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놀이

#프롤로그-20055.7

한바탕수영을하고음악한곡이라도더듣고파

옷만주섬주섬걸치고계단을오르면서이어폰을먼저꽂는다.

지직거리는불청구역을벗어나어느지점에들어서면

전부터기다렸다는듯진행자가소곤소곤거리며음악을들려주는거다.


지하2층에서1층을오르는동안인공조명에익숙해있다

삐그덕유리문을밀기도전에신록의바깥세상오늘따라더한층눈부시다.

이어폰때문에소리는안들렸지만환한웃음소리가깔려있어서인지

보라색등나무아래벤취엔회색유니폼에하얀블라우스의여학생서너명이시야에들어온다.

바로곁화단에눈부신한무더기흰진달래탓이었나…

좀비켜선농구장엔남학생들이공넣느라땀을흘리고있고

젊은그들을약간은숨어서볼수있는사선에위치한나무벤치에나는한가로이앉는다.

이어폰을다시고쳐끼우고조그만화장수샘플-딸아이가서울다녀가면항상생기는-뚜껑을비튼다.

무심코보니연한미색의병에갈색으로雪花秀

어라설화水가아니고빼어날秀?

자세히보니秀는설화보다색도짙고사이즈로크다

雪花…비슷한형국에세로행이다.

이멋진네이밍완성하려고카피라이터는몇밤을새었을까-잡생각을또…

설화수큰병을딸아이도아직바르고있을까

雪花같은내딸은멀리있다.

#…영탄조로…2005.5.8

자주듣는방송에서어제는어버이날특집을했다

근2시간계속되는그방송을듣고난후아무일도할수없었다.

몇몇시인의시에서부터작가의사모곡까지

박동규교수가아버님박목월시인을회상하며쓴수필한귀절이오래도록기억에남는다.

단간셋방살이어렵던시절아이가생겨집을좀늘려볼까하고

무슨번역일을하려는결심을하자몹시언짢아하시며

당신의어려웠던시절을얘기하시더란다.

중2때자취방집세를못내어고향으로돌아가아주먼기차통학을결심하게되었는데

그많은시간을통학으로보내면공부는언제하겠냐며

담임선생님이학교의온실에서잠자기를권했단다.

온실에서가마떼기를깔고유리로된훤한지붕으로별을보며

신세한탄이나하고지붕있는집을꿈꿨다면어찌되었겠냐…

별이들려주는얘기를시로쓰려고노력해서

당신은시인이된게아니었겠냐고…그이야기를듣고

박동규교수는자신의길을가게되었단다.

그외에도작가최인호가어머니라는글모음을하다쓰게된

책의서문등이허스키한진행자의목소리로들려주면서배경음악으론

어머니가들어가는음악을잘도편집하여신파를조장했으니…

엄마!

하고소리내어불러보고

숨겨놓은세상사중

딱한가지억울했던그일을일러바치고

엉엉울겠다

-정채봉

드디어짐작한대로18세에시집와19세에아이낳다돌아가셨으니

어머니얼굴도모르고가난때문에절에팔려갔다는

정채봉선생의이야기와문제의시가흐른것이다
그뒤에신영옥의Motherofmine이흘렀는지밀바가흘렀는지…

애야~~문열어라아~~장사익의아버지가흐르는데

이건그냥막무가네다…;;

해금이흘렀던가아니었던가(웬황인숙?)

어버이날을왜계절의여왕이란신록의5월안에넣었을까

나목의겨울이었거니조락의계절가을쯤이아니고

만물이회생하고작년에도재작년에도보이던봄꽃이

천지사방에제모습을드러낸5월에왜하필어버이날을정했는지

#에필로그

손상기-영원한퇴원

‘월하노인(月下老人)통해저승에하소연해

내세에는우리부부바꾸어태어나리

나는죽고그대만이천리밖에살아남아

그대에게이슬픔을알게하리’

–秋史

유배지에갇혀아내의임종을할수없었던추사(秋史)의

[내세에는우리부부바꾸어태어나리]라는시란다.

엄마는혹이시는아셨을까
절대음감을지녀악보를그냥읽었으며

♬부울바알던차앙~에어~~둠가~~득차~았네에

내사~랑내엔~나병~~든그.으.때~부~우우터어~~♬~~

불꺼진창.나운영의’달밤’김성태곡황진이의’꿈’을

기차게잘불렀다던아버지는칼라플하야……..

연좌제를주홍글씨처럼가슴에달고살던나의어머니

방학하여서울오면유일한손자둘손녀둘4명거느리고

63빌딩구자연농원창경원등지를대장노릇하며다녔다.

나는여태까지한번도안가본남산타워유람선까지도…

내아이들이"외할머니이~~"부르면"그외자좀빼면안되냐…"

아들없는서러움을진담섞인농담으로혼잣말처럼하던모습도생각난다.

장학사교장교감다마다하고한평생평교사(대부분일학년담임만)로

남에게짐되는걸못견뎌하며말년엔관절염으로지팡이에의지하다

막판엔그도무용지물…일어설수도없이

그냥주저앉아거동조차불편하게된다.

그런모습사위들께누된다고말년엔양로원에서쓸쓸히보내다

결국은임종하는자손하나없이심장마비로이풍진세상…소풍을마쳤으니…
치매한번없이맨정신으로그고통다겪으신거생각하면

손에힘이빠지면서하던일을멈추게된다.

은방울꽃패랭이꽃지팡이등등을만날때면더더구나.

아침신문조용헌싸롱에서만나알게된푸른명아주지팡이

이름도어렵게청여장(靑藜杖)이란다.

생전에알아서선물이라도드렸더라면이리도서운하진않았을까

손상기의유화’영원한퇴원’

병실침대위에덩그마니놓여있던지팡이그림이또떠오른다.

선산에삐까번쩍공덕비까지세우고잘계신시부모님산소

올해는바빠아직성묘를못갔다고투덜거리는남편이미워진다.
이즈음피어나는은방울꽃을꼭쓰즈랑이라발음하며

눌려말렸다편지속에넣어보내주시곤하던나의어머니는

부산어느납골당에서madeinchina조화를문고리에매달고계신다.

동영상출처:naver


2005.5.8참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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