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큰다발하나,김장봉투작은것하나’
엊저녁부터내게건너온아내의말이다..
아내얼굴을보면픽쓰러질만한피곤감..
일산에간다는계획이틀어지자,아내가바빠진다..
겨우거동만하던사람이알타리무를끌개로가득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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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잎떼고,꼬리자르고,대충껍질득득긁어내고
나는아내의분신이다..
장갑끼고양념버무린게내내복으로얼굴로바지로튀어올라도
냄새로는좀그런액젓도넣고..비빔순서와간보는순서
어디까지가아내몫이고어디까지가내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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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아들이하는말
돈줄테니김치좀담가서팔아라..한두군데가아니라나..
남자가김칫거리다듬고버무리고맛보고…
이거할일일까..
두아들장가들여서내보내고도김장담기,나르기
내가아내에게고운눈매만을줄수없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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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성찮은몸에어디서그런힘이들어있을까
퉁퉁거리면서도같이시장보거나김치담거나같이해야할꺼리이다.
이젠손녀녀석들을내가보러간다..
정말보고싶을때가있다..
내새끼이니까..그게이유의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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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아들어려서부터(아내는아니라고하겠지만)내가길렀다.
놀고업어주고기저귀갈아주고,목욕시키고..
얼마전에서야손녀들이내품에서빠저나갔다..
둘째네손녀들을2년씩길렀으니4년..
이젠첫째네손녀들에게좀미안한생각이들어서
만나면일부러업어준다..내등에녀석들가슴이닿으면
몸도마음도둘다따스해지는걸..
서먹서먹함에서가까와지는첫번째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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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도로를운전하면서(이런땐)나들이도한몫을
노란은행나무가줄서있고
가을하늘이파래서…아내도함께보라고한손을흔들어가리키면
아내는어느새토막잠을잔다..
첫째네가는길엔오후2시쯤…88도로가왠일..씽씽달리니…
한시간도넘게걸릴때도있었는데20분만에..조금빠르게운전했나…
요새침떼기손녀가얼른내손안에들어오지않는다.
삶은밤작은숟갈로퍼서떠먹이며…
아니오고배겨…속으로내가나에게하는말..
녀석은나만보면울던어린시절..한참곤혹스러운때도있었지만..
할아버지네서자자…이젠거기까지발전했다..잘까말까..얼굴에복잡한표정이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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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좋아하니…미술학원선생님이둘째네녀석들데리러간자리..
대답대신아예손벌리고나를안는다..
연상재잘재잘…여기까지자전거타고왔어요..(힘들어)죽을뻔했어요…
안산갯가제방을가리키며하는엄지손녀의차중에서하는말..
오늘따라다챙겨놓은카메라가방을놓고왔을까
핸드폰으로찍으니넉장찍으니메모리부족이란다..
핸드폰메모리엔두시간도넘을mp3음악으로꽉채워져있다.
비상시에쓰려고사진찍을여유..그게열장정도..
첫째네서넉장..나머진둘째네..
헌데..어둡지,녀석들움직이지촬영하다가..메모리부족이라고나오면
처음해보는사진삭제..그렇게하면서몇장만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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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앞에선사진어쩌구하는내가막상준비물몽땅집에두고다니는모양새가우습다.
밤늦게돌아오는차중에선아내는김장거리얘기로배추밭이랑처럼시퍼렇게많고
나는낮에도어려운오랜만의운전..
한번인가,두번인가.오른손으로냅다허벅지를때린다..내가졸리울때잠쫒는모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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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수퍼우면,나는쪼끄만수퍼맨
내자식이니까,내새끼들이니까..
무얼물어와도답은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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