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문학의 집에서 만난 피천득선생님

……………….중략

책을읽는사람들이자칫빠져들기쉬운것이책을읽는것이아니라책에읽히는경우다.
내가책을읽는것이아니라어느새책이나를읽고있는것이다.
이렇게되면주객이뒤바뀌어책을읽는의미가전혀없다.

이런때는선뜻책장을덮고일어서야한다.
밖에나가맑은바람을쏘이면서피로해진눈을쉬게하고,
숨을크게들이쉬고내쉬면서기분을바꾸어야한다.
내가책에서벗어나야하고또한책이나를떠나야한다.
표현을달리하자면,
책으로부터자유로워져야비로소책을제대로대할수있다는뜻이다

중략………………

-法頂(스님)맑고향기롭게3월호책에읽히지말자-에서

남산에위치한문학의집을뻔질나게드나들던때가있었어요

이청준김남조피천득등등문학강연도있었고

서정주시인추모의밤밤에는송창식씨가나와

‘푸르르날’등노래도부르고한학교에서문정희시인의낭송도있었고

행사보다도많은문인들의실제상황을엿보는일도재밌었답니다

역시어제박완서선생님처럼기억하고파남깁니다

아래브라운부분은세미나에서받은프린트물을느린독수리타발로

그대로찍은글입니다도움이되실까하구요

혹저처럼조용한주말보내시는분들참조하실분계실까하구요

피천득선생이친자식처럼돌보는난영이와곰돌이인형.
곰돌이들은안대를쓰고꿈나라로떠난다.


“누가곰인형을선물했어요.
그녀석이혼자심심할까봐작은곰인형하나를더샀지요.
난영이랑그녀석들키우는맛에살지요.”

곰인형두마리는사이좋게선생의것과같은연갈색나이트가운을걸치고있었다.
눕히면눈을감을수있는난영이와달리곰돌이들은눈을감을수가없어서,
선생은곰돌이들의‘숙면’을위해안대를준비했다.

‘한얘기되풀이하고싶지않아서’70년대이후로수필을쓰지않았지만,
지금도가끔씩시상이떠오를때면시를쓴다.

나오는길에다시돌아본선생의자택은간소하고소박했다.
옆집에서시끄러워한다고벽에못을박지않아,
거실벽에기대세워둔몇점의액자와화분들.
낡은소파와4인용식탁.식탁은의자와짝이맞지도않았다.

“지나다니는길에누가내다버린식탁과의자가있길래,보고가지고왔지요.”

***

“인생은사십부터’라는말은,인생은사십까지라는말이다.…
민들레와바이올렛이피고,진달래개나리가피고,
복숭아꽃살구꽃그리고라일락,사향장미가연달아피는봄,
이러한봄을40번이나누린다는것은작은축복은아니다.
더구나봄이40이넘은사람에게도온다는것은참으로다행한일이다.”

지난수요일남산’문학이집’에서있었던세미나에
무리를해서다녀온일은두고두고생각해도썩잘한일인것같네요

거의한세기를사신분이여태까지인형목욕을시키고F.M을,
오디오북을읽으시는선생님을영원한소년이라표현하는건
절대로지나치지않는다는걸알게한날이기도했지요

오죽하면시카고에서날아올생각을한독자까지있었겠는지요
동아일보의인터뷰기사일부만옮겼습니다

P.S:

라프마니노프의피협2번이흐르는실내에서이글을쓰고있답니다

한동네에사는시인보다더시를잘쓰는지인이이번에유럽여행하면서

모찰트기념관근처에서예쁜에스프레소잔을보며제생각했다는데

유로가떨어져서안타깝게도못샀다길래…

지난번’리빙아트페어’에서산에스프레소잔도쓸만하다며

선물할려던그잔이이잔이거니~하며모닝커피한잔했다고맘편하게해줬습니다

그런데그잔에새겨진파란타원모양이마주앉아서둘이마실때

상대편의잔에새겨져있답니다
상대를배려하는잔이라고제가이름을지었답니다
‘배려하는잔’…올여름에많이애용할꺼같네요-Oak

자연을사랑하는文學의집.서울

수요문학광장-12번째피천득시인.수필가.영문학자

1910년서울출생

경성대학예과교수,서울대학교문리대및사범대교수역임.

작품으로는<산호와진주><생명><인연>등이있음.

내文學의뿌리

좌장:심명호(前서울대영문학과교수)

1층세미나실오후3시

순례

문학은금싸라기를고르듯이선택된생활경험의표현이다
고도로압축되어있어그내용의농도가진하다
짧은시간에우리는시인이나수필가의눈을통하여
인생의다양한면을맛볼수있다.
마음의안정을잃지않으면서침통한비극을체험할수도있다.
문학은지각의인격을반향한다.

그러므로우리는고전을통하여숭고한사람들과친구가될수있다.
나는그들의친구가되어주지못하지만그들은나의친구다.
같은높은생각을가져볼수도있고순진한정서를같이할수있다.
외우畏友치옹痴翁의말같이상실했던자기가본성을되찾기도한다.
고전을읽는그동안만이라도저속한현실에서해탈되어승화된감정을갖게된다

사상이나표현기교에는시대에따라변천이있으나문학의본질은언제나정情이다.
그속에는"예전에도있었고앞으로도있을자연적인슬픔상실고통"을
달래주는연민의정이흐르고있다.

