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아직도나는정확한의미가어떤것인지알지도못하기에아래글을퍼왔습니다
[출처]본기사는조선닷컴에서작성된기사입니다
퍼온데…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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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아직도나는정확한의미가어떤것인지알지도못하기에아래글을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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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드라마’미생’이방영중이던가을에나는좀먼곳에가있었다.굴지의종합상사에서벌어지는원작만화의줄거리는이미알고있던터라드라마에대해별다른기대는없었다.그러다가뒤늦게드라마를봤다.프로바둑기사가되길원했던장그래가결국꿈을포기하고낙하산으로회사에입사해겪는모욕과수모,’오차장’이라는멘토를만나성장하는이야기.
가끔한국에있는동생에게들었던’미생은보고나면기분이우울하다’는말이나,한선배에게들었던’계약직시절이생각나몇번이나울음을참았다’는말이떠올라,’멈춤’버튼을누르기도했다.장그래의실패한꿈을보다가나는내청춘의한시절을기억해냈다.그러니까내게도잠깐의노량진고시원시절이있었다.이미사표를던졌고,통장잔액은0을향하고있었다.소설을쓰는’대신’소설리뷰를썼고,소설가가되는’대신’소설가를인터뷰하던시간이었다.대신인생.더늦기전에신춘문예를준비하겠다고고시원을알아봤다.그때나는좁은고시원방에누워일부러쪽잠을자고,1000원짜리주먹밥과공짜로주는어묵국물로끼니를해치웠다.
시간을아껴사법시험을준비하듯하루에100장씩글을쓰면소설가로데뷔할수있을것이라믿었다.하루에100장이면단편하나분량이니까,양으로만치면이세계에서나를따라올사람은없을것이므로.나는그저쓰고,쓰고,또썼다.그때,구겨진운동복에교재를가득넣어무거운배낭을멘청춘들이밀려오고밀려나가는노량진에서나는많이애썼다.아무것도정해진것이없어불안한눈빛들.아빠가시골에서부쳐주는돈으로고시원을잡고,엄마가계타서몰래찔러준돈으로학원끊고문제집푸는삶.만성변비환자같은얼굴로내장속에서썩고있는단어를밀어내던그때,그런안간힘으로’꿈은끝내이루어진다’같은문장을매번되새겼다.
그해,나는신춘문예에떨어졌다.다음해에도떨어졌고,그다음해에도떨어졌다.그러고도몇년을,한참더떨어질거였다.나는다시백수가되었다.다시자기소개서를쓰고,면접을보고,퇴짜를맞고,좌절했다.쓸모없는인간이라는자책감은옵션이아니었다.나는내청춘이,버거운젊음이싫었다.내가뿌린힘겨운노력의씨앗이조금도거둬지지않는게20대라는걸알지못했으므로그시절은더혹독하고힘겹게만느껴졌다.
"그러니까대체잘하는게뭐야?"
오차장이묻자장그래가대답한다.
"노력입니다.제노력은양과질이다릅니다!"
‘노력의양과질이다른장그래’가영업3팀의낙하산인턴에서2년계약직사원으로성장한다.그러나그의눈부신활약상에도이이야기는결국’실패기’다.계약직장그래는그모든사람의노력에도정규직전환에실패하기때문이다.밥먹듯야근하고,무역용어사전을씹어먹을기세로통째외우고,속옷갈아입을사이없이밤새워PT전략을짜고,팀을위해상한우유도과감히마셨던계약직장그래.이모든것을통틀어우리는’질과양이다른노력’이라말할수도있겠지만,그럼에도그는다시실패한다.제아무리"우리애가너네애때문에피해봤잖아!"하고외치는오차장같은보스가있다고해도그는한번더실패한다.
"이렇게만하면되는겁니까?이렇게만하면저도정규직이될수있는겁니까?"
그의질문에오차장이했던말.
"아니.넌안될거다."
그솔직한대답에가슴이서늘해졌다.그사이PD수첩같은시사보도프로그램에선대기업들의정규직전환에대해보도했고,단한명도정규직전환을해주지않은한소셜커머스그룹의대표는사과문을쓰기도했다.갑과을,이말이주는폭력적어감이싫다.성공과실패,우리삶을평가하는이협소한프레임과,인간을’갑과을’로나누는경박한기준도혐오스럽다.싫은게점점더많아지는게노화의전조라면,나는확실히늙었다.
그러나한친구가회사를그만두겠다고했을때,나는꿈을응원한다는말대신버티라고말했다.이나이쯤되면선택이란선택하지않은걸감당해내는일이란주제넘은말도했다.그녀에게기억나는미생의대사하나를얘기했다.
"회사에서밀려난한선배가오차장을찾아와서이런대사를하더라.’직장,그거전쟁터지?하지만그거아냐?밖은지옥이라는거.’"
바둑에서’미생(未生)’은집이나대마등이살아있지않은상태혹은그돌을이르는말이라고한다.죽은돌을뜻하는사석(死石)과달리완생할여지를남기고있는돌이란뜻이다.그러니’미생’은’희망적인말’로해석될여지가있다.진심으로그렇다고나는믿고싶다.
늦은밤한번이라도남대문로를걸어본적있는사람이라면,서울에’별’이없다는말은사실이아니란걸저절로알게된다.이각박한도시에도별이존재한다.도시의별은누군가의야근이다.서울의밤이이토록아름다운건당신들의야근때문이다.언젠가본이문구에나는도리없이뭉클해졌다.언젠가읽은제프다이어의책에서이런문장을발견했다. "전망은,엄격히말하자면,여가와노동이분리되면서생긴산물이지.그러니까전망이라는개념은그한복판에서힘들게일하고있는사람들,그풍경을만들고유지하는일에능동적으로개입하는사람들덕분에더욱발전한셈이지.사실그런사람들은전망이완성되는데필수불가결하다고까지할수있을거야." ‘산다’는말이’버틴다’는말이된사회에살고있다는걸서울에선종종실감한다.청춘이니까아픈게아니라,중년이어서더아픈게아니라,이삭막한도시에떠있는저인공의별들이,남대문로와광화문의건물들이내뿜는저불빛들이나는아프다. "남들에게보이는것은상관없어요.화려하진않지만필요한일을하는게중요합니다." 늦은밤,야근을마치고집으로가는길,저높은빌딩을한번이라도올려다본적있는사람이라면알수있다.서울의별은하늘위에떠있는게아니라,밤새워불을켜고있는저건물안장그래들의땀과눈물이라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