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성모자상…아파트단지속순교성지
동아닷컴110623기사입력2011-06-23
새단장한용산구신계동가톨릭‘당고개성지’
9월축복식을갖는서울용산구신계동아파트단지한가운데의천주교당고개성지는한복차림의성모자상과한옥등을배치해‘어머니의품을닮은성지’로조성했다.사진가운데가성모자상.김갑식
아이를안고있는한복차림의어머니.그눈에는넉넉하고따스한사랑이넘친다.엄마의품을파고드는갓난아이와엄마가어디라도멀리갈세라치맛단을잡은채한쪽다리를든계집아이….
서울용산구신계동당고개순교성지의성모자상이다.16일찾은이순교성지는기존가톨릭성당이나성지와비교할때파격적인모습이다.성모자상은한국적인어머니의품을형상화했고뒤편에는고즈넉한한옥이들어서있다.벽은옹기와도자기조각을이용해황토빛의토속적인분위기를만들었다.
“아름답고우아하기보다는따뜻하고넉넉한한국적인성모상을형상화하려고했습니다.우리모두알고,그리워하는어머니의모습,어머니의품이죠.”
이성지를관할하고있는천주교서울대교구삼각지성당권철호주임신부의말이다.당고개라는명칭과달리지금은고개의흔적을찾아볼수없다.1839년기해박해때10명의천주교인이이자리에서순교했고권진이(아가타)손소벽(막달레나)등9명은성인반열에올랐다.이곳은서소문밖네거리와절두산,새남터와함께서울의가톨릭4대순교성지로꼽힌다.같은이름의지하철4호선당고개역과는관련이없다.
한국적인순교성지가조성된것은당고개성지에얽힌사연때문이다.순교자의한명인이성례(마리아)는두번째한국인신부인최양업의어머니다.이성례는6명의아이중막내가죽자다른아이들을지키기위해신앙을부인하는배교(背敎)를했지만신앙을지키다끝내참수됐다.그래서한국가톨릭사에서이성례의순교는한국적인모성과신앙을동시에상징하는장면으로기록되고있다.
권신부는“이성례가순교할당시아이들이구걸해모은돈을망나니에게주며‘우리어머니를아프지않게한칼에보내달라’고부탁했다는얘기도있다”고말했다.현재한국가톨릭계는1980년대초반103위시복시성청원과정에서빠진이성례를비롯해최신부등125인의시복시성을추진하고있다.
한국화가인심순화씨가한국적인어머니성지탄생의산파역할을했다.성모상과한옥,벽,심지어배수로에이르기까지전통적인분위기를살리면서순교정신이느껴지도록작업했다.벽에는순교자10명의성인화가유리모자이크로조성될예정이다.심씨는“옹기조각은초기교인들이거주하던곳에서구한것”이라며“여러이유로어려움이있을때마다기적같은도움의손길들이다가왔다”고말했다.
이성지는한국적인모습뿐아니라아파트단지안에들어섰다는것도특이하다.재개발과정의어려움이예상됐지만서울대교구와주민들이대화와협력을통해공원형태의가톨릭성지가조성된것.평일오전11시,주말오후3시에한차례미사를진행하고있고9월축복식을한다.외부성지는현재시설보호를위해관리인이있을때방문이가능하다.02-711-0933
김갑식기자dunanworld@donga.com동아닷컴1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