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록 한 권의 행복 & 김원숙의 그림
도록한권의행복
이난국,당혹스런때에「비우는행복」이란이름으로전시회를가졌다.혼자무슨신선놀음이냐싶어송구함이없지않았지만고통없는삶이없듯,아픔없는그림또한싱거운것이아닐까.관람객중엔학구파미술가지망생들이있는가하면,동창회를전시구경으로연결한멋쟁이아줌마들도있었다.다내겐귀중했지만조금은피곤한듯한표정에서류봉투를들고왔던샐러리맨관람자모습은아직눈에삼삼하다.
수줍게전시장에들어와서그림하나하나를찬찬히보고,때로는차렷자세로작품을관람한후얄팍한지갑을꺼내전시도록을사간그의뒷모습이어찌나아름답던지.


아마도그에게는쓸데없는짓하고다닌다고나무라기보다는남편과같은마음으로도록을한장씩넘기면서남편의감상소감을찬찬히들어주는아내가있지않을까싶었다.나는감히내그림들이(비싼도록값이상의)행복을주었기바랐다.그림은어떤방식으로든지인생을더풍요롭게만들어야한다.전에보지못하던이미지들,새로운형태-색의조화,잊고있던것들의향수등.그림이이렇게열린관객에게도공감을주지못했다면,그것은특별계층의허영심을채우는고루한장난질일뿐일것이다.전시를치르며나는우리가문화를사랑하는순수한민족임을확인한다.단지이런순수함들이,서양현대가양산하는어울리지않는조류들과그의무분별한도입-모방의거센물결속에그냥주눅들어뒷전으로물러서는비극이없기를….

김원숙<서양화가>

조선일보1998년11월2일월요일

FullMoonFlute/1989/50×50/oil/wood

Tothelsland/1994/60×60/oil/wood


FullMoonLake/1992/60×80/oil/canvas

달밤

Bride/1992/60×60/oil/canvas


작은호수

ReadingLetters/1993/60×60/oil/wood
InherGarden/2000/80×100/oil/wood

FlutePlayer/1992/18×18/oil/wood

우리가얼굴을가지게될때까지김원숙너무나오랜만에시간을초월하는아름다운책을읽었다.마지막페이지가가까워오는게안타까워서아껴가며읽었다."우리가얼굴을가지게될때까지"遮?이책은,C.S.Lewis의많은저서중에그리잘알려지지않은책이지만,우리인생의모든면모를담담한목소리로이야기하는,가히그의고전이라고생각한다.이책은C.S.Lewis가큐피트와싸이키의희랍신화를다시쓴것으로,아프로디테여신처럼맑고아름다운동생과,그추한모습을베일로가리고일생을어둠속에서지낸언니의이야기이다.이이야기는신(神)과인간의여러가지사랑을묘사하고,우리가어떻게사랑하는지,사랑이란이름으로얼마나아픔을주는지를그리고있다.또눈에보이는세상과보이지않는세상에대한,우리의지식과믿음에대한이야기이다.Lewis는소위"희랍의지식"은인간의논리와지식인반면,"믿음"은신의존재를인정함으로얻는지혜라고말하고있다.페이지마다그림들이쏟아져나왔다.마지막장을넘겼을때는,200장이넘는희망,절망또염원을그린스케치들이쌓여있었다.이스케치들을다시그림으로완성시켜가면서,이책속의가장뭉클한영혼들이새롭게살아났고,또다른모습으로변형되어내자신을다시한번흔들기도했다.나의그림들도,이책처럼,삶의깊은신비를선명하고담담하게그려낼수있기를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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