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 겨울 아침의 역사

겨울아침의역사

겨울이오면이땅의어머니들은누구나한두번쯤아침밥상을차리다말고무슨액땜이라도하는양,"야,밤새눈이하얗게쌓였네"하고들릴락말락하게내뱉는다.그릇부딪는소리,얌전한도마소리에취해두툼한솜이불한귀퉁이씩붙들고늦잠을즐기던아이들은무엇엔가홀린듯단잠을훌훌벗어던지고내복바람으로성에낀창가에매달려그맑고찬란한겨울아침을맞곤했다는데,이런거짓말의풍습은밤새눈내린춥고컴컴한첫새벽에삶은눌은밥한사발들이켜고홀로먼길떠난사람들의안녕을비는이눈물겨운족속의오랜전통이라고.

―이창기(1959~)

세상이참눈부시게순백으로빛나는겨울아침의풍경이여기에있다.방학을맞은아이들은솜이불을끌어당기며게으른늦잠을즐기고있다.부엌에서는어머니가아침밥상을한창차리고있다.일정하고단정한도마질소리와그릇부시는소리가아득하게들려온다.어머니는아이들을깨우는소리로밤새흰눈이소복하게쌓였다고말한다.그러면아이들은허옇게서릿발이얼어붙은창가에매달려바깥을,집밖을본다.가만히생각해보면,아이들을창가로불러모으는어머니의이런거짓말은참으로뜻이깊다.추운한데에있는것들을보라는말씀이기때문이다.눈물겨운삶들을보라는말씀이기때문이다.눌은밥을들이켜고홀로길나서는사람들이이겨울아침엔들왜없겠는가.

…..문태준

[출처]본기사는조선닷컴에서작성된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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