가문의자랑도권세도호강도
미(美)와부(部)가가져다준모든것들이
다같이피지못할시각을가다리고있다.
영화(榮華)의길은무덤으로만뻗어있다.

대양(大洋)의어둡고깊은동굴은
순결하고맑은보석을지니고
많은꽃들이숨어서피었다가는
그향기를황야(荒野)바람에날려버린다.

토마스그레이의이<촌락묘지(촌락(村落墓地)에서쓴만가輓歌>는
얼마나소박한농부들의심금을울리고얼마나많은위안을주어왔을까.
영문학사상가장유명한이시는또얼마나민주주의사상을고취해왔을까.
어떤학자의말같이같은언어로엘리지를배우면서자란
영국과미국의젊은이들이제1차세계대전에서도,제2차세계대전에서도

나란히어깨를나란히하고공동의적과사운것은지극히당연한결과라하겠다.

어떠한운명이오든지
내가장슬플때나는느끼나니
사랑을하고사랑을잃는것은
사랑을아니한것보다는낫습니다

테니슨이그의친구의죽음을애도하는이시구는
긴세월을두고얼마나많은사람의눈물을씻어주었을까.

桐千年老恒藏曲/梅一生寒不賣香

오동은천년늙어도항상가락을지니고
매화는일생추워도향기를팔지않는다.

이2행의시구는누구의것인지모르지만많은선비에게긍지와위안을주어왔을것이다

문학에있어서정(情)의극치는아무래도연정(戀情)이라하겠다.

다른이들나의임되어오다
너굳은맹세를저버림이라
허나내죽음을들여다볼때
잠의높은고개를올라갈때
술에취했을때
갑자기너의얼굴마주친다.

W.B에이츠는모드곤에게배반을당했다.
‘유럽의미인’이란예찬을받는재기발랄하고용감한여자였다.
그녀는오랫동안예이츠에게사랑을주어오다가어느날갑자기
다른사람과결혼하게되었다는메시지를보내왔다.

다른사람이란애란(愛蘭)독립운동투사인한젊은장교였다.
예이츠가그편지의겉봉을찢을때그의생애는두토막났다고한다.

황진이黃眞伊.
그는모드곤보다도더멋진여성이요탁월한시인이었다.
나의久遠구원의여상女像이기도하다.그는결코나를배반하지않는다.

동짓달기나긴밤을
한허리를둘로내어
춘풍이불아래
서리서리넣었다가
어른님오시는날이면
굽이굽이펴리라.

진이는여기서시간을공간화하고다시공간을시간으로환원시킨다.
구상과추상이유한(有限)과무한(無限)이일원화되어있다.
그정서의애틋함은말할것도없거니와그수법이야말로
셰익스피어의소네트154수중에도이에따를만한것은하나도없다.
아마어느문학에도없을것이다.

나는작은놀라움,작은웃음,작은기쁨을위하여글을읽는다.
문학은낯익은사물에새로운매력을부여하여나를풍유(諷諭)하게하여준다.
구름과별을더아름답게보이게하고눈,비,바람,가지가지의자연현상을
허술하게놓쳐버리지않고즐길수있게하여준다.

도연명을읽은뒤에국화를더좋아하게되고
워즈워스의시를왼뒤에수선화를더아끼게되었다.
운곡(耘谷)의<눈맞아휘어진대>를알기에대나무를다시보게되고,
백화白樺나무를눈여겨보게된것은시인프로스트를안후부터이다.

바이런의소네트가아니라면쉬옹의감옥(監獄)은큰의미를갖지못했을것이요,

수십년전에내가크레이의시<다리橋>를읽지않았던들
작년에본뉴욕의브루클린브리지가그렇게까지아름답게보였을까.

어려서부터나는개는그렇게좋아해도고양이는싫어하였다.
그러던내가이장희의시<봄은고양이로소이다>를읽은뒤로는
고양이에게큰흥미를갖게되었다.

얼마전<<신한국문학전집>>에서지용芝溶의<향수鄕愁>를
반갑게다시보고오래잊었던향수가새로워졌다.
재가식은질화로와엷은졸음에겨운늙은아버지가돋아괴시는짚베개가그리워졌다.
사실나는질화로가하나갖고싶어지금구하고있는중이다.

"아무렇지도않고예쁠것도없는사철발벗은아내"는밀레의그림에서보는여인상이다.

<향수鄕愁>에이어생각나는노천명盧天命의<고향故鄕>.

언제든가리라
마지막엔돌아가리라
목화꽃이고운내고향으로
조밥이맛있는내고향으로
아이들이하눌타리따는길머리엔
학림사鶴林寺가는달구지가조을며지나가고
대낮에여우가우는산골등잔밑에서.
딸에게편지쓰는어머니도있어라

장연長淵이고향인그는다시고향에돌아가지못하고세상을떠났다.
영혼이있어고향에돌아가도그리던고향은아니리라.

<무도회舞蹈會의수첩手帖>이라는영화가있었다.
아직미모(美貌)를잃지않은중년부인이
그가처녀시절에가졌던수첩속에서거기에적혀있는이름들을발견한다.
그가춤을약속했던파트너를,여인은그이름들을찾아한가한여행을떠난다.
지금나는그런순례巡禮를한것이다.끝

참고하세요<–클릭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