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환자의임종은쓸쓸하다.가족까지격리돼곁에없기일쑤다.격리대상아닌가족도방호복입고유리창너머지켜볼뿐이다.숨진환자는이중방수백에담긴다.염(殮)도못하고수의도못입힌다.곧바로화장(火葬)한다.메르스환자라면거절하는화장장과장례식장도많다.중세페스트환자가따로없다.’모시기’보다’처리하기’에가깝다.자식에겐더한불효가없다.못한임종이한(恨)으로남는다.
▶대전을지대병원중환자실예순다섯살할머니는메르스환자가아니어도여드레째가족을보지못했다.뇌경색으로입원한이병원에서메르스환자가나오면서격리됐다.간병하던남편과남매도집에갇혔다.할머니는상태가나빠져수술을받았지만나아지지않았다.그제남편이중환자실에전화를걸어"아내에게가족이쓴편지를읽어달라"고부탁했다.다섯간호사가할머니앞에서남편편지부터읽었다.
▶"38년고생도하고보람도컸는데갑자기헤어지게돼가슴이미어집니다.당신뜻잘새겨자식·손자들과살아갈것이오.이제호강할때돌아가시니아쉬움이너무큽니다.이세상모든근심떨쳐버리고천국에서행복하게지켜봐주시오."읽던간호사가목이메어다른간호사가이어받았다."가난한집에시집와살림일으키고,약한아이들훌륭하게키우고,못난남편을회사의큰책임자로키워내고,노후준비도잘했는데…."
▶아들편지가이어졌다."얼굴한번보여주는것이이리도힘들까.세상이원망스럽기도했지만이제받아들이고엄마가이순간편안하시길바랄뿐입니다."딸편지를읽는순간간호사들이울음을터뜨렸다."엄마딸로살아행복했고아이들도엄마가제게주신사랑으로키울게요.다음생에도엄마와딸로만나요."할머니는다섯시간뒤편안한얼굴로숨을거뒀다고한다.편지로나마받은남편의배웅과자식의임종덕분일것이다.모든것을가로막는메르스도가족의사랑만은막지못했다.슬프고도아름다운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