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사람을 모르시나요

편지

다시그대에게부치지못할편지를쓴다.
쓰는행위는나를살리고자하는노력이고
부치지않음은그대를평안케함이다.

시간이큰강으로흐른후에도
그대는여전히내기도의주인으로남아
내불면을지배하는변치않는꿈이니
나의삶이어찌그대를잊고편해지겠는가.

다시겨울이월요일처럼왔으나
그대를못보고지난주말같은온한해가마냥계속될것만같다.

그래,삶은평안하며날씨는견딜만한지.

무엇보다그곳에도가끔은세상의눈벗어던지고열중할사랑이있는지.

언제나,그대여,
대답되지않는삶의질문들로목이마를때에는오라!

그대를위한문은여전히열어둔채
또불면의침낭에나를눕히니

밤낮으로내부엌한켠에서끓고있는찻물과
그대를위해갈아꽂는가을꽃들이아주열반하기전에오라,그대여.

그대의이름을부르고나면언제나목이마르다.

-김흥숙에스프리,1991년,<그대를부르고나면언제나목이마르고>에서

사족:
이시는*‘해변의노래’에피소드로인연이된지인이아침에보내준시랍니다

김흥숙씨의다른짧은詩를다른곳에서읽고느낌이와서오래된책에서직접필사한…

지인의설명에의하면김흥숙씨는코리아타임즈,연합통신기자였던여인인데
나이는지금쯤50대일것같고책나올때는40대중반쯤…
아주얇은책인데거의연애시?,연애산문?
기형도시인도나오고,자전적얘기도있다합니다

이책은입에서입으로소문을타고제법많이팔렸다고해요.
지인은초판본을우연히읽고글쓰는친구들이나
연애박사같은주변인에게이책을많이선물했다합니다.

이시를읽을때가요즘처럼연말이라,
이여인에게연말카드를보냈고…서로통화도하며교분도있었나봅니다.

1998년에산문집<시선>이나왔길래사보았는데처음의책과같은끌림은없었는데
역시전혀관심을못끌고초판으로끝나버린모양이랍니다.
그런데두번째책작가소개에보니,이대입구에서카페를열었다고

문장이꼭마술을부리듯토씨하나도저있을곳에잘난듯자리하고
감성은문자가화살로변해그대로가슴에꽂히는마력을지녀
읽는사람을중독시키는그런글을쓰는사람들부러운아침입니다.

카페주인이되었다던그때도벌써5년도더지났다니
누가이사람을모르시나요

아시면꼬옥알려주세요

*참고로일본곡인데…서정의극치란평을듣는이곡을16개의버젼으로

녹음한cd를어떤계기로만들어공유하고있답니다하도기인사연이라…;;

게리카/콘트라바스/해변의노래

#누가이사람을2.

◎이름:예진수(jinye@munhwa.co.kr) 김갑수와놀다.

김갑수는’삶이괴로워서음악을듣는다’라는책으로,기이한음악광으로세상에널리알려졌다.
한乍?LP판을사는데400만원을쏟아붓는그는그러나가난하다.
차가없는것은물론이고운전면허도없다.
가끔씩그의사무실이자집필공간인작은오피스텔을방문해음악을듣다보면마치우주로흘러들어가는느낌에빠져들게된다.시인김갑수는음악과오디오에대한책‘텔레만을듣는새벽에’에서이렇게말했다.
“화장지살돈도없고매형에게서헌내의를얻어입을지경에이르도록가꿔온취미”라고…
햇빛도잘들지않는어두컴컴한도회의한방에서하루를보낸다.그는방송일과글쓰는일을제외하고는하루종일음악만듣는다.그가소장한음반이이작은‘둥지’에가득하다.본인도정확한수효를모른다는음반은대충계산으로LP만1만5000장,CD3000장,LD,DVD까지합치면약2만장을헤아린다.음향기기도상상을초월한다.갖고있는LP,CD,LD,DVD에담긴시간을어림잡아계산해도2만시간분량이넘으니,날마다3시간씩쉬지않고듣는다쳐도햇수로몇년일까.평생들어도다듣지못할것이뻔하다.
스피커가네조,앰프시스템이두조다.그는왜이렇게음악에집착할까.그는왜돈만생기면음반사들이고,음향기기바꾸는데다써버릴까.그는총각때3000만원짜리전세집에살면서5000만원대의오디오를갖추고살기도했다.

얼마전이오피스텔에서작가장정일과함께1920년대에나온크라이슬러연주의바흐를듣고논플러스울트라(nonplusultra)..최고예술에도달한희열감을느낄수있었다.
요즘그는에스프레소커피에푹빠져있다.
이탈리아에40년대에나온에스프레소커피기구를주문했다.커피를끓이는데두시간이족히걸린다는그세계에미쳐가고있다.
에스프레소커피에대한자료를인터넷에서뽑아모았는데가히책3권분량이될만했다.

그가2만장의LP판에쌓여음악과산책하고고급호텔에서나먹을수있는최상의에스프레소커피를즐기는것을보고지나친호사아니냐고비판하는사람이있을지모르겠다.
하지만그를접해보면의외로소박한생활에놀라게된다.그는하루두끼를먹는데,한번은대개식빵에버터를발라먹는걸로해결하고옷은노점에서1만원이하짜리만사서입는다.음반구입외에다른레저나놀이는전혀없다.이것이그가2만시간옵션을쌓게된내력이자비결이다.가끔선배인그로부터점심을대접받기도하지만가락국수가고작이다.

기벽이심한몇몇마니어들과달리그는마음이따뜻하다.후배와친구들을앉혀놓고자신은종일서서음악을틀어주는DJ역할을하면서기쁨을느낀다.
무언가에몰두한다는것,그것은아름다운일이아닐까.

『세월의거지』『삶이괴로워서음악을듣는다』『텔레만을듣는새벽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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