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당시完德하길고뇌하며’餘生엔허물꼭고쳐야할텐데’
말씀하신故김수환추기경님따라남은삶잘준비하길약속합니다
세계에서가장오래산사람으로검증되어기네스북에오른사람은122년164일을살고세상을떠난프랑스의잔칼망(1875~1997)할머니라고한다.하기야공식적으로인정받지못했지만잔칼망할머니보다더오래산사람이있다는이야기는수두룩하다.이집트의어부(漁夫)였던암아트무싸는150세까지살았다하고,그루지아지방의무슬리노츠노인은161세까지살았다고한다.비공식적으로가장오래산사람은리청유엔이라는중국인이다.고산(高山)에서약초를캐던중신선(神仙)을만나기공(氣功)방법과운동을배워1677년부터1933년까지무려256년을살며23명의부인과200여명의자손을두었다고한다.1827년청나라황실에서리청유엔의150세생신을축하한공식문서가발견되면서그의장수가사실이아닌가화제가된적이있었다고한다.
영국의웨스트민스터사원은위대한학자나시인,화가나존경받는정치인이묻히는곳인데유독유명인사들의주검틈에농장의하인이었던토마스파라는사람의주검이함께묻혀있다고한다.그가그곳에묻히게된것은80세까지총각이었고122세때는아내의사별(死別)로재혼하며장수했다는그의주장이입소문을타게되어유명인사가되었기때문이다.그는찰스1세국왕과만나는영광도누렸고말년에는런던에초청받아호화로운음식을먹다가탈이나서죽었다고한다.확실한검증도없이그의말만믿고가장장수한사람으로묘지를내준웨스트민스터사원의결정은’장수(長壽)’에대한인간의관심이얼마나큰지를보여준다.
여기저기몸상태가안좋아서우울했던50대초반어느날,갓취직을하고인사하러온조카에게지나가는말로물어보았다."삼촌이요즘몸이안좋거든.그래서묻는건데내가몇살까지살수있을것같니?"조카는쉽게대답했다."음,70세까지요."조카의대답을듣는순간무척섭섭한마음이들었다.그럼앞으로20년정도만살거라는얘기인데….저녀석은일흔살이면꽤오래사는거라고생각하나보다싶었다.
얼마전절친한교우분과만날기회가있어서그분막내자녀의근황을묻게되었다."형제님,막내가결혼할때면내가그녀석의결혼주례를설수있을까요?"그교우분의막내는내가무척귀여워했던총명한아이였고,이젠대학입학을목전에두고있는수험생이다.
- 일러스트=이철원기자
그런데그교우분은내말을듣자마자"신부님이우리아이결혼할때까지사실수있으시겠어요?"그렇게대답한그분은순간큰실언을한듯머쓱한표정을짓고있었다.10년정도지나면그아이가결혼할나이가될터이고나는기껏해야일흔살일텐데말이다.아마도그분은막내자녀의결혼이먼훗날일거라고생각했거나그때가서나이든내가총명한모습으로주례를설수있을지염려하는마음에서엉겁결에나온말이라는생각이들었다.나는괜스러운질문으로그분을당황스럽게만든것같아서미안했지만한편서운한마음도들었다.
그일이있었던다음날허리통증이심해서자주다니는병원에들렀다.진료실앞에서기다리고있던나는한아기엄마의말을듣게되었다."얘야,너자꾸입에손을넣고빨면저기있는할아버지가혼내실거란다."아기엄마는두번이나같은말로주의를주고있었다.나는주변에할아버지가계신가하고둘러보았다.그런데주변에남자라고는나뿐이없었다.아기엄마가지칭한할아버지는분명나였다.
86세로우리곁을떠나신김수환추기경님께서칠순을맞아신부들과조촐한식사를하시던날,"막상일흔살이되고보니죽음이라는게두려운것같다"고하신말씀이새삼기억난다.추기경님께서는70년이란긴시간이주어졌는데도아직까지여러허물을고치지못한채살아온게아쉽게느껴지고,앞으로남은시간에얼마나그허물들을고치며살수있을지생각하니두렵고초조하다는뜻이라고하셨다.
앙상한나뭇가지와찬바람에나뒹구는낙엽이여느때처럼예사롭게보이지않는다.연말이다가와서인지,최근에이런저런말을들어서인지’늙음’과’죽음’이라는단어를더생각하게되는것같다.그런상념에잠기다보면건강하게오래사는장수의미련보다남은생에얼마나많은허물을고치며완덕(完德)을향해살수있을까고뇌하셨던김수환추기경님의얼굴이잔잔히떠오른다.
"존경하는추기경님,제나이가벌써예순이되었습니다.추기경님께서칠순을맞으셨을때하신말씀을늘기억하며남은여생(?)을잘준비하고찾아뵙도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