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강운구…
덧없는것들의영원함,생멸을거듭하는현재의빛을잡아내다
‘결정적인순간보다는결정적인장면의촉촉한정서와진한서사’를
표현하고자했던작가강운구의[시간의빛]이란사진이있는에세이집을
헤일리의한언덕카메라타음악실내자리바로곁에서아무렇게나
다른책들과같이쌓여있는것을발견한것은결코우연이아니었다.
다른자리에도그러한형태로중간중간책무더기가아무렇게나쌓여있었다.
요담에한가한시간한번더찾아쌓여있는책들을한번씩뒤적여볼심산이다.
(언제나점잖지못한호기심같으니라고…;;)
카메라타안내책자를보자마자달려가고싶었다
(솔직하게는신문에서그의소식이났을때부터)
일요일은가족들때문에미루고월요일은휴관
화요일아침부터서둘러정오쯤그곳에도착해서
물어물어찾아간언덕…회색의날것같은건물속으로
빨려들어가자마자곧바로검은옷의황인용씨와
딱맞닥뜨려서로놀래고말았다
이리이른시간에웬여자가?
이시간에방송도아니하고?
서로다른물음표를달고서는…둘이서로미소만짓다가
아주조용히한자리를차지한것이었다.
음악실에는재즈곡이흐르고있었고(아마종업원들이…)
자리를골라맨안쪽에자리잡아앉자
그도웃으며내자리를지나턴테이블과L.P창고(?)쪽으로들어갔다.
서로의얼굴은볼수가없는맨안쪽이고내자리곁에벽이세워져있었고
종업원이메뉴판과레몬슬라이스가담긴냉수를
한가득투명유리병에담아오고내앞에놓인잔은
우리집에서매일쓰는유리컵bodum작은컵이다
이리반가울수가…웬만한충격에는잘안깨어지는
아주실용적인견고한컵이라몇년동안잘써온…..
메뉴보기도전에에스프레소를주문하자
‘그거아주진한데요’
답도없이그냥웃기만하고
(?…이래뵈도나가커피광이라우..^^)
그것보다나는그가선곡해줄첫음악이궁금하기짝이없는것이었다.
천정이아주높은꽤큰음악실에종업원외엔나혼자였으니…
그야말로1:1…^^
투명한물한컵을따뤄마시며
아무도관심깊게보지않을건데도
괜히태연한척하며내내강운구씨의책과
문학동네수상집을탁자에펼치며대강넘겨봤다.
…………………………
한참시간이흐르고
바로크음악,,,코렐리같기도하고아닌것같기도해서
마침내앞을지나그쪽으로가고있는알바생(?)에게
손으로사각을그리며자켓을청했다.
작은에스프레소잔에반도안차게서빙된커피를한모금…
에스프레소나오는폼새를보면
대강그집의커피맛을가늠할수있기에
미처느끼기도전에검정옷의많이마른그가
자켓을들고내앞으로불쑥나타났다.
아주우연히찾은건데지휘자는소련생이고…
이런저런설명과함께어디서왔냔의례적인질문
살짝살짝흔적도없이다녀통성명했을리도없었으니…
(나는구면인데…문화일보홀에서도…)
답대신
카메라타에서의첫음악을기억하고싶어서그랬다는
변명을늘어놓으며자켓을받고메모를했다.
씨익웃으며’식사도않하시고…’
평창동토탈미술관내의그음악실이야길좀하다가
다시그의자리로돌아가고….
그때는칠판에흐르는음악을써놓고
바로곁엔자켓을항상세워뒀는데…
(그이야기는하지도않아지만)
이곳도앞으론그러리란예감이왜드는것일까
약간의시간이또흐르고
연유을약간끼얹은베이지와초콜렛색의파운드케익두조각이
다른여종업원의서빙으로내자리에배달되었다.(입장료가만원‘이나’해서?^^)
장식된푸른이파리에눈길을주면서다시음악에빠져들었다.
그리고정신이없었다메모까지하느라고…
그리널리알려져있지않단다.대학시절대구의
음악감상실을신발이닳도록다닌그는몸과마음이
건강하지않으면음악을못듣는다고할정도로
온몸으로음악을듣는경지에달했다니…
그가특히얼리뮤직*을즐겨듣는다는것을
집에돌아와혹시인터넷을떠다니는
사진이있나찾다가알게되었다.
쟁이들은끼리끼리통하는지책뒷장에는
연필로휘갈겨쓴강운구씨의전화번호까지적혀있었다
(확인한바는없지만틀림없이황인용씨의필적일것이었다.
그들은만났을것이란추측도맘대로해버리면서…)
아래는어제메모한것들…
카메라를들이대기전에그는세상의언저릴
세상의모습과질감과내용은보는자와보이는것사이의
관계의설정에따라서바뀌는모양이었다.
P.S
아그리고또…화장실
숙녀용표시는차이콥스키제6교향곡
스카프맨소녀의프로필이있는자켓판넬이
신사용표시는드뷔시의약간만비켜선자켓으로
건물완성후에도오픈을늦춘이유와-6개월인지8개월인지-
공간에대한자질구레한배려그리고
그의지극한음악사랑도함께전해지는순간이었다.
