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눈이 산천을 덮어도

사락눈이많이도내립니다
바람도없는아침새벽부터
"쌓이는눈이산천을덮어도….."
앞,뒤도없이딱한소절만생각나는한오백년가사
제목이한오백년일까,신고산타령일까,아니면정선아리랑일까
..
눈이내리면어릴적고향집으로
창호지문에귀를기울이면눈날리는소리가들렸다.
가끔벌판새가동네로날아들어이따금우는소리도들렸다
창호지에바늘꽂던구멍으로뒤란장광을바라본다
커다란장독소래기위에도
오지그릇찌개그릇위에도
조금씩자리잡고내리는눈쌓임
..
건듯부는바람에볏짚울타리에남아있던호박잎이바스락거리는소리
참새가앉았다떠나면서흔들리는나뭇가지의눈떨어지는소리
냄새퀴퀴한다락을열고찾다가
부엌광커다란쌀독밑에서반데기진엿판을몰래주먹으로
팍때리는소리
그리고는아무도몰래쌀독소래기를살며시끌며닫는소리
입안에선침가득히엿조각하나가씹혀돌아가는소리
..
고향은소리였다
‘어머,눈이제법와요’하는아내소리
어,여기가고향이아니네
내맘속에조금서글픈소리가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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