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기사]길에다 60억 퍼부은 사장님

60억쏟아부은황톳길…맨발로발품파는소주회사회장님

진중언기자

입력:2015.02.1103:04

[CEO가말하는내인생의○○○]조웅래더맥키스컴퍼니회장의’발품’

충남소주회사’선양’인수후계족산에14.5㎞황톳길깔아…맨발걷기로치유의기쁨나눠
현장서부지런히발품팔아야문제점파악하고逆발상생겨

대전·충남지역의소주회사선양을인수해경영한지1년반쯤지난2006년4월일이다.동창생들이대전으로찾아와근처계족산(鷄足山)으로나들이를갔다.그런데일행중여성한명이하이힐을신고있어산행이힘겨웠다.기사도(騎士道)를발휘해내운동화를벗어주고,나는양말만신고산에올랐다.산중턱임도(林道)가돌길이었는데,발이좀아팠지만걸을만했다.그날밤잠자리에누웠는데발끝은물론온몸이후끈달아오르는묘한느낌이들었고,오랜만에푹잤다.돌길을맨발로걸었더니발바닥지압효과를톡톡히본것이다.

그날이후매일계족산을맨발로걷기시작했다.맨발산행효과를더많은사람과나누고싶은욕구가간절했다.돌밭위를걷는것은아무래도위험하다는생각에길에황토를깔기로했다.2006년가을부터작업을시작해계족산에14.5㎞길이황톳길을만들었다.전국에서말랑말랑하고푹신한느낌이드는황토를공수해깔았다.처음에덤프트럭100대분량황토를쏟아부었고,비가오면휩쓸려나가는황토를수시로보충하고관리했다.난계족산에손바닥만큼도땅이없지만,지금까지황톳길에60억원정도를쏟아부었다.

조웅래더맥키스컴퍼니회장이자신이만든계족산황톳길에서맨발을들어보이며웃고있다.그는“회사경영도부지런히발품을팔아야현장의문제점을파악할수있다”고말했다./더맥키스컴퍼니제공

처음엔회사안팎의반대가심했다.’회사홍보라도되게공짜술을돌리는게낫다’는의견도있었다.그러나맨발걷기로건강과치유의기쁨을사람들과함께나누는일이당장시장점유율1%포인트올리는것보다더시급하다고생각해고집을꺾지않았다.2006년부터계족산에서맨발마라톤대회와맨발걷기대회를열었고,2007년부터주말이면황톳길숲속에서’뻔뻔(funfun)’한클래식공연을열고있다.이제계족산황톳길은매주전국에서4만~5만명이방문하는맨발로걷기명소(名所)가됐다.황톳길을매개로한꾸준한사회공헌활동덕분에2013년더맥키스컴퍼니로이름을바꾼회사의매출과영업이익도크게늘었다.

나는일주일중최소한닷새는새벽에계족산황톳길을맨발로걷는다.한바퀴둘러보고내려오는길에담당인부를만나작업지시를한다.언제부터인가계족산에서만나는사람들이나를’작업반장’이라고부른다.아예내명함에도’황톳길작업반장’이라는직함을더해새겨넣었다.

난모든경영활동은부지런한발품이밑바탕이돼야한다고믿는다.경영자가직접발품을팔고현장의문제점을파악해야만부하직원들에게정확하고적절한지시를내릴수있다.직원들에게항상’현장에답이있다’고강조하는데,현장에서답을구하는’왕도(王道)’는발품을파는것이다.

기업·공공기관·대학교등에서1년에50~60회정도’역발상’을주제로강연해달라는요청을받는다.1인창업으로전화음성서비스사업을하다가주류회사를인수한것,황톳길을매개로에코힐링(Eco-healing·자연을통한치유)이라는신조어를만들어’맨발전도사’가된이력(履歷)이남들과다른역발상의결과라는것때문이다.

조웅래회장명함엔캐리커처와함께‘황톳길작업반장’이라고적혀있다.

역발상은번개치듯갑자기머리에떠오르는것이아니다.창조적발상전환역시걷고또걷는발품에서나온다.직접발로뛰며느끼지못한다면현재의문제를해결할수없을뿐아니라미래를위한새로운아이디어도떠오르지않는다.

대학졸업후대기업을다니다가나자신이거대한기계의부속품같다는생각이들어’원격검침계량기’를만드는대구의한중소기업으로자리를옮겼다.기술영업담당으로전화국을돌아다니며발품을팔다가첫사업아이디어를얻었다.유선전화망을이용한음성서비스사업이유망하다는판단에1992년전재산인2000만원을투자해전화로운세를봐주는전화정보서비스업을시작했다.전화회선을확보하고,방한쪽에자동응답기계를들여놓았다.문제는홍보였다.매일전단한뭉치를들고시내곳곳을돌아다니며발품을파는수밖에없었다.다행히고객이늘면서사업은자리를잡았고,이를발판으로새로운사업에도전했다.친구나애인에게음악메시지를전달하는’700-5425서비스’를시작했다.나혼자듣던음악을다른이에게선물해들려주자는역발상은폭발적호응을얻었다.1995년시작한700-5425서비스는IMF외환위기때에도광고비로100억원을지출할정도로회사는승승장구했다.

하지만IT의급격한발전은내삶을뜻하지않은방향으로이끌었다.통신기반콘텐츠사업확대를계획했지만,무선인터넷망개방이지연되면서위기를맞았다.난콘텐츠벤처기업에서제조업으로변신을시도했다.

2004년말대전·충남지역소주회사인선양을인수하자주변에서는생뚱맞다며걱정했다.당시선양은지역소비자들의신뢰를받지못해본거지인대전에서도시장점유율이40%를밑돌았다.회사인수후첫작품이기존소주보다산소를3배더넣은소주’오투린’이었다.산이나바다에가서소주를마시면술이덜취하고,깨기도일찍깨는데착안한제품이다.

전직원이열심히발품을판덕분에더맥키스컴퍼니는대전·충남소주시장의선두업체가됐다.’소비자의지갑을열기전에소비자의마음을먼저열자’는진심이통한것이다.나는발품을파는데대한두려움이없다.발품의노력은배신하지않으며,앞으로도그럴것이다.

[조웅래회장은누구인가?]

조웅래(56)더맥키스컴퍼니회장은자신을’잡놈’이라고부른다.그는"이것저것섞인잡(雜)의의미는융합과통한다"며"영역을뛰어넘고틀을파괴하는잡놈이’난놈’"이라고말한다.

경남함안출생인조회장은경북대졸업후삼성·LG계열사를다니다가1992년1인창업으로사업을시작했다.1990년대후반휴대전화벨소리서비스’700-5425’로큰성공을거뒀고,2004년대전·충남지역소주회사인선양을인수했다.2013년다른술이나음료에섞어마시는국내최초의믹싱주’맥키스’를출시하고,회사이름도’더맥키스컴퍼니’로바꿨다.

2000년마라톤에입문해지금까지51차례풀코스(42.195㎞)를완주했다.내년봄7일간250㎞를달리는’사하라사막마라톤’출전을준비하고있다.

퍼온데….조선일보뉴스프레소20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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