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기사] 가족이 된 소…황순이

퍼온데…동아일보110315

[휴지통]“죽도록일만시켜미안”…황순이에게마지막禮를갖추다

4남매키워준집안의보물
24년동고동락암소죽자노부부,장례치르고비석…‘함께한세월과情을묻다’

“장례를치르고삼우제도지냈는데황순이가자꾸꿈에보이네요.”

전남강진군군동면명암마을에서농사를짓는신옥진씨(69)집옆에는40cm높이의작은무덤이있다.무덤에는신씨와24년동안동고동락했던암소‘황순이’가묻혀있다.황순이는7일오전숨졌다.3년전부터살이빠지고발을저는등건강이좋지않더니지난달12일구제역2차백신접종주사를맞은뒤시름시름앓다가결국눈을감았다.수의사를불러몸에좋다는영양제를놓아주고밤낮으로보살폈지만허사였다.

신씨는다음날인8일장례를치렀다.군동면장과강진군축산팀관계자들이‘조문’을왔다.동네사람들도잠시일손을놓고찾아와황순이의마지막가는길을지켜봤다.신씨는집에서10m정도떨어진밭에황순이를묻은뒤술과과일을차려놓고제사를지냈다.장례를치른지3일째되는날에는황순이가평소좋아하던사료를놓아두고‘삼우제’를지냈다.신씨는아침에일어나면황순이무덤부터살핀다.혹시개나살쾡이가무덤을파헤치지않았나싶어서다.

신씨가황순이와인연을맺은것은1987년.강진읍우시장에서당시일곱살이던암소를43만원에샀다.신씨는“처음본순간유난히눈이크고동글동글해다른소는눈에들어오지도않았다”며“하도맘에들어6만원을더얹어주고샀다”고회고했다.

말썽을피우지않고주인을잘따르는순한성격을보고‘황순이’라고이름을지어줬다.황순이는그동안암수8마리씩모두16마리의새끼를낳아집안살림에큰보탬이됐다.2남2녀중큰딸을제외한3명을대학까지졸업시키고둘은호주에유학까지보냈다.황순이는4남매를가르치고결혼시킬수있도록뒷바라지해준집안의보물이나다름없었다.

황순이는3년전까지만해도1만3200m²(약4000평)의넓은밭을척척갈아엎었다.신씨의밭은경지정리가된논으로둘러싸여농기계를이용해밭갈이를할형편이되지않았다.보통소의평균수명은20년이지만황순이는여느소와는달리건강하게31년을살았다.신씨의부인이애심씨(65)는“평생고생만시킨황순이에게마지막으로해줄수있는선물이집옆양지바른곳에묻어주는것밖에없었다”며울먹였다.강진군은‘워낭소리’주인공이나다름없는황순이의넋을달래기위해무덤앞에비석을세워주기로했다.비석에는‘서른한해를일소로살다굴레를벗은황순이이곳에잠들다.1980년3월부터2011년3월7일.신옥진가족그정을함께묻다’라는글귀를새기기로했다.

강진=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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