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간송미술관 外

1.수연산방

혼자천천히그곳을다시찾고싶었다
혼자이면여럿이갔을때보이지않던많은것을볼수가있으리란생각때문에…
예측한대로어제나는그곳에서펌프도발견했고앞마당에있는우물과
그우물에매달려있는함석두레박도발견했던것이다.

고향집의그것보단훨씬작은모양이었고일부러제작한낌새도보였지만뭐대수겠는가
그전에갈때는그런것들이그곳에없었던것은혹아니었을까?

마당곳곳엔짙은자주의패랭이도군데군데피어있었고
하얀옥잠화도간간이내린가을비를맞고함초롬이피어있었다.

댓돌에는구두두켤레가보이고…
좀간격을두고나도그곁에신고온구두를벗어놔버렸다.
일상의분주함과번뇌까지도잠시벗어버리듯…

왼편아주작은방이지만제일먼저아….!하고한눈에들어오는창호지를바른여닫이문…
국화잎과처음엔빨간색이었는데똑같이갈색으로변해버렸다는주인의설명으로알게된잎들이
바랜체로세로로삐뚤빼뚤정겹게붙어있고유리도격자창좀큰부분에달려있었다.

자리에앉아주위를둘러보니용목나비장,골무네개가있는자그마한액자등이장식되어있었고…

솔차한잔을청하니유과두개도따라나왔다.
향기좋은솔차를반잔쯤마시자약간취기도돌면서

마루건너편방의분명치않은얘기소리도도란도란들려오고,
어느듯나도그림같은그곳풍경속으로스며드는것같은기분이들었다.

마루에있는찬탁,아래쪽에는다기류가장식되어있고윗편에는무서록을비롯한이태준의저서
[별은창마다][아버지가읽는문장강화][불멸의함정]등의책들이쌓여있었고
휘문고보를중퇴했지만실질적으로현대문학에끼친지대한공헌과후진양성등으로
휘문인의긍지를높혀준데대한감사로돌에새긴명예졸업장도묵직하게무게잡고세워져있었다.

상허이태준선생은여주인의외증조부였다는사실도,
혼자여서…조용한시간이여서,물어볼수있었겠지…

그런데마루에웬커다란마시마루방석?
나에게이런집을한번맡겨보시지…
괜한시건방을마음으로한번만떨기도하면서…

2.간송미술관

아늬,
石燈곁에
밤물소리

누이야무엇하나
달이지는데
밀물지는고물에서
눈을감듯이

바람은사면에서빈가지를
하나남은사랑처럼흔들고있다.

-황동규시월중에서-

가을비가와좀쌀쌀하던날씨에따끈한차가몸을데워주니여유가생기면서
좀전에다녀온간송미술관의글과그림들이머릿속에그려졌다.
학문과결혼했다는최완수관장의회갑기념전시회답게아주귀한글씨와그림들은
완당바람덕분에만난추사김정희의전시회때완격이달랐다고감히말해본다.

황금휴일에삐까번쩍한가을맞이가한창일다른곳을마다한체구석진그곳을찾아

자그마한1,2층전시장의귀한작품들에심취하면서
좋은자리를서로서로양보하며비껴다니던사람들…
나또한문외한이지만동지애비스므레한감이들기도했다.

건성으로만지나치던닭장,토기장도있는그곳정원에무심한듯
지권인(智拳印)하고있는코없는비로자나불좌상은유형문화재31호라하고
좀떨어져있는삼층석탑역시유형문화제28호라는것도어제처음알게된정보였다.

동행이있고바삐바삐다닐때는은행나무옆에서곁방살이하는
후박나무에게나좀더많은눈길을두고다녔을뿐이었는데…

혼자,좀천천히다니니더많은생각도하게되고더많은볼것도눈에들어오는것이었다.
특히어제법정스님의말씀은한마디한마디가모두절실한공감으로전해져왔었다.
전기도안들어오는외딴오두막에서혼자지내시는분이라사색의깊이가나날이더깊어지겠지…

혼자시간을잘보내는스님이존경스럽기도하고부럽기도했다.

내외로움을못견뎌괜히타인에게누가되는행동은말아야지
다짐해보며두서없이올리다보니이야기가완전히역순으로나가버렸다

길상사–>간송미술관완당전시회–>상허이태준고택인
[전통한옥에전통찻집제1호]수연산방(壽硯山房)까지…

아늬,
石燈곁에
밤물소리

날짜:2003/10/26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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