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아름다운 사람

80대노부부의‘위대한유산’

다섯남매학비빼고평생아껴모은10억원
홍용희-한재순씨명동성당에기부하고떠나

전재산을기부하고간홍용희(오른쪽)한재순씨부부의생전모습.서울대교구제공

평생을모은돈을어려운사람들을위해기부하고함께세상을떠난노부부이야기가
뒤늦게알려져잔잔한감동을주고있다.

평생야채와쌀장사를하며생계를꾸려온한재순(세례명미카엘라·83·여)씨는

지난해12월둘째딸과함께서울명동성당정진석추기경집무실을찾았다.
한씨는이자리에서“죽기전에꼭한번좋은일을하고떠나고싶다. 옹기장학회를비롯해좋은일에써달라”며1억원짜리수표9장이든흰봉투를 정추기경에게전달했다.옹기장학회는고(故)김수환추기경이설립한장학재단이다. 한씨는며칠후한수도원내영성센터건립기금으로1억원을더기부했다.

이10억원은한씨가남편홍용희(세례명비오·82)씨와함께평생장사를하며모은전재산.

기부후부부의통장에는280만원만남은것으로알려졌다.

부부의둘째딸인홍모씨는“부모님은우리다섯남매의학비를빼고는

모든것을악착같이아끼며살아오셨다”며“더운날에선풍기한번덜켜고, 먹고싶은반찬안먹고모은돈임을잘알기에더자랑스럽다”고말했다. 이어“어머니는파킨슨병을앓던아버지를요양원으로모시고난뒤 두분이함께해온일생을아름답게마무리하기위해그동안번돈을정리하기시작했다”며 “목표로삼았던10억원을모두기부하고나오던길에어머니가‘나와의약속을지켰다’며 정말홀가분해하셨다”고말했다.홍씨는기부사실을외부에알리지말라는 어머니의뜻에따라자신의이름도끝내밝히지않았다.

노부부의아름다운선행은지난달30일서울강남구대치동성당에서치러진부부의장례미사에

정추기경이추도사를보내면서알려졌다.남편홍씨는지난달26일지병으로사망했다. 그리고이틀후인28일부인한씨도갑작스러운뇌출혈로사망했다.

정추기경은추도사에서“고홍용희비오형제님,한재순미카엘라자매님이평생근검절약하며

모은재산을좋은일에써달라며기부하고떠나셨습니다. 저는이돈이단순한재물이아니라부부평생의삶이라고생각합니다”라고애도했다.

김지현기자jhk85@donga.com 동아닷컴11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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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런똘건너흰구름의부탁입니다

종교적선전이아님을….

절약하는삶

기부하는삶

이틀간격으로소천하는부부

누구나할수있는일

그러나

아무나할수없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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