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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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날

청마靑馬유치환柳致環.1908-1967)

내소년의날은
일삼아하모니카불며불며
풋보리기름진밭이랑
배추꽃피어널린두던을노닐어
햇살처럼행복하고
달콤한연정에일찍눈떠
민들레따서가슴에꽂고
꽃같이우울할줄배웠노라

버클리풍의사랑노래

-황동규

내그대에게해주려는것은
꽃꽂이도
벽에그림달기도아니고
사랑얘기같은건
더더욱아니고
그대모르는새에해치우는
그냥설거지일뿐,
얼굴붉은사과두알식탁에앉혀두고
간장병과기름병을치우고
수돗물을시원스레틀어놓고
마음보다더시원하게
접시와,컵수저와잔들을
물비누로하나씩정갈히씻는것,
겨울비잠시그친틈을타
바다쪽을향해창조금열어놓고,
우리모르는새
언덕새파래지고
우리모르는새
노란유채꽃이
땅의가슴언저리간질이기시작했음을
알아내는것.
겁없이.

병꽃

-황동규

아,저병꽃!

봄이무르익을제

그무슨꽃보다도더자연스럽게

자주꽃으로도피고

흰색으로도피는,

모여서도살고

쓸쓸히도사는,

허허로운꽃.

계획했던일무너지고우울한날

학교뒷산을약속없는인사동처럼방황하다가

그냥만나서로어깨힘빼고

마주볼수있는꽃.

만나고도안만난것같고

안만나도만난것같이

허허롭게.

<붉은병꽃나무>2004.5.1.수락산입구/사진:김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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