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 뒀어요 빈자리…

아담한고독

박정만

山水菊한가지로
이세상산빛을모두받드는저녁,
이빠진사기잔에차를따르며
찻잔속에어리는그대뒷모습을보노니

아서라,
슬픔은오래간직했다약에쓰고
오늘밤은그저창밖의별이나세며
일없이눈끔적이신세나되자.
멍하니눈뜬장님행세나하자.

하마지금쯤
너와내가기대앉던그꽃자리에
패랭이꽃이라도한두엇피어나서
이세상가장아름다운죄로살겠지.

아따,늬몸땡이에서는
무신놈의땀냄새가이리난당가.
사투리로스무살적곤한때를이야기하며
젊은마음꼬여대는저녁물소리.

이런날은강낭콩이나까먹고싶어.
사랑도미움도시름시름까먹고싶어.
그리하여마지막십원짜리하나까지다까먹고나서
빈껍데기로남고싶어.

빈찻잔속에떠도는향기로남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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