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하는 날

아버지는사랑방에서헛기침하면서새벽에새끼한사리를꼬았다
누님과어머니는부엌과펌프를오가면서절인배추를뒤집고
자백이와항아리를부셨다.
얼음이얼듯말듯하고마당에널은볏짚에서검불이흩날렸다.
부엌아궁이에군불을그러넣으며허연입김을털어냈다
금방이라도눈이내릴듯바람이일고하늘이회색구름으로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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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전부터김장시작
청평아우네에하루먼저건너간아내
아우네김장담가주고다음날내가거길가서배추를뽑아오다
한여름날씨가아주짖구졌는데도배추는무끈하고튼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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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파사고다듬고,마늘까고뿌리쪽도려내고
믹서에갈고
엊저녁엔김치담을그릇부셔놓고
통배추다듬기
큰배추는네쪽,작은배추는두쪽
소금물풀고배추절이기
밤2시에일어나배추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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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가끔허리아프다는말
엄살인줄알았다
위의모든일을해마다늘하던대로아내와함께일했지만
올해는정말똑같이일하다
나도허리가아프고땀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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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일요일아침
손녀네명과두며느리두아들이도착
나는그때부터감독자리로올라갔다.
양념버무리고간은내가보다.
좀싱겁다,다시젓갈더넣기

양념버무리는건아들차지
배추속넣기는아내와며느리차지
네손녀와나는’그대로멈춰라’를다함께노래하기
어지우녀석이침대에서미끄러저이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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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이금방게임을배운다
키즈짱..
내가순번과시간을감독한다
올해는아들이하나더
둘째아들네친구녀석이아예우리김치달라고
그릇을갖고올정도
그래서세가족으로나누던김장
네가족으로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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