세면대도‘아직공사중’같은’날것’과
‘아무렇게나’가혹시컨셉일지도…
덕분에가을바람잠재우고왔어요
-9월22일아침에-
사진출처:
아래는오디오전문기자(김정희)가본카메라타풍경입니다
출처:
<카메라타>는이태리말로‘작은방’을뜻한다.음악사적으로는16세기말르네상스운동이한창인당시피렌체에서예술후원자였던조반니덴바르디백작의살롱에모인시인,화가,문인,건축가,신진음악가등의모임을통칭하던말이기도하다.
황인용의<카메라타>는그의일상의여유와그가좋아하는소리의결을함께할수있는열린공간이다.
<카메라타>는어디에있는가?
강변북로를따라통일동산까지가다보면헤이리예술인마을이라는곳이나온다.
“헤이리는다양한문화장르가한공간에서소통하는문화예술마을을지향합니다.1997년파주출판도시와연계한‘책마을’을구상한데서태동되었으며그진행과정에서다른분야의문화예술인들이참여하면서‘문화예술마을’로개념이확장되었습니다.
현재작가,미술인,영화인,건축가,음악가등370여명의예술인들이회원으로참여해헤이리에집과작업실,미술관,박물관등의문화예술공간을짓고있습니다.마을이름은경기파주지역에전해져오는전래농요인‘헤이리소리’에서따왔습니다.”www.heyri.net(소개글발췌)
9월26일까지2004헤이리축제가열리고있다는신문기사를보고겸사겸사헤이리로달려갔다.
15만평부지에대한민국에서한~예술한다는사람들이모여사적공간과오픈된작업공간을병행하는마을을만들고있다는것자체가주목을충분히끌만하다.올해말에는박찬욱감독도입성하고윤도현도여기로이사온다고하니….
게이트에들어서니요즘유행하는生콘크리트날벽의건물들이여기저기눈에띈다.미술이나설치예술등은봐도모르니<카메라타>를바로찾아갔다.헤이리마을전체에서언덕배기에있어금방찾을수있었다.
바로크음악이묵직하고편안하게흘러나온다.
30여년오디오폐인의대명사라고할수있는그가다다른궁극의소리는이런느낌인가?
사방팔방을둘러보았다.나지막이흐르는저소리를어떻게잡았을까?
천정,바닥,벽등등
<왼쪽벽은손으로만져보니나무위에다다시일관적인느낌을줄려고시멘트회칠을입혔다.)
<오른쪽은날시멘트벽이고빛을중시한공간이라사이사이자연광이스며들어오게되어있다.)
<천정은나무재질로3단계로이루어져있다.>
카메라타를지은건축가는조병수씨
그의작업노트"공간의몸이음악의소리를가두는틀이되거나이를제어하는장치의통제로작용한다면음악은살아있을수없다.영혼이죽어버린공간의몸역시스스로를가두어버린육중한물체에지나지않는다"
이쯤이면달리덧붙일말이없다….
어쨌든,애니웨이…..
그넓은공간에모자라지도않고넘치지도않게소리가공간을감싸고있다.넋을빼고앉아있으니황인용선생이다가온다.
그는날모르지만나는안다.^^벌떡일어서서인사를꾸벅했다.오디오가궁금해서왔다고.
구경많이하고편안하게있어라고,단사진찍을때다른분들에게방해가되지말라고당부를했다.일단사진부터찍자.
19세기극장을방불케하는저괴물같은스피커는무엇인가?
1930년대에제작된웨스턴일렉트릭스피커다.
뒤로돌아서서보면혼형으로제작된것을볼수있고"서부전자"라는낡은이름표가달려져있다.^^
내가있을땐저스피커는침묵중이였고,클랑휠름유로노주니어스피커란넘이소리를내주고있었다.첨엔멀리서볼때뻥튀기된빨간배꼽,아니회색배꼽인줄알았다.
양쪽벽에있는게597트위터고,550드라이버와4181우퍼가들어있다.
오디오기기가들어있는곳으로갔다.
유리창너머로들여다보니아는기기는텐테이블이EMT(물론적혀있으니^^),웨스턴일렉트릭300B모노블럭,BEResearch라적혀있는300B진공관앰프가대여섯대가아래위로놓여져있다.
첨보는기기다.
역사적인오됴쟁이다운수집벽으로갖고있는골동품오디오^^
<황선생,한쪽구석에있는저기기들을보여주면서’내가오디오에미쳐가지고…이것말고도집에더많이있어…">
오디오에대한황인용선생의부언을첨부하자면
"웨스턴일렉트릭사의스피커는700~800석규모의영화관에서울릴만큼웅장한규모를갖고있으며서섬세한영역의음도잘소화해낸다.이스피커를구동시키는데는요즘기술로재현된BEResearch사의300B진공관앰프가핵심역할을해냄으로써절묘한신구의앙상블을보여준다.
BEResearch사의앰프들은전혀새로운방식의진공관앰프다.우선W.E사의300B진공관을채택한앰프여서전동적인웨스턴일렉트릭의공격적이면서섬세한음색을그대로재현하는데결정적인몫을담당한다.<카메라타>의아날로그공간을위하여사제품으로만들어진BEResearch를만난것은행운…
300B출력관14개가동시에일해야하는큰규모의앰프,저역담당의300M모노블럭은300B4개를채널당채용하여60W출력,중역의300M모노블럭은채널당300B2개로30W출력,고역의12D300B2개채용의12W듀얼구성…."
전기세,엄청나오겠다.^^
두어시간커피한잔으로퍼지고앉아,음악들으면서책도보면서그렇게행복한오후를보냈다.
<카메라타>는이곳에오는이들과함께할수있도록세심하게배려한흔적이곳곳에배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