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갈매기처럼 슬기로운 꿈을

•출처:[중앙일보]기사본문읽기

‘매양추위속에해는가고또오는거지만/새해는그런대로따스하게맞을일이다/얼음장밑에서도고기가숨쉬고/파릇한미나리싹이봄날을꿈꾸듯/새해는참고꿈도좀가지고맞을일이다/오늘아침따뜻한한잔술과한그릇국을앞에하였거든/그것만으로푸지고고마운것이라생각하라/세상은험난하고각박하다지만/그러나세상은살만한곳/한살나이를더한만큼좀더착하고슬기로울것을생각하라/아무리매운추위속에한해가가고또올지라도/어린것들잇몸에돋아나는고운이빨을보듯/새해는그렇게맞을일이다’.

새해가되면꼭한번찾아읽는김종길시인의아름다운시‘설날아침에’다.팍팍한현실에도불구하고착하고슬기롭게살자는시인의다짐은언제나나의마음을울린다.누구나묵은해를보내고새해를맞이하면새희망을갖고다시시작하고싶다는바람을갖는다.때로는현실의냉정함이한조각꿈도품지못할정도로인생을삭막하게만들기도한다.그러나새해에는아무리험난한세상이라도새벽을기다리는파수꾼같은마음으로꿈을꾸고싶다.

우리는인생의길이험난할수록절망하지않고착하고슬기로운꿈을꾸어야한다.그꿈이비록한잔술과한그릇국처럼소박한것이라할지라도말이다.그꿈은우리를살맛나게하는기쁨이되고희망이된다.그꿈이자신과이웃에게큰유익함을준다면얼마나좋을까.매일의일상에서자신이맡은일에충실하고어려운이웃을도우려애쓰고,가난한이와함께하려는모든노력은분명히사랑을실천하고있는증거가된다.그러한사람들의열매는언제나향기롭고아름답고풍요롭다.

우리는일생의꿈을지니고10년후의목표와1년후의목표,지금오늘의목표를지니고살아야한다.아침에눈을뜨고창문을열었을때마음속으로하루를설계하고그날의할일이있는사람은행복하다.그일이작은사랑의실천이된다면더더욱행복한사람이다.꿈을꾸는사람,그는진정행복한사람이다.주위를둘러보면어려운가운데자신보다더어려운이웃을돕고나누는,따뜻하고다정한이웃도많이있다.그들은어두운밤을비추는새벽의여명과도같은존재들이다.그런이들은우리로하여금다시한번꿈과희망을갖게한다.

“너는정말날고싶니?”“네,날고싶어요.”“날고싶다면너는갈매기떼를용서하고많은것을배워서동료들에게돌아가그들이정말나는것을도와주어야한다.”“높이나는새만이멀리볼수있단다.”리처드바크의갈매기의꿈에나오는대목이다.이책은내게일생의선택을하게했다.사제의길을가는데적지않은영향을끼쳤기때문이다.시내에서집으로돌아오는버스에서책을읽던순간이유모를흥분이나를감쌌던기억이아직도뚜렷하다.무작정주인공갈매기처럼먹이만찾는삶을살지않고,높이날아멀리보고싶었던그때의기억이.

새해엔매일의일상을그냥사는것이아니라높이날아멀리볼수있는우리들이되길꿈꾸어본다.희망의새해엔서로용서하고나와다른이의마음을헤아리고어려운이에게먼저손을내미는우리들이되길희망해본다.그러기위해오늘도우린갈매기처럼나는연습을해야한다.멋지게저하늘을비상하는그날을꿈꾸며.


허영엽천주교서울대교구대변인·문화홍보국장으로일하고있다.오랫동안성서에관해쉽고재미있는글을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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