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기사] 대우증권 홍성국 사장

[CEO가말하는내인생의○○○]홍성국대우증권사장의’천자문’

초등생때소설’광복20년’20권완독,중고교땐’불모지대’등세계로눈돌려
입사후책읽으려車두고지하철출근
평생독서습관금융시장분석시빛발해빠르고깊이있는보고서작성1인자로

나는한글보다한자를먼저깨쳤다.조기교육에대한열정이유별났던할아버지덕이다.내가다섯살이되자할아버지는직접천자문을가르쳐주셨다.한글도모르는꼬마가기와집사랑방에앉아천지현황(天地玄黃),우주홍황(宇宙洪荒)을달달외웠다.한자라도틀리기라도하면할아버지는곰방대로마룻바닥을’땅땅’내리치며"다시"하고호통을쳤다.기어이여섯살에천자문을뗐다.정말로1000자를줄줄욀정도였다.그해할아버지는지병으로돌아가셨다.할아버지와함께한시간은짧았지만,할아버지가가르쳐준천자문은평생의밑거름이됐다.단순히한자지식을넘어독서와학습에대한흥미를일깨웠다.

◇충청도에서전학온한자(漢字)신동

충남연기군(현재의세종시)에살던우리가족은내가초등학교에입학하던해서울창동으로이사왔다.학교에서천자문을술술읊자선생님들사이에’신동이나타났다’고소문이돌았다.아직한글도못읽는또래들이많았으니그럴만도했다.한자지식을활용해나는초등학생때부터아버지와함께신문과잡지를매일읽었다.당시인쇄매체는세로쓰기에한자투성이로,어른도읽기어려웠다.친구들이공차고개구리잡을때특이하게도난조선일보와신동아를읽었다.책을읽고새로운것을배우는데푹빠져버린것이다.한자를알았기에가능했던일이다.

1년독서량이200권에이른다는대우증권홍성국사장은“어려서부터신문과잡지를탐독하고,책벌레가되고지식이쌓여리서치애널리스트로성장했다”면서“금융인이라면평생공부를숙명으로받아들여야한다”고했다./성형주기자

초등4학년에는현대사의바이블격인대하소설’광복20년’스무권을다읽었다.공무원의아들로,과외교습이란호사를누릴처지가아니었던내게책과신문,잡지는훌륭한과외선생님이돼줬다.학교에서선생님과여운형,김규식,임영신등현대사인물들에대해토론했다.선생님들은그런내게조금더관심을보이고존중해줬다.그덕에성적은항상상위권이었다.중·고등학교진학해서도마찬가지였다.수험서대신정치나역사를다룬책들에푹빠졌다.일본에서건너온번역서’태평양전쟁’,’불모지대’등을탐독했다.이때부터세계를보는눈을넓고깊이있게키우기시작한것같다.

서강대정치외교학과82학번으로입학한후엔문학에빠져들었다.당시우리학교는2주마다현대소설을읽고독후감을제출해야했다.기타치고술마실시간도모자란데,다른학생들에겐이과제가아주고역이었을것이다.나는서강대도서관에살다시피했다.이문열,이청준등당대를대표하는문인의책들과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수상자들책을빠뜨리지않고읽었다.현진건의’빈처’,염상섭의’표본실의청개구리’등제목은들어봤지만실제로읽은사람이몇없을텐데난대학때읽었다.

◇지하철에서책읽으려고운전면허포기

나는자동차운전면허를36세(1998년)에땄다.면허를따고도주로아내가차를몰고다녔고나는대중교통을이용했다.매일책읽을시간을확보하기위해서다.우이동집에서여의도회사까지마을버스와지하철을타고1시간30분걸렸다.우리집이종점이다보니항상앉아서출퇴근하며여유있게책을읽을수있었다.남들은왜3시간씩낭비하느냐며자가용을타라고했지만난사양했다.증권가사람들처럼일찍출근하고늦게퇴근하는직장인이라면시간을만들어서책을읽어야한다.

사실증권사에입사한후한동안바빠서책읽을시간이없다가,투자분석부로오게되면서다시책을손에잡았다.부서특성상끊임없이공부하고연구해야했기때문이다.평생다져온독서습관이이때부터빛을발했다.내자랑같아서조금민망하지만,리서치센터에서시장전망보고서를쓸때속도와깊이에관해나는정말타의추종을불허했다.’내년도정부예산삭감’이라는뉴스제목만봐도난배경과전망에대해일필휘지써내려갈수있었다.독서의밑바탕이받쳐주는덕에남들보다빨리,널리,멀리볼수있었다.예컨대리서치센터에서는다음주전망보고서를주말에써놓아야하는데나는주말에약속이있으니까미리평일에다써놓곤했다.내용은거의맞아들었다.고객들에게도종종책을선물했다.다이어트를고민하는고객에겐제러미리프킨의’육식의종말’을권해줬다.평소책을잘읽지않는고객이라면형광펜으로중요한부분만밑줄쳐서건네줬다.세심한배려에감동한고객들은내단골이됐다.

◇할아버지가가르쳤듯이신입직원교육

어려서부터신문과잡지를탐독하고,책벌레가되고지식이쌓여리서치애널리스트로성장했다.내가사장이란자리에오르기까지과정은곧,일찍이할아버지가심어놓은씨앗이발현해꽃을피워온과정이라고생각한다.이제는내가우리할아버지와같은존재가돼서회사신입직원들을엄격하게교육하고있다.최근에시작한대우증권의신입PB집중교육프로그램’PB사관학교’가바로이같은맥락에서출발했다.우리신입직원들은입사직후몇달동안엄청난양의독서와공부를해야만PB로거듭난다.

금융인이라면평생공부를숙명으로받아들여야한다고나는생각한다.금융업이란기본적으로현재흐름을짚고미래를내다보는직업이기때문이다.미래의가치를어떻게현재로당겨오는가를끊임없이연구해야한다.나는기회가있을때마다신입직원은물론모든젊은금융인들에게"우리는지식이아니라지혜를세일즈하는사람들"이라고강조한다.단편적인지식은인터넷에다있다.검색만잘하면된다.하지만지혜는오로지공부하는자만이얻는것이다.지혜를갖춘PB가많아져야한국금융이발전하고,우리업계의숙원인’금융의삼성전자’가나올수있다.

☞홍성국사장은…

홍성국(52)대우증권사장은1986년대우증권신입공채로입사한후29년간한회사에만몸담아온정통‘대우맨’이다.지점근무1년반,법인영업부근무4년을제외하면대부분의시간을리서치센터에서보냈다.2014년대우증권공채출신으로처음사장자리에올랐다.바쁜증권사업무속에서도세계경제의흐름을진단한굵직한저작들을잇따라내놓아‘증권계의미래학자’로통한다.1년독서량이200권에달하는것으로알려졌다.고려대사대부고,서강대정치외교학과를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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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한줄도안빼고읽으니세상이보이더라"조환익한전사장

퍼온데….조선닷컴201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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