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삶의글쓰기
빌루어바흐·크리스틴케틀러지음|홍선영옮김
한스미디어|520쪽|2만2000원
우선백지한가운데’나’라고쓰고글자둘레에원을그린다.자기인생에등장한사람들을원주변에생각나는대로적는다.원가까이적어야할사람도있고멀찍이적어야할사람도있다.
다른종이를꺼내그들중하나를묘사해본다.얼굴생김새,옷입는스타일,잘먹는음식과특징적인말투,다시생각해도열받는일화,지금생각해보니미안한사건을조목조목쓴다.
이책의저자는독자에게숙제를잔뜩내준다."나중에할생각말고지금당장하라"고눈에힘까지준다.예를들면이런숙제다.①자기인생중어느한해를골라누구와어떤일이일어났는지’인생달력’을만들어볼것.②어려서살던집의지도를그릴것.어느방에누가잤는지,어떤가구가있었고무슨일이벌어졌는지그림도그리고색깔도칠하고메모도할것.같은요령으로동네지도도만들어볼것.③오래전에헤어졌거나이미세상을떠난누군가에게편지를쓸것.
숙제의목적은논픽션집필이다.회고록이될수도있고,여행기가될수도있고,수필이될수도있다.형식이야어찌됐건자기가경험하고목격한일을남들도재미있게읽을수있게소설처럼술술풀어나가는것이중요하다.
그런글을저자는’창의적논픽션’이라고부른다.이책은창의적논픽션을쓰기위한실전가이드다.글쓰기강좌를진행하듯초보자가따라할수있게한걸음한걸음이끌어주는것이장점이다.
공동저자루어바흐는대학교수를거쳐소설과논픽션을둘다쓰는전업작가가됐고,케틀러는출판사편집자로일하며논픽션작가를겸하고있다.그들은좋은문장쓰는방법,인물과장면을생생하게묘사하는노하우,글의얼개를짜고불필요한부분을잘라내는요령을차례차례알려주고그때마다숙제를내주며게으른독자를닦달한다.
"뭐라고?아직지도도그려보지않았다고?이책을한번쭉읽어본다음에다시앞으로돌아가숙제를해볼참인가?오,이것보시라.당신은어디가그렇게특별하단말인가?어서당장시작하라!"(88쪽)
저자가내주는숙제는상당한시간과공력을요한다.기억의심층을파내려가는작업이기때문이다.저자는"고생하지않고잘쓸생각일랑말라"고정색을한다.자고로훌륭한작가에겐두가지공통점이있다.첫째,작가들은쓴다.둘째,작가들은읽는다.
"남의책을읽지않고자기책만잘쓰는사람은없다","작가가되고싶다면,내가내준다른숙제는몰라도꾸준히읽고꾸준히쓰라는숙제만큼은평생실천해야한다"는것이저자의지론이다.
저자의열성적인지도편달에힘입어여러분이논픽션한권을탈고했다고가정하자.저자는"고생했다""축하한다"고등을두드리면서바로다음숙제를내준다."지금까지쓴글을반으로줄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