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기사]님아 …. 그 강물을….

[백성호의현문우답]님아,그강을건너가오

[중앙일보]입력2014.12.2000:02

백성호
문화스포츠부문차장

영화가끝났습니다.극장에불이켜졌습니다.뒤를돌아봤습니다.예상대로입니다.몇몇관객은자리를뜰줄몰랐습니다.눈물이그렁한눈으로불꺼진스크린만뚫어져라바라보고있었습니다.‘돌아가신부모님을생각하는걸까.아니면자신의죽음을떠올리는걸까’.작은영화입니다.그래도최근100만관객을돌파한영화입니다.‘님아,그강을건너지마오’.

 저도한참앉아있었습니다.영화는76년세월을함께한할아버지(98)·할머니(89)를통해노년의일상과행복을보여주더군요.마지막에는할아버지가이별의강을건너갑니다.강의이편에서할머니가내놓는독백에가슴이아리더군요.“추워서어째?할아버지생각하는사람은나밖에없는데.”

 집으로돌아왔습니다.가수이상은의노래를틀었습니다.‘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관조하듯노래하는가수의목청을타고고조선때지었다는노랫말이흘렀습니다.‘님아님아내님아물을건너가지마오/님아님아내님아그예물을건너시네/아~물에휩쓸려돌아가시니/아~가신님을어이할꼬’.노래를듣고,다시듣고,또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옛날이나지금이나인간의삶에는강이흐릅니다.삶과죽음,둘을나누는강입니다.언젠가우리는그강앞에서야합니다.육신의무너짐과함께그강을건너야합니다.누구도알지못합니다.강물이얼마나차가운지,강저편에무엇이있는지,그곳에도삶이있는지,있다면어떤삶인지.우리는모릅니다.각자의종교,각자의신념을통해서믿거나꿈꿀뿐입니다.그래서낯설고,그래서두렵고,그래서슬픕니다.

 곰곰이생각해봅니다.궁금해집니다.강은정말그곳에만있을까.삶과죽음을나누는강이정말그곳에만흐를까.눈을감습니다.우리의삶,우리의일상을살펴봅니다.그러다가깜짝놀랐습니다.육신의생명이다하는곳.거기에만강이흐르는게아니었습니다.나의오전,나의오후에도수십개,수백개의강이흐르고있더군요.우리는수시로그강앞에섭니다.그리고고민합니다.강을건너야하나,아니면말아야하나.

 그강의이름이뭐냐고요?다름아닌‘고집의강’입니다.꺾어야한다고생각하면서도꺾지못하는나의고집.그런고집들이뭉쳐서‘나’라는에고를만드니까요.그강앞에설때마다우리는망설입니다.고집을꺾으면내가죽을것만같습니다.그강을건너다가내가죽을것만같습니다.그래서돌아서고맙니다.강을건너지않습니다.그리고속으로말합니다.“님아,그강을건너지마오.”결국미지의땅으로남습니다.강저편의풍경,강저편의삶이말입니다.

 반면고집을꺾어본사람은다릅니다.그들은오히려“님아,그강을건너가오”라고소리칩니다.내가한번죽어야고집도따라죽습니다.죽기를각오해야자신의고집도꺾을수있습니다.그때비로소강을건너게됩니다.거기가끝이아닙니다.강을건넌사람은미지의땅을밟게됩니다.자신의삶에서한번도만난적이없던풍경입니다.강의저편,내고집의저편을보게되니까요.그곳의평화를아는이들은말합니다.“님아,그강을건너가오.”

 그렇게강을건너고,건너고,또건너다보면결국어떻게될까요.강의이편과강의저편사이에차이가없어집니다.그때는강을건너는일이예전만큼두렵지는않을겁니다.영화속할아버지처럼언젠가우리도삶과죽음을나누는강앞에서게됩니다.가뿐하게건너고싶으신가요.그럼자신의일상에서강건너는연습이필요하지않을까요.이노래와함께말입니다.“님~아,그강을건너가오!”

백성호문화스포츠부문차장

퍼온데…중앙일보201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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