끝나고산중오거리에올라선뒤에는120도방향의오른쪽두번째넓은임도로가야한다(차단기에바우길리본이여러개매달려있다).500m가서,"쉬익쉬익"하며돌아가는거대한풍차기둥바로아래에이르른다음엔임도를버리고90도오른쪽으로꺾어숲길로오르면선자령정상이다. 바우길카페(cafe.daum.net/baugil)에길안내를원한다는메시지를남기면바우길탐사단원17명중시간이나는사람이오케이사인을해주기도한다.내고장사랑으로무료봉사하는이들이며,그중엔강릉아산병원산부인과의사(이상수씨)도있다.
접근로영동고속도로대관령나들목으로나와우회전,500m가서굴다리지나자마자좌회전하면구영동고속도로로올라선다.6㎞달려좌회전해상행선휴게소로들어간다.
숙박바우길탐사단은바우길을찾는이들을위한싸고도멋진통나무집게스트하우스운영을10월초시작했다(033-645-0990).대관령동쪽산록아늑한곳에있으며,1인당1박2식에2만원받는다.5인가족이10만원.저녁및아침식사포함이다.강릉에서횟집은강문해변이좋고,시내왕숯불구이집(033-646-0901)의김치두루치기는강릉주민단골이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